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nter in Ulleung

이 땅의 맛, 울릉도

울렁울렁 울렁대는 가슴 안고 연락선을 타고가면 울릉도라

뱃머리도 신이 나서 트위스트, 아름다운 울릉도

뱃머리도 신이 난다는데 과하게 신이 났을까요. 마음 먹고 울릉도행을 계획했다가 배가 뜨지 않아 포항에서 술만 실컷 마시다 돌아온 기억만 두세 번, 대한민국 방방곡곡을 다녔지만 울릉도는 처음입니다.


슬로푸드 ‘맛의 방주’를 통해, 그리고 울릉도의 맛을 찾아 전하는 ‘흙속의 진주’ 를 통해서 이런 저런 식재료들을 접할 일들은 많았지만 역시 발품을 팔아야 직성이 풀리니까요. 울렁대는 가슴을 안고 0시 30분 울릉도행 크루즈에 몸을 싣습니다. 선상 편의점에서 맥주와 안주거리를 집어들고 객실 침대 앞에 모여앉아 잔을 나눕니다. 아무리 피곤해도 첫 울릉도행 객실에서의 낭만은 놓칠 수 없습니다.😀

포항 북동쪽, 직선거리 210km 떨어진 울릉도는 동해에 덩그러니 놓인 외딴 화산섬입니다. 첫 만남부터 깎아지른 듯한 거대한 절벽을 마주합니다. 한국 어디서도 보기 힘든, 어쩌면 신비롭기까지 한 풍경들이 펼쳐집니다. 


울릉도에는 육지에서 보기 힘든 귀한 식재료들이 많습니다. 울릉도에만 자생하는 섬말나리, 부지깽이라 불리는 섬쑥부쟁이, 봄의 시작을 알리는 전호나물, 스님들의 고기란 별칭이 붙은 삼나물(눈개승마), 한 번 맛보면 헤어날 수 없는 국물맛을 만드는 물엉겅퀴, 새콤한 맛이 매력적인 왕호장, 노란 속살이 사랑스러운 홍감자, 꽃보다 화사한 독도새우와 이 땅의 다양성을 이어가는 칡소까지_ 저에게는 그야말로 보물섬 같은 곳이 아닐 수 없습니다.

도착하자마자 눈밭을 헤치고 간 곳은 울릉도에서 가장 궁금했던 흑돼지 농장입니다. 놀랍게도 울릉도에는 돼지를 키우는 농가가 딱 한 곳뿐입니다. 옛방식 그대로 토굴을 만들고 지례에서 흑돼지를 들여와 키우시는데요. 낯선 이들의 방문에 토굴에서 우루루 뛰어나와 연신 얼굴을 들이대는 모습이 무척 정겹습니다. 바다가 보이는 산기슭에 자유로이 뛰어다니는 돼지들을 보고 있자니 이러한 농장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세상의 기준과 싸우고 계시는 대표님께 든든한 벗이 되고픈 마음입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녀석들을 만나고 하고싶은 말은 아니지만 좋은 환경에서 자란 가축의 맛은 눈을 감고도 알 수 있을만큼 뛰어납니다. 여러분들과 해야할 일이 분명해집니다. 우리의 선택이, 식탁 위의 작은 변화가 미식 세상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울릉도에서 가장 궁금했던 맛은 #누런창쌈장과 #누런창찌개 였습니다. 

이런 맛이야말로 여러분과 함께 기억하고 싶은 이 땅의 오랜 맛인데요. 어머니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오며 그 지역의 사람들만 알다가 사라져가는 맛들이 너무 많습니다. 때로는 기후 변화로, 때로는 풍족한 다른 식재료에 밀려 이제는 사라져가는 지역의 맛을 지켜내는 것은 지속가능성이라는 거창한 이유 때문이 아니라도, 늘 새로운 맛을 추구하는 우리의 행복을 위해서 꼭 필요한 일입니다. 


싱싱한 살오징어가 넘치는 울릉도에서는 오징어의 내장을 이용한 요리 또한 많습니다. 생식소 부위인 흰창으로는 주로 맑은 내장탕을 끓입니다. 다행히도 서울에서도 맛볼 수 있는 곳들이 있습니다. 누런창은 오징어의 먹통부위로 간에 해당되는 내장을 말합니다. 배에서 오징어를 내리자마자 손질한 싱싱한 누런창을 소금을 넣어 삭혀두고는 옛맛이 그리울 때마다 요리해 드신답니다. 삭힌 누런창과 된장을 섞어 물을 넣고 자작하게 볶아내는 누런창 쌈장은 짙은 갈색과 녹진하고 콤콤한 맛 때문에 똥창쌈장이라는 웃지 못할 별칭을 가집니다만 장담컨데 한 번 맛보면 헤어나지 못할 맛입니다.

누런창찌개는 삭힌 누런창을 볶다가 물과 된장을 넣고 시래기나 묵은지를 넣어 끓입니다. 

똥창찌개라도 불려도 좋습니다. 같이 내어주신 옥수수밥 위에 올려 먹으니 콧소리가 절로 납니다. 양조장에 들려 챙겨온 씨껍데기 막걸리와도 기가 막히게 어울립니다. 혼자 먹기 아까운 맛입니다. 올봄 무슨 수를 써서라도 여러분과 이 맛을 나누어야겠습니다. 

울릉도에 가신다면 아침에 조금 부지런을 떨어 저동항에 들려보셔요. 조업이 활발한 철이 아니어도 깊고 맑은 울릉도의 바다는 풍요롭기만 합니다. 뱅에돔, 조피볼락, 쏨뱅이, 쥐치, 붉바리, 가오리, 홍어, 홍게, 문어, 물메기, 홍해삼… 앞으로 몇 끼를 더 먹어야할까 행복한 고민에 빠집니다. 좋아하는 생선을 골라도 좋고 어머니가 꿰어주신대로 받아도 좋습니다. 여쭈면 항 근처 초장집도 알려주시니 사두고 먹을 곳이 없다 걱정할 일은 없습니다. 회로 먹으면 좋은 생선이 무엇일지, 구이로 먹으면 좋은 생선이 무엇일지도 여쭤보세요.

사실 눈이 채 녹지 않은 겨울의 울릉도를 찾은 이유는 봄을 맞이하기 위함입니다. 비탈밭에서 벌써 고개를 내민 전호나물과 나리분지에서 맛본 삼나물과 물엉겅퀴, 육지의 누구도 쉽게 맛보지 못했을 왕호장과 섬말나리의 맛을 여러분과 나눌 생각에 벌써 흥이 납니다.


다음 달에도, 그 다음 달에도 아워플래닛의 친구 #흙속의진주 와 함께 울릉도를 찾습니다. 그리고 #울릉도의맛 을 찾아 여러분을 만날 거예요.😘

Winter 

in Ulleung

울렁울렁 울렁대는 가슴 안고 연락선을 타고가면 울릉도라

뱃머리도 신이 나서 트위스트, 아름다운 울릉도


뱃머리도 신이 난다는데 과하게 신이 났을까요. 마음 먹고 울릉도행을 계획했다가 배가 뜨지 않아 포항에서 술만 실컷 마시다 돌아온 기억만 두세 번, 대한민국 방방곡곡을 다녔지만 울릉도는 처음입니다. 


슬로푸드 ‘맛의 방주’를 통해, 그리고 울릉도의 맛을 찾아 전하는 ‘흙속의 진주’ 를 통해서 이런 저런 식재료들을 접할 일들은 많았지만 역시 발품을 팔아야 직성이 풀리니까요. 울렁대는 가슴을 안고 0시 30분 울릉도행 크루즈에 몸을 싣습니다. 선상 편의점에서 맥주와 안주거리를 집어들고 객실 침대 앞에 모여앉아 잔을 나눕니다. 아무리 피곤해도 첫 울릉도행 객실에서의 낭만은 놓칠 수 없습니다.😀


포항 북동쪽, 직선거리 210km 떨어진 울릉도는 동해에 덩그러니 놓인 외딴 화산섬입니다. 첫 만남부터 깎아지른 듯한 거대한 절벽을 마주합니다. 한국 어디서도 보기 힘든, 어쩌면 신비롭기까지 한 풍경들이 펼쳐집니다. 


울릉도에는 육지에서 보기 힘든 귀한 식재료들이 많습니다. 울릉도에만 자생하는 섬말나리, 부지깽이라 불리는 섬쑥부쟁이, 봄의 시작을 알리는 전호나물, 스님들의 고기란 별칭이 붙은 삼나물(눈개승마), 한 번 맛보면 헤어날 수 없는 국물맛을 만드는 물엉겅퀴, 새콤한 맛이 매력적인 왕호장, 노란 속살이 사랑스러운 홍감자, 꽃보다 화사한 독도새우와 이 땅의 다양성을 이어가는 칡소까지_ 저에게는 그야말로 보물섬 같은 곳이 아닐 수 없습니다.


도착하자마자 눈밭을 헤치고 간 곳은 울릉도에서 가장 궁금했던 흑돼지 농장입니다. 놀랍게도 울릉도에는 돼지를 키우는 농가가 딱 한 곳뿐입니다. 옛방식 그대로 토굴을 만들고 지례에서 흑돼지를 들여와 키우시는데요. 낯선 이들의 방문에 토굴에서 우루루 뛰어나와 연신 얼굴을 들이대는 모습이 무척 정겹습니다. 바다가 보이는 산기슭에 자유로이 뛰어다니는 돼지들을 보고 있자니 이러한 농장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세상의 기준과 싸우고 계시는 대표님께 든든한 벗이 되고픈 마음입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녀석들을 만나고 하고싶은 말은 아니지만 좋은 환경에서 자란 가축의 맛은 눈을 감고도 알 수 있을만큼 뛰어납니다. 여러분들과 해야할 일이 분명해집니다. 우리의 선택이, 식탁 위의 작은 변화가 미식 세상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울릉도에서 가장 궁금했던 맛은 #누런창쌈장 과 #누런창찌개 였습니다.

이런 맛이야말로 여러분과 함께 기억하고 싶은 이 땅의 오랜 맛인데요. 어머니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오며 그 지역의 사람들만 알다가 사라져가는 맛들이 너무 많습니다. 때로는 기후 변화로, 때로는 풍족한 다른 식재료에 밀려 이제는 사라져가는 지역의 맛을 지켜내는 것은 지속가능성이라는 거창한 이유 때문이 아니라도, 늘 새로운 맛을 추구하는 우리의 행복을 위해서 꼭 필요한 일입니다. 


싱싱한 살오징어가 넘치는 울릉도에서는 오징어의 내장을 이용한 요리 또한 많습니다. 생식소 부위인 흰창으로는 주로 맑은 내장탕을 끓입니다. 다행히도 서울에서도 맛볼 수 있는 곳들이 있습니다. 누런창은 오징어의 먹통부위로 간에 해당되는 내장을 말합니다. 배에서 오징어를 내리자마자 손질한 싱싱한 누런창을 소금을 넣어 삭혀두고는 옛맛이 그리울 때마다 요리해 드신답니다. 삭힌 누런창과 된장을 섞어 물을 넣고 자작하게 볶아내는 누런창 쌈장은 짙은 갈색과 녹진하고 콤콤한 맛 때문에 똥창쌈장이라는 웃지 못할 별칭을 가집니다만 장담컨데 한 번 맛보면 헤어나지 못할 맛입니다.


누런창찌개는 삭힌 누런창을 볶다가 물과 된장을 넣고 시래기나 묵은지를 넣어 끓입니다. 똥창찌개라도 불려도 좋습니다. 같이 내어주신 옥수수밥 위에 올려 먹으니 콧소리가 절로 납니다. 양조장에 들려 챙겨온 씨껍데기 막걸리와도 기가 막히게 어울립니다. 혼자 먹기 아까운 맛입니다. 올봄 무슨 수를 써서라도 여러분과 이 맛을 나누어야겠습니다. 


울릉도에 가신다면 아침에 조금 부지런을 떨어 저동항에 들려보셔요. 조업이 활발한 철이 아니어도 깊고 맑은 울릉도의 바다는 풍요롭기만 합니다. 뱅에돔, 조피볼락, 쏨뱅이, 쥐치, 붉바리, 가오리, 홍어, 홍게, 문어, 물메기, 홍해삼… 앞으로 몇 끼를 더 먹어야할까 행복한 고민에 빠집니다. 좋아하는 생선을 골라도 좋고 어머니가 꿰어주신대로 받아도 좋습니다. 여쭈면 항 근처 초장집도 알려주시니 사두고 먹을 곳이 없다 걱정할 일은 없습니다. 회로 먹으면 좋은 생선이 무엇일지, 구이로 먹으면 좋은 생선이 무엇일지도 여쭤보세요. 


사실 눈이 채 녹지 않은 겨울의 울릉도를 찾은 이유는 봄을 맞이하기 위함입니다. 비탈밭에서 벌써 고개를 내민 전호나물과 나리분지에서 맛본 삼나물과 물엉겅퀴, 육지의 누구도 쉽게 맛보지 못했을 왕호장과 섬말나리의 맛을 여러분과 나눌 생각에 벌써 흥이 납니다.


다음 달에도, 그 다음 달에도 아워플래닛의 친구 #흙속의진주 와 함께 울릉도를 찾습니다.

그리고 #울릉도의맛 을 찾아 여러분을 만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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