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기억
7월 : 하지 감자 part.2

감자 맛이 다 거기서 거기지 - 라고 한다면
조금 섭섭해요. 😊
"여러분은 감자의 '어떤 맛'을 좋아하세요?"
식재료를 받아 들고 음식을 요리하기 전 우리는 주재료와 딱 어울릴만한 맛을 먼저 떠올립니다. 예전에 그렇게 먹었더니 맛있더라-하는 경험에서 나온 결과이기도 하고 때로는 이렇게 먹어보면 어떨까? 하는 직관적 호기심의 결과이기도 한데요. 늘 새로운 것을 쫓는 우리는 이미 감자로 할 수 있는 수많은 레서피를 알고 있지만 또다른 새로움을 찾아, 더 맛있는 조합을 찾아 이리저리 궁리를 하기를 멈추지 않습니다.
지난 플래닛뉴스에서 내가 어떤 맛의 감자를 좋아하는지 생각해 보고 파악하셨다면 이번엔 감자가 가진 어떤 맛을 좋아하는지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볼까요?
이왕이면 내 입에 맞는 감자를 골라보면 좋을 테지만 요즘은 감자가 제일 맛있을 철이니 사실 어떤 감자도 괜찮습니다. 이 기회를 통해 ‘난 수미 감자를 별로 안 좋아해’ 라고 생각하셨던 분들이 마음을 바꿀 수도 있을 테니까요. (사실 수미 감자가 요즘 너무 흔해서 살짝 천대? 받는 듯하여 마음이 좋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이 계절, 갓 수확한 수미 감자는 삶았을 때 툭툭 터지고 뽀얗게 분이 오르는 것이 중간질보다는 분질 감자에 가깝기도 한데요. 특히 황토에서 자랐거나 생육 기간이 긴 수미는 더 그렇답니다.)
아무런 간을 하지 않은 채 감자를 찌고, 삶고, 굽고, 튀기고, 때로는 생으로 맛봅니다.
냄새를 맡고, 혀끝을 가져다 대고, 이로 베어 물고, 씹고, 삼키며,
감자가 가진 매력의 중심으로 파고들어가 보는 거죠.
‘오- 풀 향이 나기도 하고, 때로는 꿀이나 꽃에서 느꼈던 화사함이 풍기기도 하는데? 바위에 혀끝을 대면 이런 맛이 나려나? 흙내도 나는 거 같고, 이건 짠 맛인가? 약간의 쿰쿰함은 치즈를 닮은 거 같기도 해.’
어쩌면 많은 분들이 와인을 테이스팅 하며 이런 생각을 해본 경험이 있을 텐데요. 와인 덕에 익숙해진 이런 식의 테이스팅 방법을 감자에 가져와 보는 거죠. 경험을 통해 나만의 식재료 아카이빙을 쌓아나가는 것은 생각보다 재미있고 유의미한 일입니다. 누군가의 경험이 아닌 나의 경험으로 내가 좋아하는 맛의 저변을 확대해 나가는 거죠.
우리가 느끼는 ‘종합적인 맛’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향, 맛, 그리고 식감 등이 있습니다.
지난번에 이야기 한 분질, 중간질, 점질의 감자를 나누는 기준은 어쩌면 식감에 있고요. 오늘은 향과 맛에 영향을 끼치는 아로마aroma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아로마는 탄소, 수소, 산소, 질소, 유황을 함유하는 휘발성 화합물입니다. 앞서 언급한 기본 원자들이 어떻게 결합되어 있는지, 어떤 화합물이 많은지에 따라 우리가 느끼는 향미가 달라지곤 합니다.
<음식탐험가 장민영의 감자맛 아카이브>




서로 다른 식재료들은 다양한 아로마를 공유하는데 때로는 우리의 감각으로는 느끼기 힘든 것들도 존재합니다. 분석에 따르면 삶은 감자는 삶은 오징어와 채소향을 공유하고 캐비어와는 시트러스향을 공유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결과는 과학적 분석을 토대로나 알 수 있는 것이지 수많은 경험과 훈련을 거치지 않은 보통의 저희가 느끼긴 쉽지 않습니다.
물론 이러한 수 백 가지, 혹은 수 천 가지 조합을 다 알자고 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많은 양념을 하지 않아도 서로의 어울림으로 충분히 맛을 증폭시킬 수 있는 새롭고 재미난 조합을 찾고자 하는 마음이랄까요.
무튼, 삶은 감자와 오징어 페어링을 보다가 문득 <홍신애 솔트>에서 먹었던 달고기와 감자를 품은 한치순대 생각이 났어요. ‘오호, 그렇지. 그 맛이 그렇게 어우러졌었지’라는 생각이 들며 괜스레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음식탐험가 장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