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릅이며 눈개승마며- 맛있는 봄나물 소식이 들려오는 것 보니 이 계절이 실감이 납니다. 여러분의 장바구니에는 어떤 봄맛이 들었으려나요? 😊


아워플래닛의 인스타그램을 팔로우 하시는 분들은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저희의 오프라인 공간 오픈이 임박했습니다! 🙌 공간 이름은 #플래닛랩 planeat Lab 으로 정했답니다.


지속가능미식연구소, 플래닛 랩에서는 다양한 일들이 벌어질 예정인데요. 4월 9일에는 채소생활 @vegelab 과 함께 채소의 다양한 매력을 경험하는 워크샵&다이닝 프로그램 <#계절의기억 : 봄의절정>을 준비합니다. 매달 다양한 품종의 채소와 품종별 테이스팅, 비건 다이닝이 계획되어 있으니 많은 관심 바랄게요! ( 플래닛뉴스 구독자들께는 다음 계절의기억 이 5월 14일 예정이라는 스포! 날려드립니다.😊 )


이 외에도 다양한 미식 모임과 쿠킹 클래스, 팝업 다이닝이 준비될 예정이니 플래닛랩의 프로젝트가 궁금하신 분들은 아워플래닛의 인스타그램을 주목해주세요!  


 4월 플래닛뉴스


  1. 김태윤 셰프 @abu_kim_ty 의 지속가능한 식재료 이야기 트러블 메이커 ‘아보카도’ 를 전합니다.
  2. Letter from the Netherlands 는 안소연 디자이너  @amisoybean 가 전합니다. 지속가능한 식문화, DIT project_공동주방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3. 신설된 코너죠. 😊 For Earth, For Us 에서는 아워플래닛의 친구들이 생각하는 #지속가능한미식 에 대해 생각을 나눕니다. 첫 번째 초대 친구는 미식 칼럼니스트이자 기후위기 대응 매거진 <1.5도씨>의 편집장인 이주연님 @typicaljoo 입니다. 
  4. 4월의 책소개, Book of the Month 에서는 '에콜로지스트 가이드 푸드' 리뷰를 나눕니다. 
  5. planEAT recipe 에서는 음식탐험가 장민영 @foodexplorer_min02 이 소개합니다. 봄에 빼놓을 수 없는 맛! 지리산의 ‘가죽나물전’ 함께 드셔보시죠.

트러블 메이커 ‘아보카도’

아보카도 좋아하시나요?

SNS상에 #아보카도 #아보카도요리 라는 해시태그로 검색하면 수많은 아보카도 사진들이 화면을 채웁니다. 샐러드와 샌드위치의 단골 재료였던 아보카도는 음료수 안에도, 햄버거와 아이스크림 재료로까지 폭넓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숲 속의 버터’라고 불릴 정도로 고소한 맛이 매력적인 아보카도는 비타민, 미네랄, 식이섬유, 철분, 엽산 등의 영양분도 풍부하여 슈퍼푸드로 각광을 받게 되면서 전 세계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10년 전에 비해 수입량이 30배가량 늘었고 아보카도의 맛에 눈을 뜬 중산층이 많아진 중국에서는 지난 7년 동안 아보카도 수입량이 1000배나 증가했습니다.


과거에 주로 북미와 남미에서 소비하던 아보카도는 세계적인 붐을 타고 이제는 없어서 못 파는 인기 과일이 되었는데요. 언제부터인가 아보카도의 이름 뒤에는 ‘환경파괴의 주범’이라는 딱지가 붙게 됩니다. 아보카도는 왜 그런 오명을 얻게 된 걸까요?


아보카도의 인기는 1970년대 미국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후 건강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던 80년대와 90년대를 지나 ‘영양가가 풍부하고 건강에 좋은 과일’로 인식되면서 단숨에 미국 전역과 유럽으로 인기가 확산하게 됩니다. 미국의 농산물 시장이 개방되면서 원래 산지였던 중남미에서도 아보카도의 재배와 수출이 활발하게 이루어집니다.


이런 아보카도의 인기 덕에 가장 수혜를 본 나라는 세계 최대 아보카도 생산국인 멕시코였습니다.


아보카도 열풍으로 아보카도의 가격은 폭등하게 되었고 이는 아보카도 농사를 짓던 농부들에게 전에 없는 부를 가져다 주었지만 이는 곧 재앙의 시작이기도 했습니다.


멕시코산 아보카도의 80% 정도는 빈곤지역인 미초아칸 주에서 생산됩니다. 아보카도는 가난했던이 지역에 재배에 따른 수익뿐만 아니라 일자리를 창출한 효자 작물이었습니다. 2006년부터 멕시코 정부는 대대적으로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였고, 이 과정에서 마약의 제조, 판매에 관한 활동을 하던 조직인 카르텔(cartel)들이 대거 와해되고 금전적으로 큰 손해를 보게 되는데요. 또다른 자금줄을 찾던 카르텔들은 수익성이 높은 사업인 아보카도 시장으로 마수를 뻗치게 됩니다.


성공한 아보카도 농부들의 가족을 납치해 몸값을 요구하거나, 보호세를 명목으로 돈을 갈취하기도 하였는데 이러한 금품 요구를 거절하면 밭을 불태우거나 심한 경우 살해를 저지르기까지 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일부 군인과 경찰들이 카르텔에 매수되어 피해를 당한 농부들이 신고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게 되자 결국 농민들이 자경단을 꾸려 카르텔과 똑같이 총으로 무장한 채 스스로를 지키는 상황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초기의 혼돈 위에 나름대로 질서를 세웠지만 자생한 군대조차 범죄 조직의 영향에서 벗어나기는 힘들어 멕시코의 아보카도 산업은 이제 ‘피를 부르는 산업’이 되어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담보로 한 위태로운 긴장 상태 위에 놓여 있습니다.

이런 사회적 문제 외에도 아보카도 재배는 많은 환경적 문제들을 야기합니다.


아보카도가 환경에 미치는 가장 큰 문제는 수송거리에 있습니다. 한국은 아보카도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아보카도는 재배 조건이 까다로워서 특정 기후와 지역에서만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주로 미국, 멕시코 등 북중미 국가들과 뉴질랜드에서 수천 킬로미터를 이동하는 아보카도는 이동과정에서 후숙을 위한 적정 온도 유지를 위해 보호 포장이 들어갑니다.


이렇게 아보카도 한 개가 생산지에서 우리의 식탁까지 올라오는 데에는 약 420g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됩니다. 이는 비슷한 무게의 바나나에 비해 5배나 많은 양입니다. 주요 운송 수단인 항공기와 선박에서 배출되는 질소 산화물은(NOx)은 지구온난화에 큰 영향을 미치며 미세먼지의 주범이 됩니다.

아보카도 소비량이 급증하면서 무분별한 산림 파괴 문제도 발생습니다. 수익성이 좋은 아보카도는 이제 ‘녹색 황금(green gold)’이라고 불리게 되었고 다른 개발도상국들로 하여금 아보카도 시장으로 뛰어들게 하였습니다.


케냐의 경우 유럽과 중동에서의 아보카도 수요 증가로 농부들이 재배에 더 손이 가는 커피나 차 재배를 접고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아보카도로 전향하고 있고 정부차원에서도 많은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부분은 새로운 경작지 확보를 위한 벌목과 개간입니다.


숲을 밀고 개간하는 과정에서 야생 동식물의 터전도 파괴되고 개체수 역시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습니다. 게다가 재배 과정에서 투입되는 농약과 살충제, 화학비료는 토양 오염을 가속시킵니다.


멕시코 산 아보카도의 80%를 생산하는 미초아칸 주에서는 매년 여의도 면적의 50배가 넘는 숲이 이러한 개간으로 인해 사라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아보카도 재배과정에서 발생하는 또 다른 문제는 바로 물입니다.


아보카도의 이름은 ‘물을 많이 지니고 있다.’는 뜻의 고대 아즈텍어 ‘ahuacatl’에서 유래합니다. 이름의 기원처럼 아보카도 생산에는 어마어마한 양의 물이 필요합니다.


아보카도 하나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물의 양은 평균 160리터 입니다. 오렌지 한 개의 물 필요량의 2배, 레몬의 8배가 되는 양입니다. 물론 망고나 수박처럼 아보카도보다 물을 더 많이 소비하는 과일도 있지만 문제는 아보카도의 폭발적인 소비량에 있습니다.

100제곱미터(약 30평) 규모의 아보카도 농장은 평균적으로 약 340명의 하루치 물 사용량인 10만 리터의 물을 소비합니다.


칠레에서 아보카도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페코르카(petorca) 지역에서는 지리적 요인에 의해 아보카도 하나를 재배하는 데에 약 320리터의 물이 듭니다. 이는 성인이 하루에 물 2리터를 마신다고 가정했을 때 무려 160일 동안 마실 수 있는 양이죠. 이쯤 되면 ‘물먹는 하마’를 넘어서서 ‘물먹는 고질라’ 정도 되는 것 아닐까요?


참고로 칠레는 유럽 전역에 가장 많은 양을 수출하는 나라이기도 합니다.


아보카도 경작 면적이 확대됨에 따라 주변에 물을 대던 하천들도 하나 고갈되었고 이는 물을 필요로 하는 다른 농업들에도 심각한 타격을 입혔습니다. 농부들은 불법으로 용수 파이프를 설치하거나 우물을 파기도 했지만 물고갈을 해결하지 못했고 급기야는 주민들의 생활용수조차 트럭으로 물을 사서 써야하는 처지에 이르렀습니다. 아보카도 먹이느라 사람 먹을 물이 없어지는 지경이 된 것이지요. 칠레는 현재 ‘심각한 물부족 국가’ 리스트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습니다.


처음 아보카도 붐이 시작된 캘리포니아에서도 물부족 문제는 심각합니다. 줄어드는 물공급에 아보카도 가격은 치솟았고 거기에 최근 기후위기로 인한 가뭄까지 겹쳐 미국의 아보카도 산업은 큰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아보카도의 인기가 높아지는 만큼, 재배지역도 늘어납니다. 그리고 생산지의 환경도 파괴되기 시작합니다.


우리의 건강에는 ‘슈퍼’ 푸드일 지 모르지만, 사회적으로 환경에의 영향에 있어서도 많은 문제를 일으키는 ‘트러블 메이커’인 아보카도. 평범한 사람들의 식탁에 오르는 아보카도가 마약상의 배를 불리고,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로 인해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아보카도 보이콧 운동이 일어나고 있지만 그 영향은 미미합니다.

 

아보카도의 소비에 대한 확실한 대안은 아직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태입니다. 일단은 문제점들을 인식하고 소비를 줄이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겠지만 이보다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합니다.

전문가들은 커피와 같은 인증 시스템이 해답이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기관과 정부, 농부들이 협업하여 계획과 통제에 따라 최대한 환경과 인권에 피해를 입히지 않는 선에서 작물을 재배하는 것인데요. 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한 이런 움직임들은 공정무역 인증 아보카도나 열대우림동맹(rainforest alliance)인증 아보카도의 생산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인스타 스타’이자 ‘슈퍼푸드’인 아보카도가 우리 식탁에 오르기까지 무슨 일들이 일어나는지 살펴보았는데요.


아보카도가 ‘피를 부르는 과일’, ‘환경 악당’이란 오명을 벗기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우리는 이미 커피, 설탕, 면화 등 재배과정에 여러 문제를 야기하는 작물들을 윤리적이고 현명하게 소비할 수 있는 방법들을 고안하고 안착시킨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조금 오래 걸리더라도 우리가 이 맛있는 과일을 오래도록 소비하기 위해 마땅히 가야할 길, 비자의 생각과 힘으로 만드는 시장의 변화는 지속가능한 미식을 향한 가장 중요하고 확실한 발걸음이 됩니다.

💌 셰프 김태윤

Communal Kitchen [공동 주방]

드디어 네덜란드에도 비와 바람의 계절이 끝나고 해가 쨍쨍, 15도를 웃도는 반가운 봄이 왔습니다. 이곳에선 열흘 전부터 (23/3) 모든 코로나 규제마저 사라져, 이제 정말 팬데믹이 오기 전의 모습을 조금씩 되찾아가고 있는 듯 합니다. 다른 이들과의 소통이 더욱 그리웠던 저는 여러 사람들과 함께 요리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때마침 DIT’ (Do It Together) 프로젝트가 열린다는 소식에 저는 암스테르담에 있는 Farmer Framed’ 라는 곳에 다녀왔습니다. 이 곳은 컨템퍼러리 아트, 문화 (교류) 전시와 더불어 비판적인 이론을 실행할 수 있는 예술 플랫폼으로 다양하고 창의적인 활동/워크샵 등이 이뤄지는 곳입니다. 이곳에서 열리는 다양한 DIT projects 중 제가 참여한 워크샵은 ‘Cooking Class: Culinary Boost’ 였습니다. 이  social practice 는 네덜란드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아티스트 감동환씨가 디자인한 이동가능한 ‘주방’과 다같이 모여 먹을 수 있는 공간에서 이뤄지는 활동이었습니다. 그가 만든 ‘공동 주방’에서 우리는 암스테르담에 살고 있는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민자, 유학생 부터 난민들까지)의 집밥을 재현하고 함께 먹었습니다. 같이 요리를 하고, 식사를 하면서 다양한 이야기들이 오가는, 새로운 문화와 음식에 대한 또다른 시각을 배울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저는 그곳에서 ‘요르단’의 대표 집밥 요리인 ‘Musakhan’ 이라는 음식을 처음 접했습니다. 사실 이 요리는 요르단뿐만 아니라 근처 이웃 나라인 이집트, 레바논 그리고 조금 퓨전화되었지만 그리스에서도 자주 먹는 음식이랍니다. 레시피에서 가장 중요한 재료였던 것은 ‘sumak’ 수막이라는 향신료!!! 이 요리에 들어간 총 7가지의 향신료 중 수막이라는 향신료는 이 요리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답니다. 색은 꼭 마치 비트를 갈은 것과 같은 붉은 보라빛이었고, 향과 맛은 전혀 맵거나 자극적이지 않고, 감칠맛을 내주는 정도였습니다. 그들의 향신료 예찬을 보고 있으니, 꼭 한국인의 ‘-장’ 사랑이 떠올라 반가웠습니다.


재밌는 요리 방법들도 배웠습니다. 요르단에서는 닭과 같은 고기를 세척할 때는 꼭! 레몬을 닭 살(껍질) 위에 비벼줍니다. 위생 상의 이유도 있지만 이렇게 하면 더욱 맛있어진다는군요. 마치 레몬 = 비누 인 것처럼요. 빵에 음식을 얹어 같이 먹는 경우도 많은데 그럴 때는 꼭 빵을 요리된 국물에 적셔서 5분 정도 오븐에 굽습니다.


요르단과 이집트의 노래를 들으며, 맛있게 코를 간지럽히는 향신료의 냄새를 맡으니 마치 요르단의 시장에서 요리를 하고 있는 듯한 기분 좋은 착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여러분에게는 ‘공동 주방’ 에 대한 어떠한 기억들이 있으신가요? 저는 대학 시절, 같이 사는 친구들과 집에 남아있는 재료들을 가지고 루마니아식 스프나 잡동사니 김밥 같은, 이름 모를 음식들을 해먹으며 즐거웠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주방을 공유하며 함께 요리하는 즐거움 덕분에 하마터면 음식물 쓰레기가 될 뻔한 재료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살릴 수 있었습니다.


바쁜 생활과 1인 가구 증가로 인해 혼자 식사를 하는 ‘혼밥러’ 들이 많아지면서 혼자 하는 식사는 너무나 흔한 일이 되었습니다. 한국의 경우 20대들의 90.2%는 혼밥을 즐기는 나홀로족이라고 합니다. 한국 만큼은 아니지만 네덜란드에서도 혼밥러들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혼자 먹는 것의 즐거움과 편리함도 분명 있지만 같이 먹는 것, 같이 요리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측면의 긍정적인 효과는 지속가능한 음식 문화를 구축하는 데에 많은 도움을 줍니다. 주방을 공유하면서 문화적인 교류를 가질 뿐만 아니라, 단순히 배를 채우는 음식 문화에서 벗어나 어떠한 것이 더 건강한 음식이며 친환경적인지에 대해 함께 고민도 할 수 있는 의식적인 식사를 할 수도 있습니다. 공동 주방을 통해 요리 과정에 참여하게되고, 의미있는 다양한 이야기들도 듣게 되면서 음식의 또 다른 가치를 발견하게 됩니다. 이제는 혼밥러의 시대가 아닌 다같이 재료 준비서부터 요리에까지 참여하는, 음식과 문화를 공유하는 '다밥러'의 시대가 펼쳐졌음 좋겠습니다!

💌 디자이너 안소연

살아남아야 미식도 존재한다

인류가 절멸할 수 있는 절체절명의 비극 앞에서 지속가능한 미식을 논하는 것은 어쩐지 배부른 소리 같습니다. 하지만 어리석은 행동을 반복함에도 인간이 여전히 매력적인 이유는 낭만을 즐길 줄 아는 심성 때문이겠죠. 먹고 마시는 행위를 통해 매일같이 사회에 참여하는 우리 개인에게 어쩌면 인류를 구할, 그리하여 미식을 탐미하고 예찬하는 일을 지속할 해법이 있을지 모릅니다.

 

지속가능한 미식에는 전제 조건이 하나 붙습니다. 인류의 생존이 과연 지속가능할 것인가. 이때 지속가능하다의 주어 자리에 지구가 아닌 인류를 앉힌 이유는 기후위기로 인류가 절멸하더라도 지구는 놀라운 자정 능력으로 살아남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6500만여 년 전 공룡이 멸절한 후에도 지구가 건재했듯 말입니다. 우리는 심각한 기후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산업화 이후 지난 100년간 인류는 지구 온도를 1도 이상 끌어올렸습니다. 과거 지구에 빙하기와 간빙기가 반복된 주기가 10만년이었으며, 두 시기 사이의 온도차가 불과 7~8도였다고 하니 근현대의 인류가 얼마나 바보 같은 짓을 했는지 정신이 번쩍 들 지경입니다. 지금처럼 아무런 위기의식 없이 자원을 낭비하다가는 곧 인류가 절멸할지 모릅니다. 그런 비극을 피하고자 2015년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상승하는 온도를 1.5도로 제한하기로 협의했습니다.


축산업이 전세계 탄소 배출의 18%나 차지한다고 하니 미식업계도 책임 있는 태도를 취해야 할 때입니다. 여기에 어업과 농업은 물론 가축들을 먹일 사료를 생산하는 일, 전체 음식 중 3분의 1을 차지하는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는 일, 식재료 유통, 소비자가 이를 섭취하며 발생하는 탄소를 덧붙이면 우리가 식재료를 생산, 유통, 판매, 소비하는 과정에서 기후위기에 얼마나 지대한 기여를 하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많은 미식업계 관계자들이 지속가능한 미식을 이야기하며 ‘푸드마일’ ‘탄소발자국’과 같은 단어를 강조합니다. 이는 식재료를 유통하는 데 발생하는 탄소를 의미합니다. 식재료를 먼 곳에서 공수하면 할수록 이를 옮기는 과정에서 더 많은 탄소가 발생하겠죠. 푸드마일, 탄소발자국도 충분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하지만 축산업과 비교하면 그 심각성은 미미한 수준입니다. 전세계 모든 종류의 운송 수단이 배출하는 탄소의 양은 13.5%입니다. 그중 식재료 운송으로 인해 발생하는 탄소는 일부에 불과할 테니 축산업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적은 양이죠. 그러므로 축산업을 바로잡는 일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축산업에 변화를 일으키려면 소비자들이 먼저 움직여야 합니다. 당장의 생계가 걸린 축산업 관계자들이 스스로 변화를 꾀하기는 힘들 테니요. 이때 동물권으로 접근하는 것은 견해 차이로 인해 논점이 흐려지는 등 설득력을 갖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오히려 개인의 건강과 결부하여 설득하는 것이 더 효과적입니다. 사람들은 여전히 동물성 단백질에 이상한 환상을 품고 있습니다. 당장 닭가슴살을 먹으면 근육이 생기는 줄 압니다. 이것은 마치 밭에 설탕을 뿌려 과일의 당도를 높인다는 가설처럼 허무맹랑합니다. 물론 설탕의 양분이 과일이 생장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직접적으로 당도를 올릴 수는 없습니다. 최근 업계를 뜨겁게 달군 스테비아 토마토도 스테비아를 농사 기법에 접목해 당도를 올린 것처럼 포장했으나 알고 보니 수확한 토마토에 스테비아 희석액을 인위적으로 주입한 것이었습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근육은 먹어서 형성하는 것이 아니라 운동을 통해 수축과 이완을 무한 반복해서 늘려 나가는 것입니다. 오히려 근육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는 영양분은 탄수화물입니다. 더 오래 운동할 수 있도록 하는 에너지원이 탄수화물이니까요.


사람들이 여전히 많이 모르는 사실이 하나 더 있습니다. 단백질은 광합성을 통해 합성됩니다. 광합성은 식물과 해조류만이 할 수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죠. 즉, 동물의 몸에 단백질이 존재하는 이유는 그들이 풀을 먹었기 때문입니다. 충분한 단백질을 섭취하는 일이 주된 목표라면 채소를 먹으면 됩니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더 게임 체인저스>에서 육식주의자의 몸에 흡수된 단백질을 분석한 결과 절반 가량이 식물성 식품에서 유래한 물질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콜레스테롤을 떠안는 한편 혈액은 점점 산성화되어 칼슘이 몸밖으로 줄줄 새는 희생을 감수하면서까지 육식을 고집해온 사람들이 어리둥절할 이야기입니다. 사실 성장기가 지난 우리 성인은 생각만큼 많은 단백질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자신에게 더 많은 단백질이 필요하다고 느낀다면 채소를 먹으면 됩니다. 괜히 우회하여 육식을 통해 단백질을 섭취하려 드니 가축에게 먹일 사료를 생산하느라 광활한 대지가 낭비되고 있습니다. 그만큼의 숲이, 탄소를 격리하는 기능을 하는 나무가 스러졌겠죠. 또 우리는 엄청난 양의 사료용 곡식을 생산하고 나르는 데 터무니없이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탄소를 마구마구 배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더 허무한 점은 최종적으로 생산한 고기의 양이 들이는 희생에 비해 더없이 적다는 사실입니다. 이렇게 비효율적일 수가 없습니다.


자신의 몸을 망치는 동시에 기후위기 시계를 앞당기는 육식 사랑은 이제 멈춰야 할 때입니다. 인류가 앞으로도 살아남을 뿐 아니라 ‘미식’이라는 잉여로운 즐거움을 계속 누리려면 지구의 온도가 1.5도 이상 오르지 않도록 잘 붙들고 있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탄소 배출이 적은 재생에너지를 일상의 동력으로 적극 도입하고 전기자동차나 수소자동차로 갈아타야 합니다. 하지만 빠듯한 현실에서 당장 한전과 작별하고 멀쩡한 내연기관차를 버릴 수는 없겠죠. 가장 쉬운 방법은 고기가 정말 내 몸에 이로운지 들여다보며 점차 육식을 줄여 나가는 일입니다. 인류의 절멸 앞에서 너무 작은 행동 같겠지만, 우리는 먹는 행위를 통해 일상에서 적어도 하루에 두 번 이상 사회에 참여하고 목소리를 냅니다.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죠. 개인이 기후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조금씩 노력할 때 미식이 지속가능하며 지속가능한 미식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먹으면서 먹는 이야기하는 것만큼 즐거운 일이 있을까요. 그 즐거움이 과거의 유희로 남지 않도록 오늘 먹을 고기를 내일로, 내일 먹을 고기를 모레로 미루며 서서히 멀어지는 수밖에 다른 뾰족한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 이주연

(미식 칼럼니스트·기후위기 대응 매거진 <1.5도씨> 편집장) 

서평 ‘에콜로지스트 가이드 – 푸드’


“때론 놀랍고 때론 논란을 일으키게 될 이 가이드는 

윤리적인 선택을 하고 지속가능한 삶을 사는 데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것이다.”

- 잭 골드스미스, 환경운동가, <추천 서문> 중에서


이 책은 인간과 자연의 올바른 관계를 추구하는 철학적 태도 혹은 사회운동의 한 갈래를 뜻하는 에콜로지(ecology, 생태주의)를 삶의 방향으로 택한 사람들, 즉 ‘에콜로지스트’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책이면서, 세계적인 환경 저널 <더 에콜로지스트>의 취재 콘텐츠로 제작된 가이드북입니다. 지구와 인간 모두를 위해 어떻게 하면 좀 더 나은 선택을 하며 살 수 있을까- 하는 윤리적 고민에 빠진 사람들을 위한 이 책은 바나나, 망고, 파인애플 등의 열대 과일, 토마토와 샐러드용 채소, 고기와 달걀, 연어, 새우, 두유, 커피와 차, 와인, 올리브 오일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매일 먹고 마시는 음식들은 어떻게 우리 입으로 오기까지의 과정에 대해 취재하고 그 윤리적인 소비에 대한 지침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소비자 자리에 있는 이들이 잘 모르는 식재료들의 이면을 차근차근 밝힙니다. 이 중에는 아마도 어디선가 어렴풋이 들어보았거나 들었더라도 잊고자 했던 대목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매일 그들을 소비하는 순간에도 이면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변하지 않습니다. 윤리적인 소비를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면 말이지요.


푸드 편과 패션 편으로 나누어 출간된 이 책은 각 주제별로 총체적인 이해를 돕는 일목요연한 구성과 멋진 일러스트가 어우러져 다소 무거운 주제들임에도 쉽고 빠르게 읽을 수 있습니다.


지구환경 문제와 동물복지 또는 윤리적 소비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가 필요했던 분들에게도 교양서로 권해드릴 만한 책입니다. 

가죽나물전


두릅나무순, 엄나무순, 옻나무순, 화살나무순, 오가피나무순, 다래나무순, 참죽나무순…

딱 이맘때만 만날 수 있어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맛이 있습니다. 저에게 봄은 봄나물, 특히 순을 만날 수 있어 더욱 신나는 계절이 아닐 수 없습니다.


여러분에게 소개하고 싶은 맛있는 나물들이 너무 많은데 어쩜 좋죠 ㅎㅎ 이번 달에는 반드시, 반드시! 봄나물 정리에 돌입하며 봄나물 번개를 쳐보리라 다짐하면서!!!😊;; 가장 간단하면서도 독특한 향을 느낄 수 있는 가죽나물전을 소개합니다.

 

요리 방법이랄 것도 사실 없어요.

가죽나물, 밀가루 (혹은 부침가루), 고추장, 물, 식용류_ 재료 준비 끝입니다.

저는 두 가지 방법의 전을 부쳐 보시라 권하고 싶은데요. 그 전에 여쭙고 싶은 말, 여러분은 나물 어떻게 무쳐 드시나요?

각각의 나물은 저마다 독특한 향과 식감, 맛을 가집니다. 그래서 어떤 나물은 청장이, 어떤 나물은 된장이, 어떤 나물은 고추장이 잘 어울려요. 오늘 소개할 가죽나물은 단연코 고추장과 궁합이 가장 좋은 나물입니다. 가죽나물을 드셔보신 분들은 느끼시겠지만 참죽나무의 순인 가죽나물은 독특한 향과 기름내가 느껴지는 개성 넘치는 나물인데요. 특히 지리산, 덕유산 권역의 어르신들은 고추장 독에 가죽나물을 박아두고 오래 보관하며 드시기도 하시지요.


요리 방법은 간단합니다.

첫 번째 방법은 여러분이 나물전을 부쳐 드시는 그대로입니다. 부침 가루를 준비하셔도 좋고 밀가루를 준비하신 분은 청장을 살짝 넣어주세요. (부침개의 감칠맛이 달라진답니다.) 이 방법은 가죽나물의 꼬수운 기름내를 가장 정면으로 만날 수 있는 방법입니다. 가죽나물은 기름과 만나 향이 두 배로 강렬해지면서도 부드러워지는 특징이 있거든요.

두 번째 방법은 고추장떡으로 부쳐 드시는 방법입니다. 밀가루에 고추장을 살짝 풀어 붉은 빛이 도는 부침 반죽을 만들고 가죽나물을 넣어 부쳐 드세요. 기름과 고추장, 그리고 가죽나물의 궁합은 어르신들이 가죽나물을 즐기는 가장 오래된 방법이자 가장 입맛도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압니다.

 

가죽나물전이 준비되었다면 약간의 탄산감이 도는 막걸리를 준비하셔야죠. 😊,

꼬수운 내 진동하는 행복한 봄날 보내셔요!   

두릅이며 눈개승마며- 맛있는 봄나물 소식이 들려오는 것 보니 이 계절이 실감이 납니다. 여러분의 장바구니에는 어떤 봄맛이 들었으려나요?😊


아워플래닛의 인스타그램을 팔로우 하시는 분들은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저희의 오프라인 공간 오픈이 임박했습니다! 🙌 공간 이름은 #플래닛랩 planeat Lab 으로 정했답니다.


지속가능미식연구소, 플래닛 랩에서는 다양한 일들이 벌어질 예정인데요. 4월 9일에는 채소생활 @vegelab 과 함께 채소의 다양한 매력을 경험하는 워크샵&다이닝 프로그램 <#계절의기억 : 봄의절정>을 준비합니다. 매달 다양한 품종의 채소와 품종별 테이스팅, 비건 다이닝이 계획되어 있으니 많은 관심 바랄게요! ( 플래닛뉴스 구독자들께는 다음 계절의기억 이 5월 14일 예정이라는 스포! 날려드립니다. 😊 )


이 외에도 다양한 미식 모임과 쿠킹 클래스, 팝업 다이닝이 준비될 예정이니 플래닛랩의 프로젝트가 궁금하신 분들은 아워플래닛의 인스타그램을 주목해주세요!  


 4의 플래닛뉴스  


  1. 김태윤 셰프 @abu_kim_ty 의 지속가능한 식재료 이야기 트러블 메이커 ‘아보카도’ 를 전합니다.
  2. Letter from the Netherlands 는 안소연 디자이너 @amisoybean 가 전합니다. 지속가능한 식문화, DIT project_공동주방 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3. 신설된 코너죠 😊 For Earth, For Us 에서는 아워플래닛의 친구들이 생각하는 #지속가능한미식 에 대한 생각을 나눕니다. 첫 번째 초대 친구는 미식 칼럼니스트이자 기후위기 대응 매거진 <1.5도씨> 의 편집장인 이주연님 @typicaljoo 입니다.
  4. 4월의 책소개, Book of the Month 에서는 ‘에콜로지스트 가이드 푸드’ 리뷰를 나눕니다.
  5. planEAT Recipe 는 음식탐험가 장민영 @foodexplorer_min02 이 소개합니다. 봄에 빼놓을 수 없는 맛! 지리산의 ‘가죽나물전’ 함께 드셔보시죠.

트러블 메이커 ‘아보카도’ 

아보카도 좋아하시나요? 

SNS상에 #아보카도 #아보카도요리 라는 해시태그로 검색하면 수많은 아보카도 사진들이 화면을 채웁니다. 샐러드와 샌드위치의 단골 재료였던 아보카도는 음료수 안에도, 햄버거와 아이스크림 재료로까지 폭넓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숲 속의 버터’라고 불릴 정도로 고소한 맛이 매력적인 아보카도는 비타민, 미네랄, 식이섬유, 철분, 엽산 등의 영양분도 풍부하여 슈퍼푸드로 각광을 받게 되면서 전 세계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10년 전에 비해 수입량이 30배가량 늘었고 아보카도의 맛에 눈을 뜬 중산층이 많아진 중국에서는 지난 7년 동안 아보카도 수입량이 1000배나 증가했습니다.


과거에 주로 북미와 남미에서 소비하던 아보카도는 세계적인 붐을 타고 이제는 없어서 못 파는 인기 과일이 되었는데요. 언제부터인가 아보카도의 이름 뒤에는 ‘환경파괴의 주범’이라는 딱지가 붙게 됩니다. 아보카도는 왜 그런 오명을 얻게 된 걸까요? 


아보카도의 인기는 1970년대 미국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후 건강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던 80년대와 90년대를 지나 ‘영양가가 풍부하고 건강에 좋은 과일’로 인식되면서 단숨에 미국 전역과 유럽으로 인기가 확산하게 됩니다. 미국의 농산물 시장이 개방되면서 원래 산지였던 중남미에서도 아보카도의 재배와 수출이 활발하게 이루어집니다.


이런 아보카도의 인기 덕에 가장 수혜를 본 나라는 세계 최대 아보카도 생산국인 멕시코였습니다.


아보카도 열풍으로 아보카도의 가격은 폭등하게 되었고 이는 아보카도 농사를 짓던 농부들에게 전에 없는 부를 가져다 주었지만 이는 곧 재앙의 시작이기도 했습니다.


멕시코산 아보카도의 80% 정도는 빈곤지역인 미초아칸 주에서 생산됩니다. 아보카도는 가난했던이 지역에 재배에 따른 수익뿐만 아니라 일자리를 창출한 효자 작물이었습니다. 2006년부터 멕시코 정부는 대대적으로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였고, 이 과정에서 마약의 제조, 판매에 관한 활동을 하던 조직인 카르텔(cartel)들이 대거 와해되고 금전적으로 큰 손해를 보게 되는데요. 또다른 자금줄을 찾던 카르텔들은 수익성이 높은 사업인 아보카도 시장으로 마수를 뻗치게 됩니다.


성공한 아보카도 농부들의 가족을 납치해 몸값을 요구하거나, 보호세를 명목으로 돈을 갈취하기도 하였는데 이러한 금품 요구를 거절하면 밭을 불태우거나 심한 경우 살해를 저지르기까지 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일부 군인과 경찰들이 카르텔에 매수되어 피해를 당한 농부들이 신고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게 되자 결국 농민들이 자경단을 꾸려 카르텔과 똑같이 총으로 무장한 채 스스로를 지키는 상황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초기의 혼돈 위에 나름대로 질서를 세웠지만 자생한 군대조차 범죄 조직의 영향에서 벗어나기는 힘들어 멕시코의 아보카도 산업은 이제 ‘피를 부르는 산업’이 되어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담보로 한 위태로운 긴장 상태 위에 놓여 있습니다.

이런 사회적 문제 외에도 아보카도 재배는 많은 환경적 문제들을 야기합니다.


아보카도가 환경에 미치는 가장 큰 문제는 수송거리에 있습니다. 한국은 아보카도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아보카도는 재배 조건이 까다로워서 특정 기후와 지역에서만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주로 미국, 멕시코 등 북중미 국가들과 뉴질랜드에서 수천 킬로미터를 이동하는 아보카도는 이동과정에서 후숙을 위한 적정 온도 유지를 위해 보호 포장이 들어갑니다.


이렇게 아보카도 한 개가 생산지에서 우리의 식탁까지 올라오는 데에는 약 420g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됩니다. 이는 비슷한 무게의 바나나에 비해 5배나 많은 양입니다. 주요 운송 수단인 항공기와 선박에서 배출되는 질소 산화물은(NOx)은 지구온난화에 큰 영향을 미치며 미세먼지의 주범이 됩니다.

아보카도 소비량이 급증하면서 무분별한 산림 파괴 문제도 발생했습니다. 수익성이 좋은 아보카도는 이제 ‘녹색 황금(green gold)’이라고 불리게 되었고 다른 개발도상국들로 하여금 아보카도 시장으로 뛰어들게 하였습니다.


케냐의 경우 유럽과 중동에서의 아보카도 수요 증가로 농부들이 재배에 더 손이 가는 커피나 차 재배를 접고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아보카도로 전향하고 있고 정부차원에서도 많은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부분은 새로운 경작지 확보를 위한 벌목과 개간입니다.


숲을 밀고 개간하는 과정에서 야생 동식물의 터전도 파괴되고 개체수 역시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습니다. 게다가 재배 과정에서 투입되는 농약과 살충제, 화학비료는 토양 오염을 가속시킵니다.


멕시코 산 아보카도의 80%를 생산하는 미초아칸 주에서는 매년 여의도 면적의 50배가 넘는 숲이 이러한 개간으로 인해 사라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아보카도 재배과정에서 발생하는 또 다른 문제는 바로 물입니다.


아보카도의 이름은 ‘물을 많이 지니고 있다.’는 뜻의 고대 아즈텍어 ‘ahuacatl’에서 유래합니다. 이름의 기원처럼 아보카도 생산에는 어마어마한 양의 물이 필요합니다.


아보카도 하나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물의 양은 평균 160리터 입니다. 오렌지 한 개의 물 필요량의 2배, 레몬의 8배가 되는 양입니다. 물론 망고나 수박처럼 아보카도보다 물을 더 많이 소비하는 과일도 있지만 문제는 아보카도의 폭발적인 소비량에 있습니다.

100제곱미터(약 30평) 규모의 아보카도 농장은 평균적으로 약 340명의 하루치 물 사용량인 10만 리터의 물을 소비합니다.


칠레에서 아보카도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페코르카(petorca) 지역에서는 지리적 요인에 의해 아보카도 하나를 재배하는 데에 약 320리터의 물이 듭니다. 이는 성인이 하루에 물 2리터를 마신다고 가정했을 때 무려 160일 동안 마실 수 있는 양이죠. 이쯤 되면 ‘물먹는 하마’를 넘어서서 ‘물먹는 고질라’ 정도 되는 것 아닐까요?


참고로 칠레는 유럽 전역에 가장 많은 양을 수출하는 나라이기도 합니다.


아보카도 경작 면적이 확대됨에 따라 주변에 물을 대던 하천들도 하나 고갈되었고 이는 물을 필요로 하는 다른 농업들에도 심각한 타격을 입혔습니다. 농부들은 불법으로 용수 파이프를 설치하거나 우물을 파기도 했지만 물고갈을 해결하지 못했고 급기야는 주민들의 생활용수조차 트럭으로 물을 사서 써야하는 처지에 이르렀습니다. 아보카도 먹이느라 사람 먹을 물이 없어지는 지경이 된 것이지요. 칠레는 현재 ‘심각한 물부족 국가’ 리스트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습니다.


처음 아보카도 붐이 시작된 캘리포니아에서도 물부족 문제는 심각합니다. 줄어드는 물공급에 아보카도 가격은 치솟았고 거기에 최근 기후위기로 인한 가뭄까지 겹쳐 미국의 아보카도 산업은 큰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아보카도의 인기가 높아지는 만큼, 재배지역도 늘어납니다. 그리고 생산지의 환경도 파괴되기 시작합니다.


우리의 건강에는 ‘슈퍼’ 푸드일 지 모르지만, 사회적으로 환경에의 영향에 있어서도 많은 문제를 일으키는 ‘트러블 메이커’인 아보카도. 평범한 사람들의 식탁에 오르는 아보카도가 마약상의 배를 불리고,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로 인해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아보카도 보이콧 운동이 일어나고 있지만 그 영향은 미미합니다.

 

아보카도의 소비에 대한 확실한 대안은 아직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태입니다. 일단은 문제점들을 인식하고 소비를 줄이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겠지만 이보다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합니다.

전문가들은 커피와 같은 인증 시스템이 해답이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기관과 정부, 농부들이 협업하여 계획과 통제에 따라 최대한 환경과 인권에 피해를 입히지 않는 선에서 작물을 재배하는 것인데요. 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한 이런 움직임들은 공정무역 인증 아보카도나 열대우림동맹(rainforest alliance)인증 아보카도의 생산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인스타 스타’이자 ‘슈퍼푸드’인 아보카도가 우리 식탁에 오르기까지 무슨 일들이 일어나는지 살펴보았는데요.


아보카도가 ‘피를 부르는 과일’, ‘환경 악당’이란 오명을 벗기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우리는 이미 커피, 설탕, 면화 등 재배과정에 여러 문제를 야기하는 작물들을 윤리적이고 현명하게 소비할 수 있는 방법들을 고안하고 안착시킨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조금 오래 걸리더라도 우리가 이 맛있는 과일을 오래도록 소비하기 위해 마땅히 가야할 길, 소비자의 생각과 힘으로 만드는 시장의 변화는 지속가능한 미식을 향한 가장 중요하고 확실한 발걸음이 됩니다.

  셰프 김태윤

Communal Kitchen '공동 주방'

드디어 네덜란드에도 비와 바람의 계절이 끝나고 해가 쨍쨍, 15도를 웃도는 반가운 봄이 왔습니다. 이곳에선 열흘 전부터 (23/3) 모든 코로나 규제마저 사라져, 이제 정말 팬데믹이 오기 전의 모습을 조금씩 되찾아가고 있는 듯 합니다. 다른 이들과의 소통이 더욱 그리웠던 저는 여러 사람들과 함께 요리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때마침 ‘DIT’ (Do It Together) 프로젝트가 열린다는 소식에 저는 암스테르담에 있는 ‘Farmer Framed’ 라는 곳에 다녀왔습니다. 이 곳은 컨템퍼러리 아트, 문화 (교류) 전시와 더불어 비판적인 이론을 실행할 수 있는 예술 플랫폼으로 다양하고 창의적인 활동/워크샵 등이 이뤄지는 곳입니다. 이곳에서 열리는 다양한 DIT projects 중 제가 참여한 워크샵은 ‘Cooking Class: Culinary Boost’ 였습니다. 이  social practice 는 네덜란드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아티스트 감동환씨가 디자인한 이동가능한 ‘주방’과 다같이 모여 먹을 수 있는 공간에서 이뤄지는 활동이었습니다. 그가 만든 ‘공동 주방’에서 우리는 암스테르담에 살고 있는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민자, 유학생 부터 난민들까지)의 집밥을 재현하고 함께 먹었습니다. 같이 요리를 하고, 식사를 하면서 다양한 이야기들이 오가는, 새로운 문화와 음식에 대한 또다른 시각을 배울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저는 그곳에서 ‘요르단’의 대표 집밥 요리인 ‘Musakhan’ 이라는 음식을 처음 접했습니다. 사실 이 요리는 요르단뿐만 아니라 근처 이웃 나라인 이집트, 레바논 그리고 조금 퓨전화되었지만 그리스에서도 자주 먹는 음식이랍니다. 레시피에서 가장 중요한 재료였던 것은 ‘sumak’ 수막이라는 향신료!!! 이 요리에 들어간 총 7가지의 향신료 중 수막이라는 향신료는 이 요리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답니다. 색은 꼭 마치 비트를 갈은 것과 같은 붉은 보라빛이었고, 향과 맛은 전혀 맵거나 자극적이지 않고, 감칠맛을 내주는 정도였습니다. 그들의 향신료 예찬을 보고 있으니, 꼭 한국인의 ‘-장’ 사랑이 떠올라 반가웠습니다.


재밌는 요리 방법들도 배웠습니다. 요르단에서는 닭과 같은 고기를 세척할 때는 꼭! 레몬을 닭 살(껍질) 위에 비벼줍니다. 위생 상의 이유도 있지만 이렇게 하면 더욱 맛있어진다는군요. 마치 레몬 = 비누 인 것처럼요. 빵에 음식을 얹어 같이 먹는 경우도 많은데 그럴 때는 꼭 빵을 요리된 국물에 적셔서 5분 정도 오븐에 굽습니다.


요르단과 이집트의 노래를 들으며, 맛있게 코를 간지럽히는 향신료의 냄새를 맡으니 마치 요르단의 시장에서 요리를 하고 있는 듯한 기분 좋은 착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여러분에게는 ‘공동 주방’ 에 대한 어떠한 기억들이 있으신가요? 저는 대학 시절, 같이 사는 친구들과 집에 남아있는 재료들을 가지고 루마니아식 스프나 잡동사니 김밥 같은, 이름 모를 음식들을 해먹으며 즐거웠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주방을 공유하며 함께 요리하는 즐거움 덕분에 하마터면 음식물 쓰레기가 될 뻔한 재료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살릴 수 있었습니다.

바쁜 생활과 1인 가구 증가로 인해 혼자 식사를 하는 ‘혼밥러’ 들이 많아지면서 혼자 하는 식사는 너무나 흔한 일이 되었습니다. 한국의 경우 20대들의 90.2%는 혼밥을 즐기는 나홀로족이라고 합니다. 한국 만큼은 아니지만 네덜란드에서도 혼밥러들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혼자 먹는 것의 즐거움과 편리함도 분명 있지만 같이 먹는 것, 같이 요리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측면의 긍정적인 효과는 지속가능한 음식 문화를 구축하는 데에 많은 도움을 줍니다. 주방을 공유하면서 문화적인 교류를 가질 뿐만 아니라, 단순히 배를 채우는 음식 문화에서 벗어나 어떠한 것이 더 건강한 음식이며 친환경적인지에 대해 함께 고민도 할 수 있는 의식적인 식사를 할 수도 있습니다. 공동 주방을 통해 요리 과정에 참여하게되고, 의미있는 다양한 이야기들도 듣게 되면서 음식의 또 다른 가치를 발견하게 됩니다. 이제는 혼밥러의 시대가 아닌 다같이 재료 준비서부터 요리에까지 참여하는, 음식과 문화를 공유하는 '다밥러'의 시대가 펼쳐졌음 좋겠습니다!

  디자이너 안소연


살아남아야 미식도 존재한다

인류가 절멸할 수 있는 절체절명의 비극 앞에서 지속가능한 미식을 논하는 것은 어쩐지 배부른 소리 같습니다. 하지만 어리석은 행동을 반복함에도 인간이 여전히 매력적인 이유는 낭만을 즐길 줄 아는 심성 때문이겠죠. 먹고 마시는 행위를 통해 매일같이 사회에 참여하는 우리 개인에게 어쩌면 인류를 구할, 그리하여 미식을 탐미하고 예찬하는 일을 지속할 해법이 있을지 모릅니다.

 

지속가능한 미식에는 전제 조건이 하나 붙습니다. 인류의 생존이 과연 지속가능할 것인가. 이때 지속가능하다의 주어 자리에 지구가 아닌 인류를 앉힌 이유는 기후위기로 인류가 절멸하더라도 지구는 놀라운 자정 능력으로 살아남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6500만여 년 전 공룡이 멸절한 후에도 지구가 건재했듯 말입니다. 우리는 심각한 기후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산업화 이후 지난 100년간 인류는 지구 온도를 1도 이상 끌어올렸습니다. 과거 지구에 빙하기와 간빙기가 반복된 주기가 10만년이었으며, 두 시기 사이의 온도차가 불과 7~8도였다고 하니 근현대의 인류가 얼마나 바보 같은 짓을 했는지 정신이 번쩍 들 지경입니다. 지금처럼 아무런 위기의식 없이 자원을 낭비하다가는 곧 인류가 절멸할지 모릅니다. 그런 비극을 피하고자 2015년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상승하는 온도를 1.5도로 제한하기로 협의했습니다.


축산업이 전세계 탄소 배출의 18%나 차지한다고 하니 미식업계도 책임 있는 태도를 취해야 할 때입니다. 여기에 어업과 농업은 물론 가축들을 먹일 사료를 생산하는 일, 전체 음식 중 3분의 1을 차지하는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는 일, 식재료 유통, 소비자가 이를 섭취하며 발생하는 탄소를 덧붙이면 우리가 식재료를 생산, 유통, 판매, 소비하는 과정에서 기후위기에 얼마나 지대한 기여를 하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많은 미식업계 관계자들이 지속가능한 미식을 이야기하며 ‘푸드마일’ ‘탄소발자국’과 같은 단어를 강조합니다. 이는 식재료를 유통하는 데 발생하는 탄소를 의미합니다. 식재료를 먼 곳에서 공수하면 할수록 이를 옮기는 과정에서 더 많은 탄소가 발생하겠죠. 푸드마일, 탄소발자국도 충분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하지만 축산업과 비교하면 그 심각성은 미미한 수준입니다. 전세계 모든 종류의 운송 수단이 배출하는 탄소의 양은 13.5%입니다. 그중 식재료 운송으로 인해 발생하는 탄소는 일부에 불과할 테니 축산업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적은 양이죠. 그러므로 축산업을 바로잡는 일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축산업에 변화를 일으키려면 소비자들이 먼저 움직여야 합니다. 당장의 생계가 걸린 축산업 관계자들이 스스로 변화를 꾀하기는 힘들 테니요. 이때 동물권으로 접근하는 것은 견해 차이로 인해 논점이 흐려지는 등 설득력을 갖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오히려 개인의 건강과 결부하여 설득하는 것이 더 효과적입니다. 사람들은 여전히 동물성 단백질에 이상한 환상을 품고 있습니다. 당장 닭가슴살을 먹으면 근육이 생기는 줄 압니다. 이것은 마치 밭에 설탕을 뿌려 과일의 당도를 높인다는 가설처럼 허무맹랑합니다. 물론 설탕의 양분이 과일이 생장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직접적으로 당도를 올릴 수는 없습니다. 최근 업계를 뜨겁게 달군 스테비아 토마토도 스테비아를 농사 기법에 접목해 당도를 올린 것처럼 포장했으나 알고 보니 수확한 토마토에 스테비아 희석액을 인위적으로 주입한 것이었습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근육은 먹어서 형성하는 것이 아니라 운동을 통해 수축과 이완을 무한 반복해서 늘려 나가는 것입니다. 오히려 근육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는 영양분은 탄수화물입니다. 더 오래 운동할 수 있도록 하는 에너지원이 탄수화물이니까요.


사람들이 여전히 많이 모르는 사실이 하나 더 있습니다. 단백질은 광합성을 통해 합성됩니다. 광합성은 식물과 해조류만이 할 수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죠. 즉, 동물의 몸에 단백질이 존재하는 이유는 그들이 풀을 먹었기 때문입니다. 충분한 단백질을 섭취하는 일이 주된 목표라면 채소를 먹으면 됩니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더 게임 체인저스>에서 육식주의자의 몸에 흡수된 단백질을 분석한 결과 절반 가량이 식물성 식품에서 유래한 물질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콜레스테롤을 떠안는 한편 혈액은 점점 산성화되어 칼슘이 몸밖으로 줄줄 새는 희생을 감수하면서까지 육식을 고집해온 사람들이 어리둥절할 이야기입니다. 사실 성장기가 지난 우리 성인은 생각만큼 많은 단백질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자신에게 더 많은 단백질이 필요하다고 느낀다면 채소를 먹으면 됩니다. 괜히 우회하여 육식을 통해 단백질을 섭취하려 드니 가축에게 먹일 사료를 생산하느라 광활한 대지가 낭비되고 있습니다. 그만큼의 숲이, 탄소를 격리하는 기능을 하는 나무가 스러졌겠죠. 또 우리는 엄청난 양의 사료용 곡식을 생산하고 나르는 데 터무니없이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탄소를 마구마구 배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더 허무한 점은 최종적으로 생산한 고기의 양이 들이는 희생에 비해 더없이 적다는 사실입니다. 이렇게 비효율적일 수가 없습니다.


자신의 몸을 망치는 동시에 기후위기 시계를 앞당기는 육식 사랑은 이제 멈춰야 할 때입니다. 인류가 앞으로도 살아남을 뿐 아니라 ‘미식’이라는 잉여로운 즐거움을 계속 누리려면 지구의 온도가 1.5도 이상 오르지 않도록 잘 붙들고 있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탄소 배출이 적은 재생에너지를 일상의 동력으로 적극 도입하고 전기자동차나 수소자동차로 갈아타야 합니다. 하지만 빠듯한 현실에서 당장 한전과 작별하고 멀쩡한 내연기관차를 버릴 수는 없겠죠. 가장 쉬운 방법은 고기가 정말 내 몸에 이로운지 들여다보며 점차 육식을 줄여 나가는 일입니다. 인류의 절멸 앞에서 너무 작은 행동 같겠지만, 우리는 먹는 행위를 통해 일상에서 적어도 하루에 두 번 이상 사회에 참여하고 목소리를 냅니다.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죠. 개인이 기후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조금씩 노력할 때 미식이 지속가능하며 지속가능한 미식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먹으면서 먹는 이야기하는 것만큼 즐거운 일이 있을까요. 그 즐거움이 과거의 유희로 남지 않도록 오늘 먹을 고기를 내일로, 내일 먹을 고기를 모레로 미루며 서서히 멀어지는 수밖에 다른 뾰족한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이주연(미식 칼럼니스트·기후위기 대응 매거진 <1.5도씨> 편집장)

서평 ‘에콜로지스트 가이드 – 푸드’


“때론 놀랍고 때론 논란을 일으키게 될 이 가이드는 

윤리적인 선택을 하고 지속가능한 삶을 사는 데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것이다.”

- 잭 골드스미스, 환경운동가, <추천 서문> 중에서



이 책은 인간과 자연의 올바른 관계를 추구하는 철학적 태도 혹은 사회운동의 한 갈래를 뜻하는 에콜로지(ecology, 생태주의)를 삶의 방향으로 택한 사람들, 즉 ‘에콜로지스트’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책이면서, 세계적인 환경 저널 <더 에콜로지스트>의 취재 콘텐츠로 제작된 가이드북입니다. 지구와 인간 모두를 위해 어떻게 하면 좀 더 나은 선택을 하며 살 수 있을까- 하는 윤리적 고민에 빠진 사람들을 위한 이 책은 바나나, 망고, 파인애플 등의 열대 과일, 토마토와 샐러드용 채소, 고기와 달걀, 연어, 새우, 두유, 커피와 차, 와인, 올리브 오일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매일 먹고 마시는 음식들은 어떻게 우리 입으로 오기까지의 과정에 대해 취재하고 그 윤리적인 소비에 대한 지침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소비자 자리에 있는 이들이 잘 모르는 식재료들의 이면을 차근차근 밝힙니다. 이 중에는 아마도 어디선가 어렴풋이 들어보았거나 들었더라도 잊고자 했던 대목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매일 그들을 소비하는 순간에도 이면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변하지 않습니다. 윤리적인 소비를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면 말이지요.


푸드 편과 패션 편으로 나누어 출간된 이 책은 각 주제별로 총체적인 이해를 돕는 일목요연한 구성과 멋진 일러스트가 어우러져 다소 무거운 주제들임에도 쉽고 빠르게 읽을 수 있습니다.


지구환경 문제와 동물복지 또는 윤리적 소비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가 필요했던 분들에게도 교양서로 권해드릴 만한 책입니다.

가죽나물전


두릅나무순, 엄나무순, 옻나무순, 화살나무순, 오가피나무순, 다래나무순, 참죽나무순…

딱 이맘때만 만날 수 있어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맛이 있습니다. 저에게 봄은 봄나물, 특히 순을 만날 수 있어 더욱 신나는 계절이 아닐 수 없습니다.


여러분에게 소개하고 싶은 맛있는 나물들이 너무 많은데 어쩜 좋죠 ㅎㅎ 이번 달에는 반드시, 반드시! 봄나물 정리에 돌입하며 봄나물 번개를 쳐보리라 다짐하면서!!!😊;; 가장 간단하면서도 독특한 향을 느낄 수 있는 가죽나물전을 소개합니다.

 

요리 방법이랄 것도 사실 없어요.

가죽나물, 밀가루 (혹은 부침가루), 고추장, 물, 식용류_ 재료 준비 끝입니다.

저는 두 가지 방법의 전을 부쳐 보시라 권하고 싶은데요. 그 전에 여쭙고 싶은 말, 여러분은 나물 어떻게 무쳐 드시나요?

각각의 나물은 저마다 독특한 향과 식감, 맛을 가집니다. 그래서 어떤 나물은 청장이, 어떤 나물은 된장이, 어떤 나물은 고추장이 잘 어울려요. 오늘 소개할 가죽나물은 단연코 고추장과 궁합이 가장 좋은 나물입니다. 가죽나물을 드셔보신 분들은 느끼시겠지만 참죽나무의 순인 가죽나물은 독특한 향과 기름내가 느껴지는 개성 넘치는 나물인데요. 특히 지리산, 덕유산 권역의 어르신들은 고추장 독에 가죽나물을 박아두고 오래 보관하며 드시기도 하시지요.


요리 방법은 간단합니다.

첫 번째 방법은 여러분이 나물전을 부쳐 드시는 그대로입니다. 부침 가루를 준비하셔도 좋고 밀가루를 준비하신 분은 청장을 살짝 넣어주세요. (부침개의 감칠맛이 달라진답니다.) 이 방법은 가죽나물의 꼬수운 기름내를 가장 정면으로 만날 수 있는 방법입니다. 가죽나물은 기름과 만나 향이 두 배로 강렬해지면서도 부드러워지는 특징이 있거든요.

두 번째 방법은 고추장떡으로 부쳐 드시는 방법입니다. 밀가루에 고추장을 살짝 풀어 붉은 빛이 도는 부침 반죽을 만들고 가죽나물을 넣어 부쳐 드세요. 기름과 고추장, 그리고 가죽나물의 궁합은 어르신들이 가죽나물을 즐기는 가장 오래된 방법이자 가장 입맛도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압니다.

 

가죽나물전이 준비되었다면 약간의 탄산감이 도는 막걸리를 준비하셔야죠. 😊

꼬수운 내 진동하는 행복한 봄날 보내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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