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셀 지역의 지속가능한 라이프스타일
벌써 여름이 가고 선선한 바람이 부는 천고마비의 계절인 가을이 왔네요.
저는 지난 8월 네덜란드의 북부에 위치한 섬, Texel 텍셀 이라는 곳에 다녀왔는데요, 이곳은 네덜란드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유명 휴양지 중 한 곳입니다. 마치 우리나라의 제주도와 같달까요? 크기는 제주도의 1/10 정도이지만요^^
집에서 직접 기른 호박, 파 등의 채소 꾸러미와 꽃, 그리고 직접 만든 친환경 세제 등을 진열해 둔 무인 상점들을 보며, 자정까지 쇼핑을 하고 늦은 밤까지 반짝반짝한 맛과 멋에 취해 즐기는 도시의 ‘여유’와는 다른, 텍셀만의 ‘여유’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넓은 갯벌로도 유명한 텍셀 지역에는 다양한 ‘생물 다양성’(bio diversity)이 존재합니다.
이렇듯 다양한 생명의 군상은 텍셀의 갯벌(mud flat)과 바든해(Wadden Sea)는 많은 조류와 물개들에게 완벽한 미쉐린 레스토랑이 되어줍니다.

저는 이 곳에서는 짜디짠 바닷물로 식물을 기르고, 감자를 재배한다는 신기한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바다로부터 얻을 수 있는 자원이 많은 바든해에서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식염 Wadden 제품(saline Wadden products)들을 연구하고 재배, 생산한답니다.
실제로 텍셀의 ‘salt farm foundation’에서 가뭄에 시달리는 남아프리카를 돕기 위해 ‘물 없는 채소’ 시스템을 도입하였는데요. 2018년 케이프타운에서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스튜디오 H’와 협업하여 ‘zero-water’로 연구하고 재배한 채소들로 요리한 저녁 만찬을 준비하기도 했습니다.

케이프타운에서 열린 이 만찬을 통해 연구자 및 디자이너들은 도시와 접한 풍부한 바다의 식염수가 미래의 식량 재배의 원천이 될 수 있음을 상상할 수 있었습니다.
텍셀의 여러 염수 농장 제품 중 제가 선택한 제품은 wadzilt.nl 의 ‘zilte kruidenmix’입니다.
직역을 하자면 ‘짠 허브믹스’인데, 바닷물로 기른 토마토와, 샐러리, 파슬리, 마늘, 갈파래(sea lettuce), 바다 소금 등을 섞어 만든 향신료입니다. 이 향신료는 소금대신에 사용해도 좋구요. 특히 감자튀김이나 홍합 요리를 먹을 때 음식의 풍미를 돋우는 역할을 합니다. wadzilt.nl은 유기농으로 재배한 ‘짠 바든해의 식재료’를 개발하고 가공합니다.
그들은 바든해에서 많이 볼 수 있는 해조류를 이용해 소금을 대신하는 향신료를 만드는데요. 갈파래sea lettuce 같은 ‘짠 허브’와 바닷물에서 기른 토마토 같은 ‘짠 채소’를 섞어서 텍셀 지역만의 ‘짠 향신료 믹스’를 개발해 판매하고, 바다 허브 자체를 담아 팔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아직은 우리나라처럼 해조류 자체를 음식으로 먹기에는 부담을 느끼는 문화라서 그런지) 이렇게 다양한 방법으로 차근차근 해조류에 관심을 넓히는 네덜란드 사람들을 보자면 미역을 사랑하는 한국인으로서 괜히 뿌듯합니다.

어쩌면 염수 농업이 다가오는 2050년의 식량부족에 대비한 희망찬 해답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하며,
저의 텍셀 이야기는 여기서 마칠게요!

디자이너 안소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