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August 2021
VOl.6
안녕하세요. 플래닛 뉴스 구독자 여러분들
완벽한 채식주의자 한 명보다 비록 완벽하진 못하지만 채식을 위해 노력하는 백 명의 사람들이 모여 우리의 자연을 돌보는 큰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하지요. 고기 없이 못살아!!! 외치던 분들도 ‘맛있는 채식’의 매력에 눈을 뜨게 된다면 두 번 먹을 고기, 한 번으로 줄일 수 있다는 사실!! 😊
환경재단과 함께하는 다채로운 식탁에서 지구를 위한 여러분만의채식 레시피를 찾고 있답니다. 한 달에 한 번, 일주일에 한 번, 하루 한 끼 채식도 좋아요. 조금씩 줄여나가는 거죠. 😉
우리 포기하지 말아요! 💪
8월 셋째 주의 플래닛 뉴스
고추를 고추장에 찍어 먹는 민족!🤣
고추가 들어간 음식을 떠올리는 것은 우리에게 아주 익숙하고 쉬운 일입니다.
빨간 비주얼로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는 국민간식 떡볶이가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맵싹한 낙지볶음과 얼큰한 고추장찌개도 빠질 수 없어요. 빨간 고춧가루로 양념한 다양한 김치는 말할 것도 없구요. 여름의 싱그러움을 담은 풋고추김치도 한 자리를 차지합니다. 고추무름과 꽈리고추찜은 물론, 제 고향의 고추지릉장도 고추 음식 이야기에는 빠질 수 없겠네요. 고추장 넣어 슥슥 비벼낸 비빔밥과 후루룩 한 입만으로도 행복한 비빔국수도 생각납니다.
상상만으로도 이미 입안에 침이 돌고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 같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사람들의 고추 사랑은 유난하지요.
고추-하면 빼놓고 갈수 없는 수많은 나라들이 있습니다. 태국, 멕시코, 헝가리, 스페인, 스리랑카… 사실 다 나열할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은 나라에서 다양한 고추를 먹고 있습니다. 몇 해 전, 색색의 고추가 쌓여 있는 스리랑카의 재래시장을 방문했던 적이 있었는데요. 고추 먹어봐도 되냐는 질문에 너나할 것 없이 자기집 고추를 내밀며 이 조그만 동양여자가 대체 어쩌려고 이 매운 고추를 먹겠다는 거지? 라는 의아한 표정을 숨기지 못하던 스리랑카의 상인들이 생각납니다. 매운 고추를 몇 개씩 받아먹는 제가 신기했는지 우루루 몰려들어 더 매운 고추를 가져오라고 떠드는 상인들에게 ‘I am Korean.’ 이라고 당당히?! 말했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
분명 매운 맛이지만 같은 매운 맛은 아닙니다. 고추라고 다 매운 것도 아니지요.
고추는 가지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입니다. 전 세계 수백여 종의 고추는 개성있는 모양만큼이나 독특한 향과 맛, 그리고 매움의 정도를 가집니다.
다양한 고추를 조금 더 이해하기 쉽도록 고추의 분류도를 그려보았는데요. 고추(Capsicum)에는 크게 다섯 종의 재배종 고추가 있습니다. 우리가 가장 많이 먹는 것은 Capsicum annuum 인데요. Capsicum annuum 은 매운 맛을 가지는 chili pepper와 우리가 흔히 피망과 파프리카로 부르는 bell pepper(sweet pepper)로 나뉘게 됩니다. 우리나라에서 재배하는 유월초, 앉은뱅이초, 수비초, 대화초 등의 토종고추와 풋고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녹광고추, 매운 맛의 대명사인 청양고추와 일본에서 넘어온 꽈리고추 등은 모두 Capsicum annuum에 속하며 우리가 비교적 자주 접하는 태국고추(프릭키누)와 할라페뇨, 카이옌페퍼 등도 여기에 속합니다. 매운 맛이 거의 없는 bell pepper 종류도 Capsicum annuum 에 속하는데요. 사실 피망과 파프리카는 들여온 루트와 시기만 다를 뿐 같은 뿌리를 가집니다. 1930년대 피망이라는 이름으로 들어온 벨페퍼가 조금 더 개량이 되어 1990년대 파프리카라는 이름으로 들어왔을 뿐이지요. (사족을 붙이자면, 피망은 프랑스어의 piment에서, 파프리카는 헝가리어의 paprika 에서 왔는데요. 두 말 모두 고추라는 뜻이에요.)
다양한 감자에 이어 세상의 다양한 고추를 소개하는 이유는 의외로 단순합니다.
음식에는 꼭 맞게 어울리는 식재료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인데요. 그것이 때로는 품종으로, 때로는 떼루아로 나타나기도 하지요. 페페론치노가 없는 날 청양고추를 써서 봉골레 파스타를 만들었더니 왠지 얼큰한 칼국수의 기운이 느껴졌던 경험이 있는 분들은 제 이야기에 격하게 공감해 주시리라 믿어요. 혀끝을 세우고 맛의 디테일에 빠질수록 식재료는 자기가 가진 매력을 발산하며 과한 양념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다채로운 맛을 펼쳐냅니다. 내 취향을 알고 그 맛을 요구할 수 있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바꿀 수 있습니다. 소비자의 요구는 생산자의 마음을 움직이고 생산자의 움직임은 자연을 움직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거든요.
짜릿한 매운 맛은 분명 고추에서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지만 매운 맛이 고추의 전부는 아닙니다. 풋고추의 향기와 꽈리고추의 독특한 식감을 떠올려봐요. 사과향🍏 시트러스향🍋 오이향🥒 꿀향🍯...고추의 향이 잘 떠오르시지 않는다면 이번 기회에 느껴볼까요? 재료가 가진 매력을 들여다보며 ‘내가 좋아하는 맛’을 찾아가는 과정은 꽤 즐겁답니다.
다음 플래닛뉴스에서는 다양한 고추가 가진 각양각색의 향과 맛, 식감들에 대해 이야기할게요. 그 매력이 각 나라에서 어떤 음식으로 나타나게 되었는지 살펴보는 재미가 있을 거예요.
여러분은 어떤 고추를 좋아하나요?
#식재료탐구생활 #고추 #당신의고추취향은 #미식가노트 #식탁위의지속가능성
글&그림 by 음식탐험가 장민영
제가 초등학생일 때에는 학교에서 매일 우유급식을 했습니다.
아침마다 당번이 교실로 우유를 가지고 오면 먹든 안 먹든 상관없이 책상에 우유가 놓였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저는 우유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우유를 마시면 키가 큰다는 말을 차마 무시할 수 없어 의무감에 열심히 마셨습니다.
군대에서는 일주일에 두 번씩 양식 메뉴가 나오는 날에 우유를 배급했습니다. 그때도 우유를 마시는 일은 언제나 고역이었지만 체력이 좋아진다는 말에 꼬박꼬박 우유를 마셨습니다. 우유가 배급되는 날에는 화장실을 들락거리는 병사들이 유난히 많았습니다.
우유가 좋은 식품이라는 믿음은 어쩌면 학교 우유 급식에서부터 시작된 것인지도 모릅니다.
우유는 성장기 어린이들에게 필요한 영양소를 완벽하게 갖춘 식품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광고에는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과 함께 유명 운동선수들도 등장해 우유가 몸에 좋은 식품임을 알리고 있습니다. 키가 큰다는 이유로, 칼슘이 풍부하다는 이유로 우유의 효능에 대한 믿음은 지금까지도 어린이부터 노년층에 이르기까지 세대와 국경을 초월합니다.
최근 들어 일선 학교의 우유 급식률과 국내 소비량은 지속적인 감소세에 있습니다. 감소의 주된 원인은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우유급식 기피현상과 우유 영양에 대한 논란, 생산 과정을 둘러싼 의문, 그리고 낙농업이 야기하는 동물복지, 환경오염 등의 문제의식에서 비롯되었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오히려 우유를 많이 마시는 것이 건강에 좋지 않을 수 있다는 연구들도 등장하고 있어 우유의 영양과 효능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우유가 어떤 식품인 지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먼저 우유의 본질에 대해 알아보아야 합니다.
‘우유(牛乳)’라는 한자어는 소의 젖을 뜻합니다. ‘우유를 마신다.’ 와 ‘소젖을 마신다.’는 같은 뜻임에도 뉘앙스의 차이가 있습니다. 단어의 정의처럼 소젖은 원래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송아지를 위한 것이기 때문이지요. 우유에는 송아지의 성장을 돕는 각종 영양소가 풍부하게 들어 있습니다. 우유를 ‘완전 식품’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우유를 마셨을 때 이 영양소들이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입니다. 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먼 옛날에 살았던 인류에게는 동물의 젖이 독소와 같았을 것이라고 합니다. 어린이와 달리 성인에게는 우유에 들어있는 젖당을 분해하는 효소인 락타아제(lactase)가 없었기 때문에 다 자란 인간의 몸에 우유는 독소처럼 작용했을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농업혁명과 더불어 정착 생활을 시작하면서 인류는 가축을 길렀고 가축의 젖으로 요구르트와 치즈와 같은 유제품을 만들어 먹었습니다.
약 7000여년 전부터 유라시아의 일부 집단으로부터 젖당을 분해하는 유전자 변형이 일어나 어른이 되어서도 가축의 젖을 소화할 수 있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고 이 돌연변이 유전자는 전세계로 퍼져 나갔습니다.
현재 유럽인의 80% 정도가 이 변형된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반면 아시아와 아프리카인은 15~20% 정도만이 이 유전자를 가지고 있습니다. ‘유당불내증’은 젖당을 소화시키지 못해 발생하는 증상으로 장내에 가스를 생성하거나 설사와 복통을 유발합니다. 즉 유당불내증은 ‘젖을 뗄 때’ 가 되었음을 알려주는 정상적인 신호인 셈입니다. 지구 상에서 인간을 제외하고 젖먹이 이후에 젖을 먹는 생물은 없습니다. 게다가 다른 동물의 젖을 먹는 동물은 인간이 유일합니다.
그렇다면 “우유를 마시면 키가 크고 뼈가 튼튼해진다.” 는 말은 사실일까요?
우유의 특별한 성분들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일단 시판되는 우유의 가공 공정을 살펴보겠습니다. 농장에서 착즙기를 통해 모아진 우유는 표준화, 균질화 가공과 함께 유해한 균의 증식을 막기 위해 살균과정을 거쳐 ‘멸균 우유’라는 이름으로 판매됩니다. 우리나라에서 유통되는 대부분의 우유들은 고온살균이나 초고온살균 방법을 사용하는데 이 과정에서 유해균 뿐만 아니라 유익한 균과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성분들도 함께 사라지게 됩니다.
또한 유단백질인 카제인과 지방의 변성도 일어나는데 골격 형성에 도움을 주는 카제인 칼슘은 소화가 힘든 인산칼슘으로 변하여 체내 흡수가 어려워집니다. 가공을 거쳐도 우유에 함유된 칼슘의 양은 변하지 않기 때문에 여전히 ‘칼슘이 풍부’ 하지만 체내 흡수율은 저하됩니다.
** 저온 살균 우유는 지방의 변성이 이루어 않아 그 맛에 대한 호불호가 갈리는 원인이 됩니다. 이러한 선호도의 차이와 더불어 높은 생산 효율, 유통기한이 길어진다는 장점 때문에 대부분의 우유는 고온살균법을 거쳐 생산됩니다.
우유를 비롯해 20년간 건강과 음식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콜린캠벨 코넬 대학 명예교수는 자신의 연구에서 우유를 많이 마실수록 대퇴부 경부 골절 발생률이 높다는 결과를 제시했습니다. 우유를 많이 섭취하는 나라일수록 대퇴부 골절률이 높다는 것인데요,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이러한 현상에 대해 ‘칼슘 패러독스(역설)’라는 명칭으로 홈페이지에 소개했습니다.
그렇다면 이 ‘칼슘의 역설’ 은 어떻게 일어나는 걸까요?
우유는 동물성 단백질이 든 산성 식품이라서 인체에 들어오면 체내 산도를 높이는데 우리 몸은 스스로를 알칼리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 뼈에서 칼슘을 끌어내어 혈액에 공급하게 됩니다. 우유를 지속해서 마시면 뼈 속 칼슘이 오히려 줄어들면서 골다공증이나 골절의 위험이 증가하게 되는 것입니다.
우유와 암 발병률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자료들도 눈에 띕니다.
송아지는 우유 섭취를 통해 태어난 지 한달 반 만에 몸무게를 두 배로 불리는데 이는 소젖 속에 있는 성장 호르몬에 기인합니다. IGF-1 (*Insulin like Growth Factor-1 : 인슐린과 유사한 작용을 하는 성장인자로서 성장을 촉진하고 모든 세포의 증식도 촉진하는 효과를 냄.) 이라는 이 호르몬은 세포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호르몬으로 송아지의 몸에 들어가 성장 효소를 찾아내고 그 효소에 숙주하며 성장에 관여하는데, 성인의 체내에서는 그 성장 효소를 찾을 수가 없으니 돌연변이 세포나 우리 몸에서 제거되어야 할 세포의 증식을 돕게 됩니다. 이것은 우유를 많이 먹을수록 IGF-1 호르몬의 농도가 높아지게 되고 이로 인해 암세포와 같은 비정상적 세포의 성장을 촉진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2006년 하버드 대학이 주관한 연구에서는 하루 세 잔 이상 우유를 마신 여성들은 하루 한 잔 이하의 우유를 마신 여성들보다 심혈관질환이나 관련 암 발병률이 44% 높게 나왔고, 앞서 대퇴부 골절과의 상관관계 연구를 수행했던 콜린 캠벨 교수의 저서에는 남성의 우유 소비량과 전립선암 사망자수가 거의 비례하는 결과를 보인 연구가 소개되었습니다.
우유 소비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우유의 영양에 대한 오해 이외에도 축산업에서 발생하는 윤리적, 환경적 문제들을 반대의 주된 원인으로 꼽습니다. 목장의 송아지들은 태어나자마자 어미 곁에서 분리되어 사람의 손에서 양젖이나 분유를 먹으며 길러집니다. 송아지가 태어난 후부터 소의 젖은 인간의 차지이기 때문입니다. 암송아지들은 어미와 똑같이 평생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는 착유 젖소로 사육되고 대부분의 수송아지들은 송아지 고기로 처분되거나 육우로 사육됩니다.
고함량 유지방과 유단백을 갖춘 우유를 생산하기 위해 (육우와 마찬가지로) 젖소에게도 고에너지 곡물 사료를 먹이는데 대부분 GMO사료를 급여합니다. 또 착유량을 늘리기 위해 일반적으로 지방의 함량을 높이는 지방보호제, 단백질보호제, 소화제(가성소다) 등을 사용하고 곡류의 저장이나 사료 제조 과정에서 생기는 곰팡이 독소를 제거하는 규산염, 일라이트와 같은 첨가제를 쓰기도 합니다. 젖소도 인간과 비슷하게 9개월의 임신 기간을 거쳐 새끼를 낳기 때문에 매년 새끼를 낳는 것은 어미소에게도 매우 곤욕스러운 일이지만 앞서 낳은 송아지에게 젖을 빨려야 할 시기에도 인공 수정으로 수태를 시키기 때문에 아홉 달의 임신 기간 중에서 일곱 달은 젖을 생산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더 빨리, 많은 우유를 생산하기 위해 rBGH라고 하는 인공성장호르몬을 주사합니다. 이 성장호르몬으로 인해 젖소의 유방은 비정상적으로 커지게 되고 비대해진 유방과 너무 많이 차오른 젖 때문에 젖소는 고통과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방염과 착유시의 유두 감염을 막기 위해 항생제를 투여하게 되고 이 항생제는 체내에서 대사과정을 거쳐 소의 젖으로도 배출됩니다. rBGH는 젖의 생산을 크게 늘려주지만 송아지에게 선천성 기형을 불러오기도 합니다. 그래서 젖소 사육과정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이 성장호르몬은 유럽과 캐나다, 일본에서는 사용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 결론적으로 대부분의 시판 우유에서 항생제 성분이 검출되지만 우리나라 보건 당국은 우유 속 항생제 잔류허용기준(0.01mg/kg)을 정해 안전을 관리하고 기준치 이상의 항생제가 검출된 우유는 전량 폐기하고 있습니다.
5-6년이 되면 젖소는 더 이상 출산을 할 수 없게 되고 우유도 생산할 수 없으므로 도축공장으로 보내지는데 이 경우에는 육질이 질기다는 이유로 양념육이나 스프에 사용되거나 비료, 의약품, 건축재로 분쇄 가공됩니다. 인간을 위해 아낌없이 내어 주던 삶을 죽어서도 이어가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윤리적 문제들을 차치하더라도 우리가 우유의 소비에 대해 고민해 보아야 하는 이유는 기후위기의 시급함 때문입니다. 우유회사의 광고나 유럽 기차여행에서 보게 되는 푸른 초원과 젖소가 어우러진 풍경은 목가적이고 낭만적입니다. 그러나 축산업과 낙농업의 실상은 전혀 낭만적이지 않습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지구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14.5%가 낙농업계에서 나온다고 추산했습니다. 그 이유는 메탄 때문입니다. 소 한 마리가 1년에 평균 80-120kg의 메탄 가스를 배출합니다. 메탄은 이산화탄소에 비해23배나 강력한 온실가스로서 축산업은 자동차, 기차, 비행기 등 전세계 운송수단에서 배출하는 모든 이산화탄소를 합친 양보다 많은 온실가스를 대기중에 쏟아냅니다. 그래서 소는 대기 오염과 오존층 파괴 그리고 지구온난화의 주범들 중 하나로 평가됩니다.
낙농업은 대기뿐만 아니라 수질, 토양의 환경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칩니다. 소를 기르기 위한 땅과 사료 생산을 위한 곡식 재배를 위해서는 넓은 땅이 필요하고 이는 산림파괴로 이어집니다. 지구에서 생산되는 전체 곡식의 3분의 1이 가축 사료로 사용되고 있고, 지난 50년 동안 전 세계의 전환된 토지의 65%가 축산업을 위해 개간되었습니다. 자연히 작물을 기르기 위해 방대한 양의 물이 사용되고 소의 사육에 들어가는 물의 양도 엄청납니다. 오직 고기와 젖을 생산하기 위해 가혹한 파괴가 진행되는 동안 지구의 다른 한쪽에서는 굶주림으로 희생되는 사람들의 비극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우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는 이 글을 준비하면서 우유는 무조건 좋다는 믿음의 근원은 무엇인지, 객관적인 사실은 어떤 지 알게 되었고 우유를 마신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았습니다.
우유에는 다양한 영양소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등 열량을 내는 영양소는 물론 다양한 무기질과 비타민이 들어 있고 동물성 단백질과 칼슘을 충분히 섭취할 수 있다는 면에서 ‘완전 식품’ 에 가깝습니다. 우유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과 효능에 대해서는 아직도 의견이 분분합니다.
우리는 영양 과잉의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주위에는 영양을 보충하고 건강한 신체를 만들어준다고 하는 음식이 넘쳐납니다. 이 영양의 홍수 속에서 식품 선택의 기준도 단순히 영양가가 높다는 것을 넘어 현재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인지, 그 식품을 생산하는 데에 있어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윤리, 환경, 복지, 인권과 같은- 외부적 영향은 없는지 한 번쯤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우유와 멀어지는 것이 우유를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어려운 일일 수 있습니다. 유기농이나 무항생제 인증을 받은 우유를 소비하는 것은 낙농업의 외부적 부작용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으며 서서히 줄이거나 대체해보는 방법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시리얼이나 라떼에 들어가는 우유를 두유로 바꾸어 본다든지 아이스크림이나 생크림 케이크의 소비를 줄여보는 것입니다. 두유 이외에 우유를 대신할 캐슈넛, 아몬드, 귀리과 같은 식물성 음료의 선택지도 점점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유제품은 다양한 요리에 사용됩니다. 특히 서양요리는 목축의 역사와 궤를 같이해 왔기 때문에 그들의 음식에서 유제품은 맛을 담당하는 커다란 축을 담당합니다. 사실 유제품의 진한 풍미는 다른 재료로 대체불가합니다.
바삭하게 잘 구운 페이스트리나 크림소스, 녹진한 치즈의 맛은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습니다. 촉촉한 까눌레 (canelé, 우유, 버터, 설탕, 달걀이 주재료인 프랑스 과자) 한 입과 커피 한 모금의 여유는 저의 소확행이기도 합니다. 그 맛을 너무나 잘 알기에 유제품을 빠진 식탁은 어쩐지 허전하고 쓸쓸하지만 그럼에도 저는 우유를 포함한 모든 유제품과 서서히 이별하는 중입니다. 남의 젖을 마시는 일은 이제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환경을 생각하는 개인으로써 단 한가지의 식품을 줄이거나 포기해야 한다면 그 첫번째는 축산업에서 생산되는 식재료이기 때문입니다.
먹거리에 있어서 개인의 소비와 선택은 작은 것이 아닙니다. 하루에도 여러 번씩 마주하는 선택의 순간에서 개개인의 결정은 긍정적으로도 부정적으로도 큰 힘을 가집니다. 그래서 선택의 무게는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더 무겁습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조금씩 느리게라도 괜찮습니다. 작은 변화와 행동도 시작을 위한 발판으로는 충분합니다.
글&그림 by 요리사 김태윤
아시아를 대표하는 국제적 관광도시 방콕, 여러분도 좋아하시죠?
가볼 곳이 넘치는 방콕에서 시장 구경은 놓쳐서는 안 될 매력적인 구경거리입니다.
방콕 시내나 가까운 외곽에는 유명한 시장들이 많은데요, 오늘 소개할 곳은 방콕 북부에 위치한 오또꺼 마켓 ตลาด อ.ต.ก.입니다. 전형적인 동남아시아의 재래시장 모습과는 다르게 이곳은 아주 깔끔하게 정돈된 분위기의 실내 시장인데요. 태국 농촌청에서 관리하고 있는 이 시장은 고급스러운 느낌에 걸맞게 양질의 작물들을 엄선해서 판매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반 재래시장보다 가격은 조금 비싸지만 방콕 최고 품질의 농수산물을 만날 수 있는 곳입니다.
뭐니뭐니해도 시장 구경의 시작과 끝은 먹거리인데요 이 곳 푸드코트의 음식들은 메뉴가 무척 다양한 데다가 왠만한 시내 맛집들을 능가하는 수준입니다. 가격도 저렴한데 깨끗하기까지 하니 위생에 민감하신 분들도 마음 편히 먹방에 집중하실 수 있습니다. 바로 도로 맞은편에는 주말시장으로 유명한 짜뚜짝 시장도 있으니 일정을 잘 맞추어 같이 보셔도 좋습니다.
타이 칠리 디핑 소스
Nam pla prik
고추를 이용한 이 태국식 소스는 여러 용도로 쓸 수 있는 만능 소스로, 재료만 갖추면 만드는 데 1분밖에 걸리지 않는 초간단 소스입니다. 태국 음식의 가장 큰 매력인 매운 맛과 단맛, 신맛과 짠맛의 적절한 조화가 매력적인 이 소스는 해산물이나 고기 요리에 곁들이는 것은 물론이고 양배추나 잎채소에 끼얹어 훌륭한 드레싱으로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기본 재료]
다진 마늘 3톨분
슬라이스한 태국 새눈고추(bird's eye chili) 4개분*
*청양고추 3개로 대체 가능, 고추의 양은 기호에 맞게 가감하세요.
피시 소스 5T
라임즙(또는 레몬즙) 6T
설탕 2T
Recipe
20 August 2021
VOL.6
planEAT news
안녕하세요. 플래닛 뉴스 구독자 여러분
완벽한 채식주의자 한 명보다 비록 완벽하진 못하지만 채식을 위해 노력하는 백 명의 사람들이 모여 우리의 자연을 돌보는 큰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하지요. 고기 없이 못살아!!! 외치던 분들도 ‘맛있는 채식’의 매력에 눈을 뜨게 된다면 두 번 먹을 고기, 한 번으로 줄일 수 있다는 사실!! 😊
환경재단과 함께하는 다채로운 식탁에서 지구를 위한 여러분만의채식 레시피를 찾고 있답니다. 한 달에 한 번, 일주일에 한 번, 하루 한 끼 채식도 좋아요. 조금씩 줄여나가는 거죠. 😉
우리 포기하지 말아요! 💪
8월 셋째 주의 플래닛 뉴스
계절의 기억 8월: 고추 part.1
고추를 고추장에 찍어 먹는 민족!🤣
고추가 들어간 음식을 떠올리는 것은 우리에게 아주 익숙하고 쉬운 일입니다. 빨간 비주얼로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는 국민간식 떡볶이가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맵싹한 낙지볶음과 얼큰한 고추장찌개도 빠질 수 없어요. 빨간 고춧가루로 양념한 다양한 김치는 말할 것도 없구요. 여름의 싱그러움을 담은 풋고추김치도 한 자리를 차지합니다. 고추무름과 꽈리고추찜은 물론, 제 고향의 고추지릉장도 고추 음식 이야기에는 빠질 수 없겠네요. 고추장 넣어 슥슥 비벼낸 비빔밥과 후루룩 한 입만으로도 행복한 비빔국수도 생각납니다.
상상만으로도 이미 입안에 침이 돌고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 같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사람들의 고추 사랑은 유난하지요.
고추-하면 빼놓고 갈수 없는 수많은 나라들이 있습니다. 태국, 멕시코, 헝가리, 스페인, 스리랑카… 사실 다 나열할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은 나라에서 다양한 고추를 먹고 있습니다. 몇 해 전, 색색의 고추가 쌓여 있는 스리랑카의 재래시장을 방문했던 적이 있었는데요. 고추 먹어봐도 되냐는 질문에 너나할 것 없이 자기집 고추를 내밀며 이 조그만 동양여자가 대체 어쩌려고 이 매운 고추를 먹겠다는 거지? 라는 의아한 표정을 숨기지 못하던 스리랑카의 상인들이 생각납니다. 매운 고추를 몇 개씩 받아먹는 제가 신기했는지 우루루 몰려들어 더 매운 고추를 가져오라고 떠드는 상인들에게 ‘I am Korean.’ 이라고 당당히?! 말했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
분명 매운 맛이지만 같은 매운 맛은 아닙니다. 고추라고 다 매운 것도 아니지요.
고추는 가지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입니다. 전 세계 수백여 종의 고추는 개성있는 모양만큼이나 독특한 향과 맛, 그리고 매움의 정도를 가집니다.
다양한 고추를 조금 더 이해하기 쉽도록 고추의 분류도를 그려보았는데요. 고추(Capsicum)에는 크게 다섯 종의 재배종 고추가 있습니다. 우리가 가장 많이 먹는 것은 Capsicum annuum 인데요. Capsicum annuum 은 매운 맛을 가지는 chili pepper와 우리가 흔히 피망과 파프리카로 부르는 bell pepper(sweet pepper)로 나뉘게 됩니다. 우리나라에서 재배하는 유월초, 앉은뱅이초, 수비초, 대화초 등의 토종고추와 풋고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녹광고추, 매운 맛의 대명사인 청양고추와 일본에서 넘어온 꽈리고추 등은 모두 Capsicum annuum에 속하며 우리가 비교적 자주 접하는 태국고추(프릭키누)와 할라페뇨, 카이옌페퍼 등도 여기에 속합니다. 매운 맛이 거의 없는 bell pepper 종류도 Capsicum annuum 에 속하는데요. 사실 피망과 파프리카는 들여온 루트와 시기만 다를 뿐 같은 뿌리를 가집니다. 1930년대 피망이라는 이름으로 들어온 벨페퍼가 조금 더 개량이 되어 1990년대 파프리카라는 이름으로 들어왔을 뿐이지요. (사족을 붙이자면, 피망은 프랑스어의 piment에서, 파프리카는 헝가리어의 paprika 에서 왔는데요. 두 말 모두 고추라는 뜻이에요.)
다양한 감자에 이어 세상의 다양한 고추를 소개하는 이유는 의외로 단순합니다.
음식에는 꼭 맞게 어울리는 식재료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인데요. 그것이 때로는 품종으로, 때로는 떼루아로 나타나기도 하지요. 페페론치노가 없는 날 청양고추를 써서 봉골레 파스타를 만들었더니 왠지 얼큰한 칼국수의 기운이 느껴졌던 경험이 있는 분들은 제 이야기에 격하게 공감해 주시리라 믿어요. 혀끝을 세우고 맛의 디테일에 빠질수록 식재료는 자기가 가진 매력을 발산하며 과한 양념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다채로운 맛을 펼쳐냅니다. 내 취향을 알고 그 맛을 요구할 수 있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바꿀 수 있습니다. 소비자의 요구는 생산자의 마음을 움직이고 생산자의 움직임은 자연을 움직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거든요.
짜릿한 매운 맛은 분명 고추에서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지만 매운 맛이 고추의 전부는 아닙니다. 풋고추의 향기와 꽈리고추의 독특한 식감을 떠올려봐요. 사과향🍏 시트러스향🍋 오이향🥒 꿀향🍯...고추의 향이 잘 떠오르시지 않는다면 이번 기회에 느껴볼까요? 재료가 가진 매력을 들여다보며 ‘내가 좋아하는 맛’을 찾아가는 과정은 꽤 즐겁답니다.
다음 플래닛뉴스에서는 다양한 고추가 가진 각양각색의 향과 맛, 식감들에 대해 이야기할게요. 그 매력이 각 나라에서 어떤 음식으로 나타나게 되었는지 살펴보는 재미가 있을 거예요.
여러분은 어떤 고추를 좋아하나요?
#식재료탐구생활 #고추 #당신의고추취향은 #미식가노트 #식탁위의지속가능성
글&그림 by 음식탐험가 장민영
남의 것을 먹는 사람들
제가 초등학생일 때에는 학교에서 매일 우유급식을 했습니다. 아침마다 당번이 교실로 우유를 가지고 오면 먹든 안 먹든 상관없이 책상에 우유가 놓였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저는 우유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우유를 마시면 키가 큰다는 말을 차마 무시할 수 없어 의무감에 열심히 마셨습니다.
군대에서는 일주일에 두 번씩 양식 메뉴가 나오는 날에 우유를 배급했습니다. 그때도 우유를 마시는 일은 언제나 고역이었지만 체력이 좋아진다는 말에 꼬박꼬박 우유를 마셨습니다. 우유가 배급되는 날에는 화장실을 들락거리는 병사들이 유난히 많았습니다.
우유가 좋은 식품이라는 믿음은 어쩌면 학교 우유 급식에서부터 시작된 것인지도 모릅니다. 우유는 성장기 어린이들에게 필요한 영양소를 완벽하게 갖춘 식품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광고에는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과 함께 유명 운동선수들도 등장해 우유가 몸에 좋은 식품임을 알리고 있습니다. 키가 큰다는 이유로, 칼슘이 풍부하다는 이유로 우유의 효능에 대한 믿음은 지금까지도 어린이부터 노년층에 이르기까지 세대와 국경을 초월합니다.
최근 들어 일선 학교의 우유 급식률과 국내 소비량은 지속적인 감소세에 있습니다. 감소의 주된 원인은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우유급식 기피현상과 우유 영양에 대한 논란, 생산 과정을 둘러싼 의문, 그리고 낙농업이 야기하는 동물복지, 환경오염 등의 문제의식에서 비롯되었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오히려 우유를 많이 마시는 것이 건강에 좋지 않을 수 있다는 연구들도 등장하고 있어 우유의 영양과 효능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우유가 어떤 식품인 지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먼저 우유의 본질에 대해 알아보아야 합니다.
‘우유(牛乳)’라는 한자어는 소의 젖을 뜻합니다. ‘우유를 마신다.’ 와 ‘소젖을 마신다.’는 같은 뜻임에도 뉘앙스의 차이가 있습니다. 단어의 정의처럼 소젖은 원래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송아지를 위한 것이기 때문이지요. 우유에는 송아지의 성장을 돕는 각종 영양소가 풍부하게 들어 있습니다. 우유를 ‘완전 식품’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우유를 마셨을 때 이 영양소들이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입니다. 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먼 옛날에 살았던 인류에게는 동물의 젖이 독소와 같았을 것이라고 합니다. 어린이와 달리 성인에게는 우유에 들어있는 젖당을 분해하는 효소인 락타아제(lactase)가 없었기 때문에 다 자란 인간의 몸에 우유는 독소처럼 작용했을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농업혁명과 더불어 정착 생활을 시작하면서 인류는 가축을 길렀고 가축의 젖으로 요구르트와 치즈와 같은 유제품을 만들어 먹었습니다.
약 7000여년 전부터 유라시아의 일부 집단으로부터 젖당을 분해하는 유전자 변형이 일어나 어른이 되어서도 가축의 젖을 소화할 수 있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고 이 돌연변이 유전자는 전세계로 퍼져 나갔습니다.
현재 유럽인의 80% 정도가 이 변형된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반면 아시아와 아프리카인은 15~20% 정도만이 이 유전자를 가지고 있습니다. ‘유당불내증’은 젖당을 소화시키지 못해 발생하는 증상으로 장내에 가스를 생성하거나 설사와 복통을 유발합니다. 즉 유당불내증은 ‘젖을 뗄 때’ 가 되었음을 알려주는 정상적인 신호인 셈입니다. 지구 상에서 인간을 제외하고 젖먹이 이후에 젖을 먹는 생물은 없습니다. 게다가 다른 동물의 젖을 먹는 동물은 인간이 유일합니다.
그렇다면 “우유를 마시면 키가 크고 뼈가 튼튼해진다.” 는 말은 사실일까요?
우유의 특별한 성분들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일단 시판되는 우유의 가공 공정을 살펴보겠습니다. 농장에서 착즙기를 통해 모아진 우유는 표준화, 균질화 가공과 함께 유해한 균의 증식을 막기 위해 살균과정을 거쳐 ‘멸균 우유’라는 이름으로 판매됩니다. 우리나라에서 유통되는 대부분의 우유들은 고온살균이나 초고온살균 방법을 사용하는데 이 과정에서 유해균 뿐만 아니라 유익한 균과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성분들도 함께 사라지게 됩니다.
또한 유단백질인 카제인과 지방의 변성도 일어나는데 골격 형성에 도움을 주는 카제인 칼슘은 소화가 힘든 인산칼슘으로 변하여 체내 흡수가 어려워집니다. 가공을 거쳐도 우유에 함유된 칼슘의 양은 변하지 않기 때문에 여전히 ‘칼슘이 풍부’ 하지만 체내 흡수율은 저하됩니다.
** 저온 살균 우유는 지방의 변성이 이루어 않아 그 맛에 대한 호불호가 갈리는 원인이 됩니다. 이러한 선호도의 차이와 더불어 높은 생산 효율, 유통기한이 길어진다는 장점 때문에 대부분의 우유는 고온살균법을 거쳐 생산됩니다.
우유를 비롯해 20년간 건강과 음식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콜린캠벨 코넬 대학 명예교수는 자신의 연구에서 우유를 많이 마실수록 대퇴부 경부 골절 발생률이 높다는 결과를 제시했습니다. 우유를 많이 섭취하는 나라일수록 대퇴부 골절률이 높다는 것인데요,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이러한 현상에 대해 ‘칼슘 패러독스(역설)’라는 명칭으로 홈페이지에 소개했습니다.
그렇다면 이 ‘칼슘의 역설’ 은 어떻게 일어나는 걸까요?
우유는 동물성 단백질이 든 산성 식품이라서 인체에 들어오면 체내 산도를 높이는데 우리 몸은 스스로를 알칼리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 뼈에서 칼슘을 끌어내어 혈액에 공급하게 됩니다. 우유를 지속해서 마시면 뼈 속 칼슘이 오히려 줄어들면서 골다공증이나 골절의 위험이 증가하게 되는 것입니다.
우유와 암 발병률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자료들도 눈에 띕니다. 송아지는 우유 섭취를 통해 태어난 지 한달 반 만에 몸무게를 두 배로 불리는데 이는 소젖 속에 있는 성장 호르몬에 기인합니다. IGF-1 (*Insulin like Growth Factor-1 : 인슐린과 유사한 작용을 하는 성장인자로서 성장을 촉진하고 모든 세포의 증식도 촉진하는 효과를 냄.) 이라는 이 호르몬은 세포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호르몬으로 송아지의 몸에 들어가 성장 효소를 찾아내고 그 효소에 숙주하며 성장에 관여하는데, 성인의 체내에서는 그 성장 효소를 찾을 수가 없으니 돌연변이 세포나 우리 몸에서 제거되어야 할 세포의 증식을 돕게 됩니다. 이것은 우유를 많이 먹을수록 IGF-1 호르몬의 농도가 높아지게 되고 이로 인해 암세포와 같은 비정상적 세포의 성장을 촉진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2006년 하버드 대학이 주관한 연구에서는 하루 세 잔 이상 우유를 마신 여성들은 하루 한 잔 이하의 우유를 마신 여성들보다 심혈관질환이나 관련 암 발병률이 44% 높게 나왔고, 앞서 대퇴부 골절과의 상관관계 연구를 수행했던 콜린 캠벨 교수의 저서에는 남성의 우유 소비량과 전립선암 사망자수가 거의 비례하는 결과를 보인 연구가 소개되었습니다.
우유 소비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우유의 영양에 대한 오해 이외에도 축산업에서 발생하는 윤리적, 환경적 문제들을 반대의 주된 원인으로 꼽습니다.
목장의 송아지들은 태어나자마자 어미 곁에서 분리되어 사람의 손에서 양젖이나 분유를 먹으며 길러집니다. 송아지가 태어난 후부터 소의 젖은 인간의 차지이기 때문입니다. 암송아지들은 어미와 똑같이 평생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는 착유 젖소로 사육되고 대부분의 수송아지들은 송아지 고기로 처분되거나 육우로 사육됩니다.
고함량 유지방과 유단백을 갖춘 우유를 생산하기 위해 (육우와 마찬가지로) 젖소에게도 고에너지 곡물 사료를 먹이는데 대부분 GMO사료를 급여합니다. 또 착유량을 늘리기 위해 일반적으로 지방의 함량을 높이는 지방보호제, 단백질보호제, 소화제(가성소다) 등을 사용하고 곡류의 저장이나 사료 제조 과정에서 생기는 곰팡이 독소를 제거하는 규산염, 일라이트와 같은 첨가제를 쓰기도 합니다. 젖소도 인간과 비슷하게 9개월의 임신 기간을 거쳐 새끼를 낳기 때문에 매년 새끼를 낳는 것은 어미소에게도 매우 곤욕스러운 일이지만 앞서 낳은 송아지에게 젖을 빨려야 할 시기에도 인공 수정으로 수태를 시키기 때문에 아홉 달의 임신 기간 중에서 일곱 달은 젖을 생산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더 빨리, 많은 우유를 생산하기 위해 rBGH라고 하는 인공성장호르몬을 주사합니다. 이 성장호르몬으로 인해 젖소의 유방은 비정상적으로 커지게 되고 비대해진 유방과 너무 많이 차오른 젖 때문에 젖소는 고통과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방염과 착유시의 유두 감염을 막기 위해 항생제를 투여하게 되고 이 항생제는 체내에서 대사과정을 거쳐 소의 젖으로도 배출됩니다. rBGH는 젖의 생산을 크게 늘려주지만 송아지에게 선천성 기형을 불러오기도 합니다. 그래서 젖소 사육과정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이 성장호르몬은 유럽과 캐나다, 일본에서는 사용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 결론적으로 대부분의 시판 우유에서 항생제 성분이 검출되지만 우리나라 보건 당국은 우유 속 항생제 잔류허용기준(0.01mg/kg)을 정해 안전을 관리하고 기준치 이상의 항생제가 검출된 우유는 전량 폐기하고 있습니다.
5-6년이 되면 젖소는 더 이상 출산을 할 수 없게 되고 우유도 생산할 수 없으므로 도축공장으로 보내지는데 이 경우에는 육질이 질기다는 이유로 양념육이나 스프에 사용되거나 비료, 의약품, 건축재로 분쇄 가공됩니다. 인간을 위해 아낌없이 내어 주던 삶을 죽어서도 이어가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윤리적 문제들을 차치하더라도 우리가 우유의 소비에 대해 고민해 보아야 하는 이유는 기후위기의 시급함 때문입니다. 우유회사의 광고나 유럽 기차여행에서 보게 되는 푸른 초원과 젖소가 어우러진 풍경은 목가적이고 낭만적입니다. 그러나 축산업과 낙농업의 실상은 전혀 낭만적이지 않습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지구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14.5%가 낙농업계에서 나온다고 추산했습니다. 그 이유는 메탄 때문입니다. 소 한 마리가 1년에 평균 80-120kg의 메탄 가스를 배출합니다. 메탄은 이산화탄소에 비해23배나 강력한 온실가스로서 축산업은 자동차, 기차, 비행기 등 전세계 운송수단에서 배출하는 모든 이산화탄소를 합친 양보다 많은 온실가스를 대기중에 쏟아냅니다. 그래서 소는 대기 오염과 오존층 파괴 그리고 지구온난화의 주범들 중 하나로 평가됩니다.
낙농업은 대기뿐만 아니라 수질, 토양의 환경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칩니다. 소를 기르기 위한 땅과 사료 생산을 위한 곡식 재배를 위해서는 넓은 땅이 필요하고 이는 산림파괴로 이어집니다. 지구에서 생산되는 전체 곡식의 3분의 1이 가축 사료로 사용되고 있고, 지난 50년 동안 전 세계의 전환된 토지의 65%가 축산업을 위해 개간되었습니다. 자연히 작물을 기르기 위해 방대한 양의 물이 사용되고 소의 사육에 들어가는 물의 양도 엄청납니다. 오직 고기와 젖을 생산하기 위해 가혹한 파괴가 진행되는 동안 지구의 다른 한쪽에서는 굶주림으로 희생되는 사람들의 비극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우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는 이 글을 준비하면서 우유는 무조건 좋다는 믿음의 근원은 무엇인지, 객관적인 사실은 어떤 지 알게 되었고 우유를 마신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았습니다.
우유에는 다양한 영양소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등 열량을 내는 영양소는 물론 다양한 무기질과 비타민이 들어 있고 동물성 단백질과 칼슘을 충분히 섭취할 수 있다는 면에서 ‘완전 식품’ 에 가깝습니다. 우유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과 효능에 대해서는 아직도 의견이 분분합니다.
우리는 영양 과잉의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주위에는 영양을 보충하고 건강한 신체를 만들어준다고 하는 음식이 넘쳐납니다. 이 영양의 홍수 속에서 식품 선택의 기준도 단순히 영양가가 높다는 것을 넘어 현재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인지, 그 식품을 생산하는 데에 있어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윤리, 환경, 복지, 인권과 같은- 외부적 영향은 없는지 한 번쯤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우유와 멀어지는 것이 우유를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어려운 일일 수 있습니다. 유기농이나 무항생제 인증을 받은 우유를 소비하는 것은 낙농업의 외부적 부작용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으며 서서히 줄이거나 대체해보는 방법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시리얼이나 라떼에 들어가는 우유를 두유로 바꾸어 본다든지 아이스크림이나 생크림 케이크의 소비를 줄여보는 것입니다. 두유 이외에 우유를 대신할 캐슈넛, 아몬드, 귀리과 같은 식물성 음료의 선택지도 점점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유제품은 다양한 요리에 사용됩니다. 특히 서양요리는 목축의 역사와 궤를 같이해 왔기 때문에 그들의 음식에서 유제품은 맛을 담당하는 커다란 축을 담당합니다. 사실 유제품의 진한 풍미는 다른 재료로 대체불가합니다.
바삭하게 잘 구운 페이스트리나 크림소스, 녹진한 치즈의 맛은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습니다. 촉촉한 까눌레 (canelé, 우유, 버터, 설탕, 달걀이 주재료인 프랑스 과자) 한 입과 커피 한 모금의 여유는 저의 소확행이기도 합니다. 그 맛을 너무나 잘 알기에 유제품을 빠진 식탁은 어쩐지 허전하고 쓸쓸하지만 그럼에도 저는 우유를 포함한 모든 유제품과 서서히 이별하는 중입니다. 남의 젖을 마시는 일은 이제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환경을 생각하는 개인으로써 단 한가지의 식품을 줄이거나 포기해야 한다면 그 첫번째는 축산업에서 생산되는 식재료이기 때문입니다.
먹거리에 있어서 개인의 소비와 선택은 작은 것이 아닙니다. 하루에도 여러 번씩 마주하는 선택의 순간에서 개개인의 결정은 긍정적으로도 부정적으로도 큰 힘을 가집니다. 그래서 선택의 무게는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더 무겁습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조금씩 느리게라도 괜찮습니다. 작은 변화와 행동도 시작을 위한 발판으로는 충분합니다.
글&그림 by 요리사 김태윤
Foodie-s planEAT
아시아를 대표하는 국제적 관광도시 방콕, 여러분도 좋아하시죠?
가볼 곳이 넘치는 방콕에서 시장 구경은 놓쳐서는 안 될 매력적인 구경거리입니다. 방콕 시내나 가까운 외곽에는 유명한 시장들이 많은데요, 오늘 소개할 곳은 방콕 북부에 위치한 오또꺼 마켓 ตลาด อ.ต.ก.입니다.
전형적인 동남아시아의 재래시장 모습과는 다르게 이곳은 아주 깔끔하게 정돈된 분위기의 실내 시장인데요. 태국 농촌청에서 관리하고 있는 이 시장은 고급스러운 느낌에 걸맞게 양질의 작물들을 엄선해서 판매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반 재래시장보다 가격은 조금 비싸지만 방콕 최고 품질의 농수산물을 만날 수 있는 곳입니다.
뭐니뭐니해도 시장 구경의 시작과 끝은 먹거리인데요 이 곳 푸드코트의 음식들은 메뉴가 무척 다양한 데다가 왠만한 시내 맛집들을 능가하는 수준입니다. 가격도 저렴한데 깨끗하기까지 하니 위생에 민감하신 분들도 마음 편히 먹방에 집중하실 수 있습니다. 바로 도로 맞은편에는 주말시장으로 유명한 짜뚜짝 시장도 있으니 일정을 잘 맞추어 같이 보셔도 좋습니다.
planEAT recipe
타이 칠리 디핑 소스
Nam pla prik
고추를 이용한 이 태국식 소스는 여러 용도로 쓸 수 있는 만능 소스로, 재료만 갖추면 만드는 데 1분밖에 걸리지 않는 초간단 소스입니다. 태국 음식의 가장 큰 매력인 매운 맛과 단맛, 신맛과 짠맛의 적절한 조화가 매력적인 이 소스는 해산물이나 고기 요리에 곁들이는 것은 물론이고 양배추나 잎채소에 끼얹어 훌륭한 드레싱으로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기본 재료는 다음과 같습니다.
다진 마늘 3톨분
슬라이스한 태국 새눈고추(bird's eye chili) 4개분*
*청양고추 3개로 대체 가능, 고추의 양은 기호에 맞게 가감하세요.
피시 소스 5T
라임즙(또는 레몬즙) 6T
설탕 2T
자, 그럼 만들어 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