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 주방 

드디어 네덜란드에도 비와 바람의 계절이 끝나고 해가 쨍쨍, 15도를 웃도는 반가운 봄이 왔습니다. 이곳에선 열흘 전부터 (23/3) 모든 코로나 규제마저 사라져, 이제 정말 팬데믹이 오기 전의 모습을 조금씩 되찾아가고 있는 듯 합니다. 다른 이들과의 소통이 더욱 그리웠던 저는 여러 사람들과 함께 요리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때마침 ‘DIT’ (Do It Together) 프로젝트가 열린다는 소식에 저는 암스테르담에 있는 ‘Framer Framed’ 라는 곳에 다녀왔습니다. 이 곳은 컨템퍼러리 아트, 문화 (교류) 전시와 더불어 비판적인 이론을 실행할 수 있는 예술 플랫폼으로 다양하고 창의적인 활동/워크샵 등이 이뤄지는 곳입니다. 이곳에서 열리는 다양한 DIT projects 중 제가 참여한 워크샵은 ‘Cooking Class: Culinary Boost’ 였습니다. 이  social practice 는 네덜란드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아티스트 감동환씨가 디자인한 이동가능한 ‘주방’과 다같이 모여 먹을 수 있는 공간에서 이뤄지는 활동이었습니다. 그가 만든 ‘공동 주방’에서 우리는 암스테르담에 살고 있는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민자, 유학생 부터 난민들까지)의 집밥을 재현하고 함께 먹었습니다. 같이 요리를 하고, 식사를 하면서 다양한 이야기들이 오가는, 새로운 문화와 음식에 대한 또다른 시각을 배울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저는 그곳에서 ‘요르단’의 대표 집밥 요리인 ‘Musakhan’ 이라는 음식을 처음 접했습니다. 사실 이 요리는 요르단뿐만 아니라 근처 이웃 나라인 이집트, 레바논 그리고 조금 퓨전화되었지만 그리스에서도 자주 먹는 음식이랍니다. 레시피에서 가장 중요한 재료였던 것은 ‘sumak’ 수막이라는 향신료!!! 이 요리에 들어간 총 7가지의 향신료 중 수막이라는 향신료는 이 요리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답니다. 색은 꼭 마치 비트를 갈은 것과 같은 붉은 보라빛이었고, 향과 맛은 전혀 맵거나 자극적이지 않고, 감칠맛을 내주는 정도였습니다. 그들의 향신료 예찬을 보고 있으니, 꼭 한국인의 ‘-장’ 사랑이 떠올라 반가웠습니다.


재밌는 요리 방법들도 배웠습니다. 요르단에서는 닭과 같은 고기를 세척할 때는 꼭! 레몬을 닭 살(껍질) 위에 비벼줍니다. 위생 상의 이유도 있지만 이렇게 하면 더욱 맛있어진다는군요. 마치 레몬 = 비누 인 것처럼요. 빵에 음식을 얹어 같이 먹는 경우도 많은데 그럴 때는 꼭 빵을 요리된 국물에 적셔서 5분 정도 오븐에 굽습니다.

요르단과 이집트의 노래를 들으며, 맛있게 코를 간지럽히는 향신료의 냄새를 맡으니 마치 요르단의 시장에서 요리를 하고 있는 듯한 기분 좋은 착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여러분에게는 ‘공동 주방’ 에 대한 어떠한 기억들이 있으신가요? 저는 대학 시절, 같이 사는 친구들과 집에 남아있는 재료들을 가지고 루마니아식 스프나 잡동사니 김밥 같은, 이름 모를 음식들을 해먹으며 즐거웠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주방을 공유하며 함께 요리하는 즐거움 덕분에 하마터면 음식물 쓰레기가 될 뻔한 재료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살릴 수 있었습니다.


바쁜 생활과 1인 가구 증가로 인해 혼자 식사를 하는 ‘혼밥러’ 들이 많아지면서 혼자 하는 식사는 너무나 흔한 일이 되었습니다. 한국의 경우 20대들의 90.2%는 혼밥을 즐기는 나홀로족이라고 합니다. 한국 만큼은 아니지만 네덜란드에서도 혼밥러들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혼자 먹는 것의 즐거움과 편리함도 분명 있지만 같이 먹는 것, 같이 요리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측면의 긍정적인 효과는 지속가능한 음식 문화를 구축하는 데에 많은 도움을 줍니다. 주방을 공유하면서 문화적인 교류를 가질 뿐만 아니라, 단순히 배를 채우는 음식 문화에서 벗어나 어떠한 것이 더 건강한 음식이며 친환경적인지에 대해 함께 고민도 할 수 있는 의식적인 식사를 할 수도 있습니다. 공동 주방을 통해 요리 과정에 참여하게되고, 의미있는 다양한 이야기들도 듣게 되면서 음식의 또 다른 가치를 발견하게 됩니다. 이제는 혼밥러의 시대가 아닌 다같이 재료 준비서부터 요리에까지 참여하는, 음식과 문화를 공유하는 '다밥러'의 시대가 펼쳐졌음 좋겠습니다!


디자이너 안소연

공동 주방

드디어 네덜란드에도 비와 바람의 계절이 끝나고 해가 쨍쨍, 15도를 웃도는 반가운 봄이 왔습니다. 이곳에선 열흘 전부터 (23/3) 모든 코로나 규제마저 사라져, 이제 정말 팬데믹이 오기 전의 모습을 조금씩 되찾아가고 있는 듯 합니다. 다른 이들과의 소통이 더욱 그리웠던 저는 여러 사람들과 함께 요리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때마침 ‘DIT’ (Do It Together) 프로젝트가 열린다는 소식에 저는 암스테르담에 있는 ‘Framer Framed’ 라는 곳에 다녀왔습니다. 이 곳은 컨템퍼러리 아트, 문화 (교류) 전시와 더불어 비판적인 이론을 실행할 수 있는 예술 플랫폼으로 다양하고 창의적인 활동/워크샵 등이 이뤄지는 곳입니다. 이곳에서 열리는 다양한 DIT projects 중 제가 참여한 워크샵은 ‘Cooking Class: Culinary Boost’ 였습니다. 이  social practice 는 네덜란드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아티스트 감동환씨가 디자인한 이동가능한 ‘주방’과 다같이 모여 먹을 수 있는 공간에서 이뤄지는 활동이었습니다. 그가 만든 ‘공동 주방’에서 우리는 암스테르담에 살고 있는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민자, 유학생 부터 난민들까지)의 집밥을 재현하고 함께 먹었습니다. 같이 요리를 하고, 식사를 하면서 다양한 이야기들이 오가는, 새로운 문화와 음식에 대한 또다른 시각을 배울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저는 그곳에서 ‘요르단’의 대표 집밥 요리인 ‘Musakhan’ 이라는 음식을 처음 접했습니다. 사실 이 요리는 요르단뿐만 아니라 근처 이웃 나라인 이집트, 레바논 그리고 조금 퓨전화되었지만 그리스에서도 자주 먹는 음식이랍니다. 레시피에서 가장 중요한 재료였던 것은 ‘sumak’ 수막이라는 향신료!!! 이 요리에 들어간 총 7가지의 향신료 중 수막이라는 향신료는 이 요리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답니다. 색은 꼭 마치 비트를 갈은 것과 같은 붉은 보라빛이었고, 향과 맛은 전혀 맵거나 자극적이지 않고, 감칠맛을 내주는 정도였습니다. 그들의 향신료 예찬을 보고 있으니, 꼭 한국인의 ‘-장’ 사랑이 떠올라 반가웠습니다.


재밌는 요리 방법들도 배웠습니다. 요르단에서는 닭과 같은 고기를 세척할 때는 꼭! 레몬을 닭 살(껍질) 위에 비벼줍니다. 위생 상의 이유도 있지만 이렇게 하면 더욱 맛있어진다는군요. 마치 레몬 = 비누 인 것처럼요. 빵에 음식을 얹어 같이 먹는 경우도 많은데 그럴 때는 꼭 빵을 요리된 국물에 적셔서 5분 정도 오븐에 굽습니다.


요르단과 이집트의 노래를 들으며, 맛있게 코를 간지럽히는 향신료의 냄새를 맡으니 마치 요르단의 시장에서 요리를 하고 있는 듯한 기분 좋은 착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여러분에게는 ‘공동 주방’ 에 대한 어떠한 기억들이 있으신가요? 저는 대학 시절, 같이 사는 친구들과 집에 남아있는 재료들을 가지고 루마니아식 스프나 잡동사니 김밥 같은, 이름 모를 음식들을 해먹으며 즐거웠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주방을 공유하며 함께 요리하는 즐거움 덕분에 하마터면 음식물 쓰레기가 될 뻔한 재료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살릴 수 있었습니다.


바쁜 생활과 1인 가구 증가로 인해 혼자 식사를 하는 ‘혼밥러’ 들이 많아지면서 혼자 하는 식사는 너무나 흔한 일이 되었습니다. 한국의 경우 20대들의 90.2%는 혼밥을 즐기는 나홀로족이라고 합니다. 한국 만큼은 아니지만 네덜란드에서도 혼밥러들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혼자 먹는 것의 즐거움과 편리함도 분명 있지만 같이 먹는 것, 같이 요리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측면의 긍정적인 효과는 지속가능한 음식 문화를 구축하는 데에 많은 도움을 줍니다. 주방을 공유하면서 문화적인 교류를 가질 뿐만 아니라, 단순히 배를 채우는 음식 문화에서 벗어나 어떠한 것이 더 건강한 음식이며 친환경적인지에 대해 함께 고민도 할 수 있는 의식적인 식사를 할 수도 있습니다. 공동 주방을 통해 요리 과정에 참여하게되고, 의미있는 다양한 이야기들도 듣게 되면서 음식의 또 다른 가치를 발견하게 됩니다. 이제는 혼밥러의 시대가 아닌 다같이 재료 준비서부터 요리에까지 참여하는, 음식과 문화를 공유하는 '다밥러'의 시대가 펼쳐졌음 좋겠습니다!


디자이너 안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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