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기억

8월 : 고추

-음식탐험가 장민영의 고추 아카이빙 (일러스트_방현일작가)
-음식탐험가 장민영의 고추 아카이빙 (일러스트_방현일작가)

고추를 고추장에 찍어 먹는 민족!🤣

고추가 들어간 음식을 떠올리는 것은 우리에게 아주 익숙하고 쉬운 일입니다.

빨간 비주얼로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는 국민간식 떡볶이가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맵싹한 낙지볶음과 얼큰한 고추장찌개도 빠질 수 없어요. 빨간 고춧가루로 양념한 다양한 김치는 말할 것도 없구요. 여름의 싱그러움을 담은 풋고추김치도 한 자리를 차지합니다. 고추무름과 꽈리고추찜은 물론, 제 고향의 고추지릉장도 고추 음식 이야기에는 빠질 수 없겠네요. 고추장 넣어 슥슥 비벼낸 비빔밥과 후루룩 한 입만으로도 행복한 비빔국수도 생각납니다. 상상만으로도 이미 입안에 침이 돌고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 같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사람들의 고추 사랑은 유난하지요.

고추-하면 빼놓고 갈수 없는 수많은 나라들이 있습니다. 태국, 멕시코, 헝가리, 스페인, 스리랑카… 사실 다 나열할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은 나라에서 다양한 고추를 먹고 있습니다. 몇 해 전, 색색의 고추가 쌓여 있는 스리랑카의 재래시장을 방문했던 적이 있었는데요. 고추 먹어봐도 되냐는 질문에 너나할 것 없이 자기집 고추를 내밀며 이 조그만 동양여자가 대체 어쩌려고 이 매운 고추를 먹겠다는 거지? 라는 의아한 표정을 숨기지 못하던 스리랑카의 상인들이 생각납니다. 매운 고추를 몇 개씩 받아먹는 제가 신기했는지 우루루 몰려들어 더 매운 고추를 가져오라고 떠드는 상인들에게 ‘I am Korean.’ 이라고 당당히?! 말했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

분명 매운 맛이지만 같은 매운 맛은 아닙니다. 고추라고 다 매운 것도 아니지요.

고추는 가지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입니다. 전 세계 수백여 종의 고추는 개성있는 모양만큼이나 독특한 향과 맛, 그리고 매움의 정도를 가집니다.

-음식탐험가 장민영의 고추 분류표
-음식탐험가 장민영의 고추 분류표

다양한 고추를 조금 더 이해하기 쉽도록 고추의 분류도를 그려보았는데요. 고추(Capsicum)에는 크게 다섯 종의 재배종 고추가 있습니다. 우리가 가장 많이 먹는 것은 Capsicum annuum 인데요. Capsicum annuum 은 매운 맛을 가지는 chili pepper와 우리가 흔히 피망과 파프리카로 부르는 bell pepper(sweet pepper)로 나뉘게 됩니다. 우리나라에서 재배하는 유월초, 앉은뱅이초, 수비초, 대화초 등의 토종고추와 풋고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녹광고추, 매운 맛의 대명사인 청양고추와 일본에서 넘어온 꽈리고추 등은 모두 Capsicum annuum에 속하며 우리가 비교적 자주 접하는 태국고추(프릭키누)와 할라페뇨, 카이옌페퍼 등도 여기에 속합니다. 매운 맛이 거의 없는 bell pepper 종류도 Capsicum annuum 에 속하는데요. 사실 피망과 파프리카는 들여온 루트와 시기만 다를 뿐 같은 뿌리를 가집니다. 1930년대 피망이라는 이름으로 들어온 벨페퍼가 조금 더 개량이 되어 1990년대 파프리카라는 이름으로 들어왔을 뿐이지요. (사족을 붙이자면, 피망은 프랑스어의 piment에서, 파프리카는 헝가리어의 paprika 에서 왔는데요. 두 말 모두 고추라는 뜻이에요.)


다양한 감자에 이어 세상의 다양한 고추를 소개하는 이유는 의외로 단순합니다.

음식에는 꼭 맞게 어울리는 식재료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인데요. 그것이 때로는 품종으로, 때로는 떼루아로 나타나기도 하지요. 페페론치노가 없는 날 청양고추를 써서 봉골레 파스타를 만들었더니 왠지 얼큰한 칼국수의 기운이 느껴졌던 경험이 있는 분들은 제 이야기에 격하게 공감해 주시리라 믿어요. 혀끝을 세우고 맛의 디테일에 빠질수록 식재료는 자기가 가진 매력을 발산하며 과한 양념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다채로운 맛을 펼쳐냅니다. 내 취향을 알고 그 맛을 요구할 수 있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바꿀 수 있습니다. 소비자의 요구는 생산자의 마음을 움직이고 생산자의 움직임은 자연을 움직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거든요. 


짜릿한 매운 맛은 분명 고추에서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지만 매운 맛이 고추의 전부는 아닙니다. 풋고추의 향기와 꽈리고추의 독특한 식감을 떠올려봐요. 사과향🍏 시트러스향🍋 오이향🥒 꿀향🍯...고추의 향이 잘 떠오르시지 않는다면 이번 기회에 느껴볼까요? 재료가 가진 매력을 들여다보며 ‘내가 좋아하는 맛’을 찾아가는 과정은 꽤 즐겁답니다.


다음 플래닛뉴스에서는 다양한 고추가 가진 각양각색의 향과 맛, 식감들에 대해 이야기할게요. 그 매력이 각 나라에서 어떤 음식으로 나타나게 되었는지 살펴보는 재미가 있을 거예요.

여러분은 어떤 고추를 좋아하나요?


#식재료탐구생활 #고추 #당신의고추취향은 #미식가노트 #식탁위의지속가능성


음식탐험가 장민영

8월 : 고추

Part.1

-음식탐험가 장민영의 고추 아카이빙 (일러스트_방현일작가)
-음식탐험가 장민영의 고추 아카이빙 (일러스트_방현일작가)

고추를 고추장에 찍어 먹는 민족!🤣

고추가 들어간 음식을 떠올리는 것은 우리에게 아주 익숙하고 쉬운 일입니다. 빨간 비주얼로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는 국민간식 떡볶이가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맵싹한 낙지볶음과 얼큰한 고추장찌개도 빠질 수 없어요. 빨간 고춧가루로 양념한 다양한 김치는 말할 것도 없구요. 여름의 싱그러움을 담은 풋고추김치도 한 자리를 차지합니다. 고추무름과 꽈리고추찜은 물론, 제 고향의 고추지릉장도 고추 음식 이야기에는 빠질 수 없겠네요. 고추장 넣어 슥슥 비벼낸 비빔밥과 후루룩 한 입만으로도 행복한 비빔국수도 생각납니다. 상상만으로도 이미 입안에 침이 돌고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 같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사람들의 고추 사랑은 유난하지요.

고추-하면 빼놓고 갈수 없는 수많은 나라들이 있습니다. 태국, 멕시코, 헝가리, 스페인, 스리랑카… 사실 다 나열할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은 나라에서 다양한 고추를 먹고 있습니다. 몇 해 전, 색색의 고추가 쌓여 있는 스리랑카의 재래시장을 방문했던 적이 있었는데요. 고추 먹어봐도 되냐는 질문에 너나할 것 없이 자기집 고추를 내밀며 이 조그만 동양여자가 대체 어쩌려고 이 매운 고추를 먹겠다는 거지? 라는 의아한 표정을 숨기지 못하던 스리랑카의 상인들이 생각납니다. 매운 고추를 몇 개씩 받아먹는 제가 신기했는지 우루루 몰려들어 더 매운 고추를 가져오라고 떠드는 상인들에게 ‘I am Korean.’ 이라고 당당히?! 말했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

분명 매운 맛이지만 같은 매운 맛은 아닙니다. 고추라고 다 매운 것도 아니지요.

고추는 가지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입니다. 전 세계 수백여 종의 고추는 개성있는 모양만큼이나 독특한 향과 맛, 그리고 매움의 정도를 가집니다.

-음식탐험가 장민영의 고추 분류표
-음식탐험가 장민영의 고추 분류표

다양한 고추를 조금 더 이해하기 쉽도록 고추의 분류도를 그려보았는데요. 고추(Capsicum)에는 크게 다섯 종의 재배종 고추가 있습니다. 우리가 가장 많이 먹는 것은Capsicum annuum 인데요. Capsicum annuum 은 매운 맛을 가지는 chili pepper와 우리가 흔히 피망과 파프리카로 부르는 bell pepper(sweet pepper)로 나뉘게 됩니다. 우리나라에서 재배하는 유월초, 앉은뱅이초, 수비초, 대화초 등의 토종고추와 풋고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녹광고추, 매운 맛의 대명사인 청양고추와 일본에서 넘어온 꽈리고추 등은 모두 Capsicum annuum에 속하며 우리가 비교적 자주 접하는 태국고추(프릭키누)와 할라페뇨, 카이옌페퍼 등도 여기에 속합니다. 매운 맛이 거의 없는 bell pepper 종류도 Capsicum annuum 에 속하는데요. 사실 피망과 파프리카는 들여온 루트와 시기만 다를 뿐 같은 뿌리를 가집니다. 1930년대 피망이라는 이름으로 들어온 벨페퍼가 조금 더 개량이 되어 1990년대 파프리카라는 이름으로 들어왔을 뿐이지요. (사족을 붙이자면, 피망은 프랑스어의 piment에서, 파프리카는 헝가리어의 paprika 에서 왔는데요. 두 말 모두 고추라는 뜻이에요.)


다양한 감자에 이어 세상의 다양한 고추를 소개하는 이유는 의외로 단순합니다.

음식에는 꼭 맞게 어울리는 식재료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인데요. 그것이 때로는 품종으로, 때로는 떼루아로 나타나기도 하지요. 페페론치노가 없는 날 청양고추를 써서 봉골레 파스타를 만들었더니 왠지 얼큰한 칼국수의 기운이 느껴졌던 경험이 있는 분들은 제 이야기에 격하게 공감해 주시리라 믿어요. 혀끝을 세우고 맛의 디테일에 빠질수록 식재료는 자기가 가진 매력을 발산하며 과한 양념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다채로운 맛을 펼쳐냅니다. 내 취향을 알고 그 맛을 요구할 수 있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바꿀 수 있습니다. 소비자의 요구는 생산자의 마음을 움직이고 생산자의 움직임은 자연을 움직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거든요. 


짜릿한 매운 맛은 분명 고추에서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지만 매운 맛이 고추의 전부는 아닙니다. 풋고추의 향기와 꽈리고추의 독특한 식감을 떠올려봐요. 사과향🍏 시트러스향🍋 오이향🥒 꿀향🍯...고추의 향이 잘 떠오르시지 않는다면 이번 기회에 느껴볼까요? 재료가 가진 매력을 들여다보며 ‘내가 좋아하는 맛’을 찾아가는 과정은 꽤 즐겁답니다.


다음 플래닛뉴스에서는 다양한 고추가 가진 각양각색의 향과 맛, 식감들에 대해 이야기할게요. 그 매력이 각 나라에서 어떤 음식으로 나타나게 되었는지 살펴보는 재미가 있을 거예요.

여러분은 어떤 고추를 좋아하나요?


#식재료탐구생활 #고추 #당신의고추취향은 #미식가노트 #식탁위의지속가능성 


음식탐험가 장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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