03 Dec 2021

VOL.13


planEAT news

안녕하세요 여러분 😊 드디어! 굴이 잔뜩 살이 오르는 12월입니다. 아워플래닛이 기획한 대한민국 굴축제!! 

#오마이오이스터 는 신나게 즐기고 계실까요? 

여러 레스토랑에서 펼쳐지는 재미난 팝업 소식은@ohmyoyster2021 계정을 통해 알리고 있구요. 

10일&11일에는 삼각지의 스탠딩바 <키보>에서 아워플래닛 김태윤 셰프의 굴요리를 만날 수 있는 재미난 팝업을 준비하고 있으니 기대해주세요.


이번 달에는 바다에 관련된 소식이 가득합니다.

10&11일에 있을 굴 팝업 소식은 이미 전했고요.


17일 저녁엔 프랑스 자연사박물관의 한국 전시 <바다, 미지로의 탐험>과 아워플래닛이 함께 하는 맛있는 토크, 맛있는 워크샵이 예정되어 있어요. 어떤 수산물을 먹는 것이 바다를 살리는 일인지, 그리고 어떻게 먹어야 맛있을지😊 김태윤 셰프의 쿠킹꿀팁 마구 방출하도록 하겠습니다! 온라인 워크샵 신청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알리도록 할게요!
그리고 곧 찾아갈 <계절제주:겨울>호에는 제주 바다를 통째로 담은 들깨바릇국을 준비 중이니 바다가 맛있을 계절, 제대로 즐겨봐요 우리!! 

 12월 첫째 주의 플래닛뉴스


  1. 김태윤 셰프가 전하는 동물복지 이야기 로 12월 플래닛뉴스 시작해 볼게요.
  2. Letter from Netherlands에서는 슈퍼마켓을 통해 생각해보는 다양성에 대한 이야기, 안소연 디자이너가 전합니다.
  3. Book of the Month에서는 12월에 함께 읽고 싶은 책, ‘고기로 태어나서’를 소개합니다.

인간을 위한 동물복지

Prologue.


전세계에 전대미문의 혼란을 야기하고 있는 코로나19는 여러 면에서 인간의 지난 과오들을 되돌아보게 합니다. 세계 각지에서 지금 이 순간에도 벌어지고 있는 기후위기의 징후들과 함께, 인류에게 닥친 이 시련이 더 이상 이런 식으로 산다면 우리의 미래는 없다는 자연의 준엄한 경고라는 지적에 많은 이들이 수긍하고 있습니다. 되돌아보아야 할 우리 삶의 목록 가운데는 오랫동안 ‘자연스럽지 못한’ 방법으로 영위해 온 육식 문화도 들어 있습니다.


지난 5월 세계보건기구(WHO)는 조류독감의 인체 감염사례에 대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가능성이 있는지 감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중국에서 H10N3형 조류독감의 인체 감염 사례가 세계 최초로 보고되었기 때문입니다.  조류독감(AI)의 인체 감염 사례는 이번에 처음이 아니라는 점에서 불안감을 커지게 합니다. 지난 수년간 다른 각기 다른 형태의 AI에 이미 많은 사람들이 감염되었고 사망자도 다수 발생했습니다. 이제 인수공통 전염병은 우려가 아닌 현실이 된 것입니다.


진화생물학자인 롭 월러스는 자신의 저서 「팬데믹의 현재적 기원」에서 조류독감뿐만 아니라 코로나 등 감염병의 원인으로 공장화, 기업화 되어있는 ‘거대 농축산업’을 지적합니다. 조류 및 돼지 인플루엔자, 에볼라, 지카 등 근래 발생한 전염병의 거의 대부분이 집약적 농축산업과 부분적 혹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그에 따르면 고병원성 조류 및 돼지 인플루엔자가 처음으로 뚜렷이 나타난 곳은 산업화된 도시들, 그리고 도시들 주변의 집약적 농장들이었습니다.

그가 말하는 신형 감염병의 전파 경로는 이렇습니다. 거대 농축산기업이 단일종으로 공장식 생산을 하면서, 작물과 가축의 면역력이 취약해집니다. 숲을 베고 늪을 메꾸며, 야생 동물의 서식지를 침범하면서 잠들어 있던 병원균의 유전적 재조합이 일어나 면역력이 약해진 개체들을 순식간에 감염시키고 농장의 노동자를 감염시키며, 농축산 기업이 만든 판로를 따라 비행기를 타고 전 세계로 순식간에 퍼진다는 것입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이런 전염병이 공장식 농장에서 시작되었다는 데에 동의하고 있습니다. 이런 곳들이야 말로 바이러스가 생존하기에 좋은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좁은 공간에 빽빽하게 가축을 밀어 넣는 ‘밀식 사육’ 방식은 바이러스의 확산을 부추기는 주범으로 꼽힙니다. 창문이 없는 농장에는 바이러스 박멸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햇볕과 바람도 없고 분뇨 더미가 만드는 암모니아 가스에 오히려 호흡기 기능이 떨어져 감염에는 더 취약해집니다. 거기에 더해 밀식 사육에서 비롯되는 질병을 막기 위해 무분별하게 투여하는 항생제는 내성을 만들어 돌연변이 가능성을 높입니다.


우리나라도 급속한 경제 성장으로 육류 소비량이 증가하면서 축산업은 양적으로 발전했지만 동물복지와 같은 질적 성장은 따라오지 못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1970년 한국인의 1인당 돼지고기 소비량은 2.6kg에 불과했지만 2010년에는 19kg 2019년 기준 26.9kg으로 증가한 반면동물 복지와 사육 환경에 대한 관심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조류인플루엔자나 구제역과 같은 국가 재난 질병이 발생하면 열악한 공장식 사육 환경은 전염병에 취약하다는 문제점이 항상 제기되고 있습니다.


지난 수년 간의 많은 사회적 이슈를 통해 이제는 사람들의 인식도 조금씩 변화하고 있습니다. 공장식 축산의 여러가지 문제점들이 조명되면서 동물들도 생명 그 자체로 소중하며 가축도 살아있는 동안에는 기본적인 행복을 누리게 해야 한다는 의견이 생겨나게 되었고 동물 복지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들이 커지고 있습니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가 지난 5월 7일부터 11월 11일까지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16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97.2%가 공장식 축산을 단계적으로 개선해 나가거나 종식시켜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또 '농장동물 복지를 지금보다 향상시켜야 한다'는 응답도 90%에 달했습니다. 반면 '농장동물의 복지 수준이 이전보다 향상되었다'는 답은 56.7%에 그쳤습니다.

농장동물 복지에 대한 시민의 관심이 높은 반면, 실제 공장식 축산에서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관행 등 사육환경에 대한 인식수준은 낮은 것으로도 나타났습니다. 응답자의 49.8%가 돼지 스톨 사육에 대해 '전혀 들어본 적 없다'고 답했고 응답자 절반 이상이 무마취 '거세', '꼬리 자르기' 등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닭을 가두어 사육하는 철망 우리 '배터리케이지'에 대해 들어 보았거나 알고 있다는 응답 역시 47.2%에 그쳤습니다.


우리는 거의 매일 고기를 먹고 있으면서도 우리의 식량이 되는 동물들과 평생 한 번도 마주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은 말 이상한 일인데도 우리 대부분은 이 사실을 아무렇지도 않게 넘깁니다. 도대체 그들은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을까요?


동물복지에 관해 본격적으로 이야기하기에 앞서 이어지는 편에서는 축종에 따른 현재의 사육현실에 대해 알아보고 동물복지를 실천하고 있는 사례들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글&그림 by 셰프 김태윤


슈퍼마켓의 재해석

여러분은 지구에 있는 약 40만 종의 식물 중 20만이 넘는 종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을 아셨나요? 그 중 현재 인간이 접하는 것은 200 종 정도 밖에 안된답니다. 

매일 가는 슈퍼마켓이나 대형마트에는 항상 여러가지 상품들로 넘쳐나고 우리가 지난주에 먹은 음식들은 익숙한 것들로 한정되어 있죠. 우리가 마주하는 것은 자연의 생물 다양성이 아닌 흔히 대형마트에서 볼 수 있는 ‘현대화된/도시화된 생물 다양성’(저는 그렇게 부르겠습니다!^^) 인데요. 매일매일 새로운 것이 나타나 그 수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1990년대 까지만 해도 식료품 가게에 7000개의 품목이 있었는데, 지금은 40,000 ~ 50,000개에 이릅니다. (2017 년 기준)

현대화된 bio diversity에서 과연 우리가 먹는 음식들은 정말 얼마나 될까요? 

dreamstime.com  copy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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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오늘날 보통의 우리는 주식이 되는 쌀 (또는 몇가지의 곡물:밀, 보리와 같은 빵이 주식인 나라에서는)과 소수의 동물(육/물 고기) 들로부터 우리가 얻을 수 있는 대부분의 칼로리를 얻지 않나 싶습니다. (링크연결, 참고하지만 가정이 들어있음) 
이미 마트에 들어선 순간 우리의 몸과 머리는 익숙한 아는 그 맛-기름지고, 자극적인 단짠의 맛을 찾아 나섭니다. 다행히 큰 마트에서 그것들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필요한 설탕, 우유, 계란, 땅콩잼, 누텔라, 티라미수, 요거트 등은 항상 있던 자리에 있기 때문이죠. 조금 창피한 이야기이지만, 바쁠 때는 마트에서 시장을 보는 것이 정말 5분도 안 걸릴 때가 있습니다. 그야말로 후다닥 익숙한 것만 건져 사람들이 길게 줄 선 계산대를 피해 셀프 계산대로 달려가서 띡띡 계산을 하고 쓩 나오는 셈이죠. 이럴때를 보면 저는 사냥을 하러 나온 한마리의 야생 동물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사냥 도구였던 창과 방패는 쇼핑카트와 바구니로 바뀌었지 우리의 배를 채우려는 목적이 같습니다. 하하 .. 만약, 정글 속의 대형마트가 있다면, 또는 모래 사막 위? 그렇지 않고 아예 슈퍼마켓이 구석기시대 선조들이 사냥을 하러 나가듯이 정글 혹은 숲속으로 바뀐다면 어떠실지 상상이 가시나요??? 그러면 과연 선반 위에는 어떠한 것들로 채워질까요? 선반은 어떻게 생겼을까요? 


얼마전 갔다 온 디자인 위크에서 저는 재밌는 작업을 보았습니다. 작품명은 ‘하이퍼 버거’ 이며 작품은 자칭 ‘inconvenience store’ 라고 부르며, 완전히 고객들의 도움으로 이뤄지는 새로운 공급망의 패러다임을 설명하는 슈퍼마켓이였습니다.
슈퍼마켓의 선반은 고객들이 직접 만들거나 가져온 것들로 채워지고, 결제는 앱을 통하거나 현금으로 이뤄집니다. 결제라해서 ‘돈’만을 생각하면 안 됩니다. 이곳에서는 음식, 고객들의 시간, 그리고 패키징 같은 작은 것 하나하나- 모든 것으로 ‘돈’을 대신해 지불할 수 있습니다. 디자이너 Francesca Tambussi는 사람들이 얼마나 생태학적으로, 정치적으로 또는 환경적으로 의식을 가지고 있는지에 상관없이 현 글로벌 공급망의 시스템은 슈퍼마켓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친환경적일 수가 없다는 것을 얘기합니다. 그래서 그녀는 무기력한 소비자와 무자비한 공급자 속에서 peer-to-peer 시스템을 지닌 유토피아적 상점을 설계하였습니다.  

저는 아무래도 p2p 시스템이다보니 이것이 실제로 우리의 실생활에서 이뤄진다면, 고객들간의 신뢰는 물론, 나 자신과 이 공간에 대한 ‘솔직함’ 이 필요하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녀의 작품은 저에게 ‘슈퍼마켓의 재해석’이라는 영감과 결국 ‘공생/함께하는 것’ 그리고 나아가 ‘개인주의’의 의미란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궁금해지는 그런 디자인이였습니다. 

다행히 요즘에는 슈퍼마켓(대형마트)의 대체 형식으로 로컬 마켓과 지속가능한 제품들을 다루는 델리 숍들을 통해 소비자들에게도 더 다양한 옵션과 선택의 기회가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그에 반해 많은 곳에서 더욱 다양해진 프랜차이즈의 슈퍼마켓이 자리잡고 있지요. 슈퍼마켓이 무조건적으로 나쁘다 이런 이야기는 절대 아닙니다. 하루하루 빠르게 변하는 첨단 기술의 시대에 슈퍼마켓은 우리에게 완전한 편리함과 실용성을 제공합니다. 몇 년 전부터는 현명한 소비자가 되자는 의미의 ‘에어 마일리지’ 혜택도 많이 생기고 있고요. 그렇지만 깨끗하게 포장된 고기와 생선, 제철을 잃은 채소와 과일, 자로 잰 듯한 똑같은 모양과 재질의 상품들을 보고 있으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아 .. 지루해’    


 글&그림 by 디자이너 안소연


Book of the Month

<고기로 태어나서> 서평


달걀, 치킨, 삼겹살, 스테이크, 갈비… 우리의 식탁에 매일 올라오는 동물성 식재료들이 어디에서 오는지, 혹은 가축들의 삶에 대해 궁금해해 보신 적 있으신가요?

오늘 소개해드릴 책은 전 세계인의 식용 동물인 닭, 돼지와 한국인들의 식용 동물인 개가 ‘고기’ 가 되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통계가 아닌 클로즈업의 방식으로 풀어낸, 작가의 노동과 체험을 통해서 관찰한 결과물입니다. 작가는 4년간 한국 식용 동물 농장 열 곳에서 일하고 생활하며 그곳에서 경험한 사람과 동물의 이야기를 틈틈이 기록하여 에세이 형식으로 정리했습니다.


고기를 위해 길러지는 동물들이 어떻게 살다가 죽는 지를 자신의 노동을 통해 곁에서 지켜보며 농장 동물의 존엄과 윤리에 대한 문제부터 자연에 대한 인간의 권리를 어디까지 인정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철학적 고찰,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삶과 인권, 한국 식용 고기 산업 생태계의 단면에 대한 사회적 관찰까지 다양한 화두들을 제기하고 작가 나름의 생각들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저자는 육식 문화 자체에 대한 반론을 제기하지 않습니다. 대신 우리가 일상 생활 중에 접하는 고기들이 생산되는 과정이 생명에 대한 ‘비윤리적인 과정 ’을 거친 것은 아닌지, 고기를 소비하는 이라면 한번 쯤 가져볼 만한 질문에 대한 답과 대안을 유추할 수 있는 현실의 세계로 독자들을 안내합니다. 가깝지만 먼 곳에 있는 식용 동물들의 삶,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

매일 마주하는 고기와 여러분 사이에 언젠가는 놓여야 할 주제 아닐까요?

03 Dec 2021

VOl.13


planEAT news

안녕하세요 여러분 😊 드디어! 굴이 잔뜩 살이 오르는 12월입니다.

아워플래닛이 기획한 대한민국 굴축제!!  #오마이오이스터 는 신나게 즐기고 계실까요?

여러 레스토랑에서 펼쳐지는 재미난 팝업 소식은 @ohmyoyster2021계정을 통해 알리고 있구요. 10일&11일에는 삼각지의 스탠딩바 <키보>에서 아워플래닛 김태윤 셰프의 굴요리를 만날 수 있는 재미난 팝업을 준비하고 있으니 기대해주세요.


이번 달에는 바다에 관련된 소식이 가득합니다.

10&11일에 있을 굴 팝업 소식은 이미 전했고요.

17일 저녁엔 프랑스 자연사박물관의 한국 전시 <바다, 미지로의 탐험>과 아워플래닛이 함께 하는 맛있는 토크, 맛있는 워크샵이 예정되어 있어요. 어떤 수산물을 먹는 것이 바다를 살리는 일인지, 그리고 어떻게 먹어야 맛있을지😊 김태윤 셰프의 쿠킹꿀팁 마구 방출하도록 하겠습니다! 온라인 워크샵 신청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알리도록 할게요!

그리고 곧 찾아갈 <계절제주:겨울>호에는 제주 바다를 통째로 담은 들깨바릇국을 준비 중이니 바다가 맛있을 계절, 제대로 즐겨봐요 우리!! 



 12월 첫째 주의 플래닛뉴스  


  1. 김태윤 셰프가 전하는 동물복지 이야기 로 12월 플래닛뉴스 시작해 볼게요.
  2. Letter from Netherlands에서는 슈퍼마켓을 통해 생각해보는 다양성에 대한 이야기, 안소연 디자이너가 전합니다.
  3. Book of the Month에서는 12월에 함께 읽고 싶은 책, ‘고기로 태어나서’를 소개합니다.

인간을 위한 동물복지

Prologue.


전세계에 전대미문의 혼란을 야기하고 있는 코로나19는 여러 면에서 인간의 지난 과오들을 되돌아보게 합니다. 세계 각지에서 지금 이 순간에도 벌어지고 있는 기후위기의 징후들과 함께, 인류에게 닥친 이 시련이 더 이상 이런 식으로 산다면 우리의 미래는 없다는 자연의 준엄한 경고라는 지적에 많은 이들이 수긍하고 있습니다. 되돌아보아야 할 우리 삶의 목록 가운데는 오랫동안 ‘자연스럽지 못한’ 방법으로 영위해 온 육식 문화도 들어 있습니다.


지난 5월 세계보건기구(WHO)는 조류독감의 인체 감염사례에 대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가능성이 있는지 감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중국에서 H10N3형 조류독감의 인체 감염 사례가 세계 최초로 보고되었기 때문입니다.  조류독감(AI)의 인체 감염 사례는 이번에 처음이 아니라는 점에서 불안감을 커지게 합니다. 지난 수년간 다른 각기 다른 형태의 AI에 이미 많은 사람들이 감염되었고 사망자도 다수 발생했습니다. 이제 인수공통 전염병은 우려가 아닌 현실이 된 것입니다.


진화생물학자인 롭 월러스는 자신의 저서 「팬데믹의 현재적 기원」에서 조류독감뿐만 아니라 코로나 등 감염병의 원인으로 공장화, 기업화 되어있는 ‘거대 농축산업’을 지적합니다. 조류 및 돼지 인플루엔자, 에볼라, 지카 등 근래 발생한 전염병의 거의 대부분이 집약적 농축산업과 부분적 혹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그에 따르면 고병원성 조류 및 돼지 인플루엔자가 처음으로 뚜렷이 나타난 곳은 산업화된 도시들, 그리고 도시들 주변의 집약적 농장들이었습니다.


그가 말하는 신형 감염병의 전파 경로는 이렇습니다. 거대 농축산기업이 단일종으로 공장식 생산을 하면서, 작물과 가축의 면역력이 취약해집니다. 숲을 베고 늪을 메꾸며, 야생 동물의 서식지를 침범하면서 잠들어 있던 병원균의 유전적 재조합이 일어나 면역력이 약해진 개체들을 순식간에 감염시키고 농장의 노동자를 감염시키며, 농축산 기업이 만든 판로를 따라 비행기를 타고 전 세계로 순식간에 퍼진다는 것입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이런 전염병이 공장식 농장에서 시작되었다는 데에 동의하고 있습니다. 이런 곳들이야 말로 바이러스가 생존하기에 좋은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좁은 공간에 빽빽하게 가축을 밀어 넣는 ‘밀식 사육’ 방식은 바이러스의 확산을 부추기는 주범으로 꼽힙니다. 창문이 없는 농장에는 바이러스 박멸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햇볕과 바람도 없고 분뇨 더미가 만드는 암모니아 가스에 오히려 호흡기 기능이 떨어져 감염에는 더 취약해집니다. 거기에 더해 밀식 사육에서 비롯되는 질병을 막기 위해 무분별하게 투여하는 항생제는 내성을 만들어 돌연변이 가능성을 높입니다.


우리나라도 급속한 경제 성장으로 육류 소비량이 증가하면서 축산업은 양적으로 발전했지만 동물복지와 같은 질적 성장은 따라오지 못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1970년 한국인의 1인당 돼지고기 소비량은 2.6kg에 불과했지만 2010년에는 19kg 2019년 기준 26.9kg으로 증가한 반면동물 복지와 사육 환경에 대한 관심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조류인플루엔자나 구제역과 같은 국가 재난 질병이 발생하면 열악한 공장식 사육 환경은 전염병에 취약하다는 문제점이 항상 제기되고 있습니다.


지난 수년 간의 많은 사회적 이슈를 통해 이제는 사람들의 인식도 조금씩 변화하고 있습니다.

공장식 축산의 여러가지 문제점들이 조명되면서 동물들도 생명 그 자체로 소중하며 가축도 살아있는 동안에는 기본적인 행복을 누리게 해야 한다는 의견이 생겨나게 되었고 동물 복지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들이 커지고 있습니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가 지난 5월 7일부터 11월 11일까지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16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97.2%가 공장식 축산을 단계적으로 개선해 나가거나 종식시켜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또 '농장동물 복지를 지금보다 향상시켜야 한다'는 응답도 90%에 달했습니다. 반면 '농장동물의 복지 수준이 이전보다 향상되었다'는 답은 56.7%에 그쳤습니다.

농장동물 복지에 대한 시민의 관심이 높은 반면, 실제 공장식 축산에서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관행 등 사육환경에 대한 인식수준은 낮은 것으로도 나타났습니다. 응답자의 49.8%가 돼지 스톨 사육에 대해 '전혀 들어본 적 없다'고 답했고 응답자 절반 이상이 무마취 '거세', '꼬리 자르기' 등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닭을 가두어 사육하는 철망 우리 '배터리케이지'에 대해 들어 보았거나 알고 있다는 응답 역시 47.2%에 그쳤습니다.


우리는 거의 매일 고기를 먹고 있으면서도 우리의 식량이 되는 동물들과 평생 한 번도 마주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은 말 이상한 일인데도 우리 대부분은 이 사실을 아무렇지도 않게 넘깁니다. 도대체 그들은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을까요?

동물복지에 관해 본격적으로 이야기하기에 앞서 이어지는 편에서는 축종에 따른 현재의 사육현실에 대해 알아보고 동물복지를 실천하고 있는 사례들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글&그림 by 셰프 김태윤



슈퍼마켓의 재해석

여러분은 지구에 있는 약 40만 종의 식물 중 20만이 넘는 종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을 아셨나요? 그 중 현재 인간이 접하는 것은 200 종 정도 밖에 안된답니다. 


매일 가는 슈퍼마켓이나 대형마트에는 항상 여러가지 상품들로 넘쳐나고 우리가 지난주에 먹은 음식들은 익숙한 것들로 한정되어 있죠. 우리가 마주하는 것은 자연의 생물 다양성이 아닌 흔히 대형마트에서 볼 수 있는 ‘현대화된/도시화된 생물 다양성’(저는 그렇게 부르겠습니다!^^) 인데요. 매일매일 새로운 것이 나타나 그 수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1990년대 까지만 해도 식료품 가게에 7000개의 품목이 있었는데, 지금은 40,000 ~ 50,000개에 이릅니다. (2017 년 기준)

현대화된 bio diversity에서 과연 우리가 먹는 음식들은 정말 얼마나 될까요? 

dreamstime.com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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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오늘날 보통의 우리는 주식이 되는 쌀 (또는 몇가지의 곡물:밀, 보리와 같은 빵이 주식인 나라에서는)과 소수의 동물(육/물 고기) 들로부터 우리가 얻을 수 있는 대부분의 칼로리를 얻지 않나 싶습니다. (링크연결, 참고하지만 가정이 들어있음) 

이미 마트에 들어선 순간 우리의 몸과 머리는 익숙한 아는 그 맛-기름지고, 자극적인 단짠의 맛을 찾아 나섭니다. 다행히 큰 마트에서 그것들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필요한 설탕, 우유, 계란, 땅콩잼, 누텔라, 티라미수, 요거트 등은 항상 있던 자리에 있기 때문이죠. 조금 창피한 이야기이지만, 바쁠 때는 마트에서 시장을 보는 것이 정말 5분도 안 걸릴 때가 있습니다. 그야말로 후다닥 익숙한 것만 건져 사람들이 길게 줄 선 계산대를 피해 셀프 계산대로 달려가서 띡띡 계산을 하고 쓩 나오는 셈이죠. 이럴때를 보면 저는 사냥을 하러 나온 한마리의 야생 동물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사냥 도구였던 창과 방패는 쇼핑카트와 바구니로 바뀌었지 우리의 배를 채우려는 목적이 같습니다. 하하 .. 만약, 정글 속의 대형마트가 있다면, 또는 모래 사막 위? 그렇지 않고 아예 슈퍼마켓이 구석기시대 선조들이 사냥을 하러 나가듯이 정글 혹은 숲속으로 바뀐다면 어떠실지 상상이 가시나요??? 그러면 과연 선반 위에는 어떠한 것들로 채워질까요? 선반은 어떻게 생겼을까요?


얼마전 갔다 온 디자인 위크에서 저는 재밌는 작업을 보았습니다. 

작품명은 ‘하이퍼 버거’ 이며 작품은 자칭 ‘inconvenience store’ 라고 부르며, 완전히 고객들의 도움으로 이뤄지는 새로운 공급망의 패러다임을 설명하는 슈퍼마켓이였습니다. 슈퍼마켓의 선반은 고객들이 직접 만들거나 가져온 것들로 채워지고, 결제는 앱을 통하거나 현금으로 이뤄집니다. 결제라해서 ‘돈’만을 생각하면 안 됩니다. 이곳에서는 음식, 고객들의 시간, 그리고 패키징 같은 작은 것 하나하나- 모든 것으로 ‘돈’을 대신해 지불할 수 있습니다. 디자이너 Francesca Tambussi는 사람들이 얼마나 생태학적으로, 정치적으로 또는 환경적으로 의식을 가지고 있는지에 상관없이 현 글로벌 공급망의 시스템은 슈퍼마켓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친환경적일 수가 없다는 것을 얘기합니다. 그래서 그녀는 무기력한 소비자와 무자비한 공급자 속에서 peer-to-peer 시스템을 지닌 유토피아적 상점을 설계하였습니다.  


저는 아무래도 p2p 시스템이다보니 이것이 실제로 우리의 실생활에서 이뤄진다면, 고객들간의 신뢰는 물론, 나 자신과 이 공간에 대한 ‘솔직함’ 이 필요하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녀의 작품은 저에게 ‘슈퍼마켓의 재해석’이라는 영감과 결국 ‘공생/함께하는 것’ 그리고 나아가 ‘개인주의’의 의미란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궁금해지는 그런 디자인이였습니다. 

다행히 요즘에는 슈퍼마켓(대형마트)의 대체 형식으로 로컬 마켓과 지속가능한 제품들을 다루는 델리 숍들을 통해 소비자들에게도 더 다양한 옵션과 선택의 기회가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그에 반해 많은 곳에서 더욱 다양해진 프랜차이즈의 슈퍼마켓이 자리잡고 있지요. 슈퍼마켓이 무조건적으로 나쁘다 이런 이야기는 절대 아닙니다. 하루하루 빠르게 변하는 첨단 기술의 시대에 슈퍼마켓은 우리에게 완전한 편리함과 실용성을 제공합니다. 몇 년 전부터는 현명한 소비자가 되자는 의미의 ‘에어 마일리지’ 혜택도 많이 생기고 있고요. 그렇지만 깨끗하게 포장된 고기와 생선, 제철을 잃은 채소와 과일, 자로 잰 듯한 똑같은 모양과 재질의 상품들을 보고 있으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아 .. 지루해’


글&그림 by 디자이너 안소연




Book of the Month

<고기로 태어나서> 서평


달걀, 치킨, 삼겹살, 스테이크, 갈비… 우리의 식탁에 매일 올라오는 동물성 식재료들이 어디에서 오는지, 혹은 가축들의 삶에 대해 궁금해해 보신 적 있으신가요?

오늘 소개해드릴 책은 전 세계인의 식용 동물인 닭, 돼지와 한국인들의 식용 동물인 개가 ‘고기’ 가 되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통계가 아닌 클로즈업의 방식으로 풀어낸, 작가의 노동과 체험을 통해서 관찰한 결과물입니다. 작가는 4년간 한국 식용 동물 농장 열 곳에서 일하고 생활하며 그곳에서 경험한 사람과 동물의 이야기를 틈틈이 기록하여 에세이 형식으로 정리했습니다.


고기를 위해 길러지는 동물들이 어떻게 살다가 죽는 지를 자신의 노동을 통해 곁에서 지켜보며 농장 동물의 존엄과 윤리에 대한 문제부터 자연에 대한 인간의 권리를 어디까지 인정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철학적 고찰,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삶과 인권, 한국 식용 고기 산업 생태계의 단면에 대한 사회적 관찰까지 다양한 화두들을 제기하고 작가 나름의 생각들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저자는 육식 문화 자체에 대한 반론을 제기하지 않습니다. 대신 우리가 일상 생활 중에 접하는 고기들이 생산되는 과정이 생명에 대한 ‘비윤리적인 과정 ’을 거친 것은 아닌지, 고기를 소비하는 이라면 한번 쯤 가져볼 만한 질문에 대한 답과 대안을 유추할 수 있는 현실의 세계로 독자들을 안내합니다. 가깝지만 먼 곳에 있는 식용 동물들의 삶,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

매일 마주하는 고기와 여러분 사이에 언젠가는 놓여야 할 주제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