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기억
7월 : 하지 감자 part.1

기름과 만나면 향이 두 배 업그레이드되는 금선
식어서 노화가 되어도 일정한 식감을 유지하는 다미
버터 어디 갔어! 외치게 되는 남작
감자 특유의 흙내가 매력적인 은선
보드랍고 은은한 단맛이 매력적인 울릉 홍감자
물에 빠져도 겉은 매끈하니 속은 포근포근한 하령
갈아 부치면 쫀득한 식감이 일품, 감자향까지 오래가는 추백
이거 양념한거야? 싶은 맘이 들 정도로 달큰한 산들
정말이지 감자의 매력은 어디까지일까요. 이럴 땐 이 감자, 저럴 땐 저 감자_ 골라 먹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약 7천여년 전, 페루의 남부에서 기원하여 안데스 산맥으로 전파되고 스페인을 통해 유럽으로 뻗어 나간 감자는 척박한 땅에서도, 불리한 기상 조건에서도 상당한 수확을 얻을 수 있습니다. 과거 유럽을 먹여 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감자는 세계 4대 식량 작물로 손꼽힐 만큼 세계 여러 나라에서 사랑받는 식재료인데요. 조선시대 중국을 통해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으로 추정하는 감자는 가지, 토마토 등과 함께 가지과에 속하며 뿌리 같이 생긴 덩이줄기를 식용으로 합니다.(감자의 역사와 고조리서에 담긴 음식 이야기는 다음 뉴스레터에 살금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어쩌면 수미칩 덕에 감자에도 다양한 품종이 있다는 것을 많은 분들이 알게 되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수미, 금선, 금왕, 설봉, 다미, 은선, 남작, 하령, 두백, 추백, 대서, 남작, 홍감자, 대지, 홍영, 자영, 보라밸리, 수선, 고운, 대광… 기억하기도 힘들만큼 많은 품종의 감자가 존재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가 실제로 마트에서 마주하는 감자는 하지감자, 햇감자, 흙감자라고 표기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몇 해 전, 영국의 한 슈퍼마켓 감자 코너에서 00 potato for chips, xx potato for mashed potato 등 요리에 따른 제안 품종을 적어 놓은 친절함에 반했던 기억이 떠오르는데요. 일반적으로 이 같은 제안은 감자의 특성 중 익은 후의 입자가 분질이냐, 중간질이냐, 점질이냐에 따라 구분하게 됩니다.

여기서 잠시 분질, 중간질, 점질 감자에 대한 짧은 설명을 드리자면 분질 감자는 많은 분들이 말씀하시는 포근포근 분이 나는 감자, 점질 감자는 매끈하니 입자가 곱고 분이 나지 않는 감자, 중간질 감자는 말 그대로 분질과 점질의 중간 특성을 가진 감자를 이야기합니다. 아래의 감자 취향표에 분질, 중간질, 점질 감자에 속하는 대표적인 품종을 적어두었는데요. 이 같은 분류는 감자를 익힌 후의 입자 크기에 따라 나뉘며 각각의 감자가 가지고 있는 전분량과 전분의 종류, 수분함량에 따라 판단을 폭을 넓히기도 합니다. (각각의 감자에 대한 전문 데이터 아카이빙은 아워플래닛의 홈페이지 와 인스타그램에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품종에 따른 일반적 특성을 알아두는 것은 나의 #음식취향찾기 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만 어디까지나 제안일 뿐이라는 것을 잊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게다가 같은 품종이라도 토양의 환경이나 재배 일수에 따라 성질이 달라지기도 하니 말입니다.(대체적으로 황토질에서 자랄수록, 오래 키울수록 분질성을 띄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제 감자 취향표를 보고 다시 이야기를 이어가볼게요.
<음식탐험가 장민영의 감자 취향표>




음식탐험가 장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