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September 2021

VOl.8


planEAT news

안녕하세요. 플래닛 뉴스 구독자 여러분! 


‘옷은 시집올 때처럼, 음식은 한가위처럼’ 이란 속담 들어보셨나요? 😊

다음 주면 일 년 중 가장 풍요로운 날, 한가위랍니다! 모두들 어디서 어떻게 명절을 보내실지 궁금해지는데요.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과 바쁜 일상 속에 가족들이 둘러앉아 송편을 빚는 일은 좀처럼 볼 수 없는 풍경이 되어가고 있지만 

서운해하고 있지만 말아요, 우리. 송편을 빚을 마음의 여유가 없이 추석을 맞았다면 맛있는 송편을 사다가 나눠 먹을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도 꽤 멋진 명절을 보낼 수 있는 방법이 될테니까요.

나눠 먹는 재미가 풍성한 한가위 되시길 바랄게요!   




9월 셋째 주의 플래닛 뉴스  


  1. 음식탐험가 장민영이 전하는 식재료 이야기, 이번 주에는 추석에 빼놓을 수 없는 쌀 이야기를나눕니다.
  2. 김태윤 셰프의 나의 비거닝 이야기 part.2를 통해 채식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에 대해 생각해봐요.
  3. Letter from Netherlands에서는 네덜란드의 도시농업 Urban Farming 에 대해 이야기할게요.
  4. foodie`s planEAT 에서는 김태윤 셰프와 함께 월드마켓투어를 떠납니다. 이번 주에는 세계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시장! 이스탄불의 그랜드 바자르로 찾아갑니다.
  5. planEAT recipe에서는 태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길거리 음식 중 하나인 ‘사위의 달걀’ 을 함께 만들어봐요.



계절의 기억   9월 : 쌀

곧 있으면 추석이에요. 여러분.

저는 사실 #계절제주 에 사용될 달걀 이야기를 쓰려다 어? 추석이네. 그럼 햅쌀 이야기 안 쓰고 넘어갈 수 없지! 

하며 급, 주제를 바꿨답니다.  

풍성한 수확의 계절, 가을이 오면 누렇게 익은 벼가 일렁이는 황금 논이 떠오릅니다. 

조생종 벼들은 이미 수확을 마치고 2021년산 햅쌀이 되어 저희의 추석상을 책임질 준비를 끝냈습니다.

윤기가 좌르르 흐르며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갓 지은 햅쌀밥을 싫어하실 분은 안 계시리라 생각합니다만, 

밥에도 취향이 있는 법!

여러분은 어떤 밥을 좋아하세요?


저는 적당히 탄력이 있어 씹힐 때 무르지 않고, 밥알이 때로는 적당히 혀 안을 구르기도 하는 쌀밥을 좋아합니다. 한식을 먹을 때에는 대체로 강하지 않은 향의 쌀을 좋아하지만 너무 밍밍한 쌀밥 맛은 때로는 반찬의 맛을 살려주지 못한다고 생각해요. 지나치게 깨끗한 밥맛은 물맛이 느껴지는 기분이 든다고 해야 할까요. 쌀알은 조금 큰 것을 선호하는 것 같습니다.

매일 먹는 쌀밥이라 오히려 취향 같은 것 생각치 않고 지낼 때가 더 많습니다. 

하지만 또 매일 먹는 밥이니 누구나, 누구보다 더, 전문가의 입맛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이 글을 읽고 계시다면 잠깐 ‘내가 좋아하는 밥맛’을 떠올려 보세요. 

내가 좋아하는 쌀알의 크기나 모양, 내가 좋아하는 밥의 향, 씹을 때의 단단함 정도, 찰기의 정도, 입안에 머무는 밥의 맛 등등을 기준으로 삼으면 아, 나는 이런 밥맛을 좋아하는구나-금방 파악이 되실 거예요.


내가 좋아하는 밥맛을 아는 것은 쌀을 고르는 좋은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요즘은 쌀을 구입하기 전에 도정일도정의 정도를 확인하고, 혼합미인지 단일미인지 따져보고, 내가 좋아하는 품종을 기억하고 완전립의 비율이 높은 완전미인지를 살펴보는 사람들이 많아졌는데요. 아주 좋습니다.

이 행동들로 인해 우리는 이미 맛있는 밥을 먹을 확률이 높아졌어요. 😊



완전미라는 것은 낱알의 형태가 온전한 쌀의 비율이 96% 이상일 때 붙이는 말입니다. 

깨졌거나 형태가 온전하지 못한 낱알은 불완전립이라고 부르는데요. 불완전립이 많을수록 밥에서 나는 군내도, 깔끔하지 못한 맛도 많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대부분의 불완전립은 도정 단계에서 따로 처리되지만 때로는 도정기의 성능에 따라, 품종이나 유통 방식에 따라 불완전립이 많아지는 경우도 있답니다. 

우리나라에서 쌀의 등급은 완전립의 비율에 따라 나뉩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완전립이 96% 이상인 경우에는 ‘완전미’, 90% 이상인 경우에는 특, 그 아래로 상, 보통의 단계로 나뉘게 됩니다. 등급이 매겨진 후에도 깨진 쌀이 많아지는 경우가 있는데요. 이럴 때 저는 밥소믈리에 이승은 선생님이 가르쳐준 방법을 사용하곤 합니다. 바로 쌀봉투를 흔들어 보는 거죠. 불완전립이 많을 경우에는 쌀봉투의 투명창에 묻어나는 쌀가루가 많아진다니 여러분도 쌀을 직접 고르신다면 사용해보기 좋은 방법입니다. 


밥을 씹을 때의 단단함(경도)나 찰기의 정도는 쌀을 보관하는 방법, 밥을 짓는 방법, 그리고 쌀이 가진 아밀로스의 함량과 관계가 있는데요. 우선 가장 근본적인 아밀로스 함량 이야기부터 해볼게요. 

보통 경도와 찰기의 정도는 반비례합니다. 아밀로스 함량이 높을수록 경도는 높아지고 우리가 씹었을 때 단단한 힘을 느낀다고 할 수 있어요. 반대로 찰기는 낮아집니다. 쉽게 말해 아밀로스 함량이 높은 멥쌀과 아밀로스 함량이 낮은 찹쌀을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하지만 사람의 입맛은 숫자로 분석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단단한 식감을 좋아하는 저도 적당한 찰기를 좋아하고 찰밥을 좋아하는 저희 어머니께서도 너무 무른 밥은 좋아하지 않는 것처럼요. 아밀로스 함량은 분명 참고할 만한 단서이지만 다행히 쌀의 식감은 이에 따라 정확히 이분법적으로 나뉘지는 않습니다. 게다가 사람들이 좋아하는 방향으로 수많은 품종 개량이 이뤄지고 있기도 하구요. 특정 쌀이 가진 기본적인 내용을 기억하고 내가 좋아하는 맛을 대입해 그 맛에 가장 가까운 품종을 찾아 골라 먹을 수 있다면 이미 여러분은 밥에 있어서 최고의 미식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단단한 쌀도 때로는 밥을 짓는 방법에 따라 무름의 정도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같은 쌀도 압력밥솥, 전기밥솥, 냄비, 돌솥 등 짓는 기구에 따라 다른 식감을 가지는 것을 생각해보면 크게 놀라운 이야기도 아닌데요. 전통적으로 가마솥, 무쇠솥을 많이 사용했던 우리나라 사람들은 조금은 무르고 찰진 스타일의 밥을 선호한답니다. 

가벼운 나무 뚜껑을 사용해 밥을 짓는 일본과 비교해보면 양국에서 출시하는 압력밥솥의 기압 기준도 다르다고 하니 내가 좋아하는 품종의 쌀을 골랐다면 이번엔 무엇으로 밥을 지을지 골라보는 재미도 있을까 합니다.    


가마솥 이야기가 나오니 취재를 다니며 먹었던 가마솥밥과 반찬들 이야기가 떠들고 싶어지네요 😊 

이 이야기는 언젠가 또 할 날이 오겠죠?!


다음 플래닛뉴스에서는 오늘 슥~ 스치고 지난 쌀의 품종 이야기와 도정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 볼게요. 

모두모두 행복한 추석 보내시고 곧 다시 만나요!


나의 비거닝 이야기  part.2 

한 달 간의 짧은 비건 체험을 마치고 저에게는 여러 가지 변화가 생겼습니다.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익숙했던 사물과 상황을 바라보는 저의 시선이었습니다.


이 체험 기간을 거치면서 저는 제가 먹는 음식들에 대해 조금 더 주의 깊게 살피게 되었습니다.

저도 그렇지만 우리는 종종 우리 몸에 들어가는 음식에 대해 지나치게 무관심합니다.

무엇이 들어있고,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지고, 그것이 어떤 생명으로부터 온 것인지와 같은 기본적인 정보들 말이지요.

비건이 먹을 수 있는 식품인지 알아보기 위해 저는 자주 성분표를 들여다보아야 했습니다.

글자와 숫자로 표기된 것들은 주로 그 식품을 구성하는 성분과 영양정보 등을 담고 있지만, 그 내용을 꼼꼼하게 살펴보면 더욱 많은 정보와 의문에 맞닿게 됩니다.


빼곡한 글씨 속에서 발견하는 여러 나라의 이름들과 의외의 재료들, 수많은 동물성 재료들, 읽어도 알 수 없는 각종 첨가물, 팜유, GMO, 유기농, 포장 재질 등 화려한 포장지 뒷면의 내용들은 물건 가격 이외에 우리가 지불해야 하는 진짜 대가가 무엇인지도 알려줍니다.


제 생활 속에서 음식 이외에 동물로부터 비롯된 것들은 무엇이 있는지도 살펴보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동물을 먹기만 하지 않습니다. 가죽옷을 입기 위해 사냥하고 사육하며, 화장품과 의약품을 생산하기 위해 다양한 생체실험을 하고, 사람들의 눈요기로 삼기 위해 동물원과 수족관에 전시하고 혹사시킵니다.

이렇듯 보이지 않는 동물들의 흔적은 냉장고 외에도 옷장과 신발장, 화장대 안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동물의 부산물이 테니스 공이나 벽지, 반창고, 필름처럼 전혀 예측하지 못한 물건들에도 들어간다는 사실 또한 알게 되었습니다.

비거니즘의 궁극적 지향점이 단순히 육식을 멀리하는 식생활의 추구가 아닌, 동물로부터 비롯된 모든 제품과 서비스를 지양하는 삶의 방식에 있듯이 비건을 체험한 이후 저의 의식도 자연스럽게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식생활의 변화에서 시작된 관심은 그렇게 제가 소비하는 것 하나하나를 돌아보게 했고 화장품이나 운동화를 살 때도 가능하면 어떤 방식으로든 동물을 이용하지 않은 제품을 고르는 새로운 습관으로 이어졌습니다.



눈앞에 놓인 음식들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졌습니다.

오랜만에 재회한 고기와 달걀 반찬들은 마음을 복잡하게 만들었습니다.

‘맛있겠다’ 라는 즉각적인 반응과 함께 생각의 한 켠에 밀쳐두었던 것들이 떠올라 혼란스러운 상태가 되곤 했습니다. 예민한 반응일지는 모르겠지만 고기 냄새에도 민감해진 것 같았고요.  

본래 형태를 알 수 없게 조리된 음식들은 좀 나았지만 덩어리 고기에는 더 이상 손이 가지 않았습니다.

고기를 바라보고 있으면 이따금씩 그 동물이 떠올랐으니까요.

길을 걷다가 꼬챙이에 줄줄이 꿰어져 빙글빙글 돌아가는 전기구이 통닭을 보면 살아있는 닭들이 생각나기도 했습니다.



육식이라는 필터를 빼고 본 세상은 거대한 육식주의의 제국 같았습니다.

어느 지역이건 음식점들이 모여있는 골목에는 고기를 주력으로 판매하는 식당들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고깃집이 아닌 식당에서도 고기가 들어있지 않은 메뉴를 찾기가 힘들지요.   

배달 어플과 식품을 판매하는 온-오프라인 매장들, 검색창의 메인 광고, TV와 길거리 입간판에 이르기까지 발길과 눈길 닿는 모든 곳에서 고기와 고기로 만든 음식들을 광고하고 그 소비를 부추깁니다.

‘회식은 무조건 고깃집’, ‘후한 대접을 해야 할 때는 소고기’, ‘기념일엔 스테이크’, ‘소주에 삼겹살’, ‘맥주와 치킨’, ‘야식은 족발’처럼 특정한 상황과의 조합은 육식을 생활의 일부로 공식화합니다.


이렇듯 우리는 생활 깊숙이 만연한 육식 문화 속에서 과도하게 육식을 즐기고 있습니다.

미처 인식하기조차 어려운 육식 문화에서 빠져나오기 힘든 이유는 우리가 현재의 시스템 안에서 자랐으며 다른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육식주의의 렌즈를 통해 세상을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다 먹기 때문에 일반적’ 이며, ‘어렸을 때부터 먹어 온 것이어서 자연스럽’ 고,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으로서 건강을 위해 필요하다.’ 라는 식의 암묵적인 합리화를 통해 우리 사회는 육식을 정당화해 왔습니다. 

광고와 방송은 우리에게 친숙한 인물들을 통해 육식의 모습들을 끊임없이 보여주면서 이 사회에 육식주의가 계속 건재할 수 있도록 보장합니다.



미디어가 육식주의의 비가시성을 지키는 또 다른 방법은 ‘생략’ 입니다.

고기를 얻기 위해 도축해야 하는 연간 100억 마리의 동물들과 현대 축산업의 관행이 야기하는 온갖 끔찍한 결과에 관한 이야기들은 모든 보도와 방송의 영역에서 철저하게 제외됩니다. 

이런 굳건한 육식주의 문화는 결과적으로 고기가 생명으로부터 온 것이라는 사실을 가리게 되고 이런 비가시성은 고기를 먹을 때 느낄 수 있는 도덕적 불편함을 완화시키거나 생물을 떠올리며 응당 느껴야 하는 우리의 기본적인 감각조차 마비시킵니다.

고기가 동물에게서 나온다는 것은 알지만 동물이 고기가 되기까지의 단계들에 대해서 우리는 굳이 짚어보려 하지 않습니다.

한국에서만 수억 마리의 가축이 인간의 먹거리를 위해 사육되고 있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 있는 그들의 삶과 죽음에 대해서 우리는 놀라우리만큼 무관심합니다. 사육과정에서 벌어지는 각종 비윤리적인 행위들은 차치하고서라도 말이죠. 우리 대부분이 의식의 어느 차원에서는 육식의 이면에서 정말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알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잘 알려진 대로 축산업은 지구상에서 가장 치명적인 오염과 막대한 폐기물을 배출하는 산업입니다.

전 세계의 모든 운송수단에서 나온 배기가스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온실가스를 뿜어내고 있지요.

게다가 축산업은 지표면 전체 농지의 70%를 사용해서 매년 600억 마리의 가축을 먹여 인간의 식탁에 오르게 합니다. 만약 그 면적의 땅에 사람을 위한 식량을 재배한다면 세계의 기아는 사라질 것입니다.

사스, 메르스,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은 서식지를 잃은 야생동물이 인간에게 노출되면서 새롭게 생겨난 질병입니다. 서식지 파괴 역시 인간에 의해 이루어지며 축산에 필요한 경작지 조성과 그에 따른 산림 훼손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힙니다.   

기후 위기는 전 세계에서 체감할 수 있는 위협으로 나타나고 있고 환경에 대한 최소한의 관심은 이제 개인의 의지와 상관없는 요구 사항이 되었습니다. 고기를 먹으면서 환경을 생각한다는 말에는 커다란 모순이 있지만 여전히 우리는 육식의 굴레 안에서 자신들과 지구의 안위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채식 지향은 그렇기 때문에 더 이상 환경운동가나 뚜렷한 신념으로 무장한 특정인들의 전유가 아닙니다.

지구의 환경은 무서운 속도로 빠르게 변하고 있고 느슨한 낙관만으로 관망하기에는 우리 앞에 놓인 대가가 너무나 커 보이기 때문입니다. 이 위기의 책임이 우리 인류 모두에게 있듯이 채식의 실천은 점차 선택이 아닌 필수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밥상 위의 메뉴가 더 이상 개인의 취향일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채식 지향의 선택이 많은 생명들을 구한다면 과연 우리 몸에는 무엇이 좋을까요?

한 달간의 비건 체험을 거치면서 가장 신기했던 것은 제 몸에서 일어난 변화들이었습니다.

나이를 먹으면서 얼마 전부터는 고기를 많이 먹으면 소화가 잘 되지 않아 소화제를 먹거나 다음날까지 속이 더부룩한 일이 많았는데 채식을 하는 동안 뱃속은 내내 조용했고 소화도 잘 되었습니다.

몇 년 간 큰 변화가 없었던 콜레스테롤 수치가 떨어지고 고혈압의 경계에 있던 혈압도 정상 범위로 내려왔습니다. 거기에 덤으로 뱃살이 빠지고 피부가 좋아지는 긍정적인 효과도 얻게 되었지요.  

여러 해 동안 누적되어 온 각종 성인병 증상들이 없어지는 것을 지켜보는 일은 무척 즐거웠습니다.

다른 생명을 해치지 않으니 제 자신에게도 해를 가하지 않는 보너스가 생긴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여기까지는 저의 개인적인 경험에서 나온 이야기이지만 전 세계의 몇몇 선도적인 건강, 영양전문 기관들에서는 균형 잡힌 채식 식단이 심장마비, 암, 당뇨, 신장질환 등의 질병에 걸릴 위험을 현저하게 낮춘다는 연구 결과들을 이미 발표한 바 있습니다.




- part.3 에 계속됩니다.


글 by 김태윤



Urban farming     part.1


안녕하세요. 아워플래닛의 네덜란드 특파원 안소연입니다 😊

이번 주에는 마천루가 빽빽한 도시 속에서 농사를 짓는 도시농업 Urban Farming 대해 이야기 드릴게요.


네덜란드는 유럽에서 가장 인구 밀도가 높은 나라입니다. 때문에 늘어나는 인구 수를 충족할 수 있는 주택 거주지가 항상 부족합니다. 특히 암스테르담, 로테르담을 비롯한 주택 부족이 가장 심한 7개 지역에서는 30만 가구의 주택를 추가로 건설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18,400 헥타르의 땅이 필요하죠. 


집을 짓기 위해 내어놓은 농지를 대신하기 위해 대안적인 농업 방식을 찾는 일이 중요해졌습니다. 이 문제의 해결책으로 고안된 것이 ‘urban farming’, 도시농업인데요. 이미 몇 년 전부터 도시 원예/농업은 다양한 형태로 뉴욕, 런던, 베를린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 국제적인 움직임에 함께하는 로테르담의 흥미로운 urban farming의 프로젝트들을 소개해드릴게요! 


본격적인 도시농업에 대한 이야기에 앞서, 저와 도시농업의 개인적인 점접을 말씀드리자면 저희 아버지 이야기를 빼놓고 갈 수 없습니다. 유기농 채소와 유기 농법과 같은 슬로우 라이프스타일에 관심이 많으셨던 저희 아버지는 직장이었던 학교에서도 농부 선생님으로 유명하셨다고 합니다. 학교 공동 정원에서 직접 기르신 상추와 여러가지 쌈 채소들을 종종 집으로 가지고 오셨는데, 덕분에 저희 가족은 싱싱한 쌈 채소를 자주 먹을 수 있었습니다. 직접 길러 맛보는 채소의 맛은 슈퍼마켓에서 파는 냉장 채소와는 확연히 다른 맛이었습니다. 아버지는 은퇴를 하신 후에는 아파트 뒤의 조그만 공동 정원에서 상추, 여러가지 쌈 채소와 파, 마늘 등을 재배하십니다. 즉, 저희 아빠는 urban farming을 하시는 중이죠! 저는 아버지 덕분에 처음으로 조그만 밭이지만, 씨를 직접 뿌리고, 물을 주는 경험을 하였습니다. 서울에서 말이죠.


Urban Farming 의 시작은 1970년대 뉴욕에 있는 어느 커뮤니티 가든에서였고 이것이 지금의 형태로 점차 발전되었다고 해요. 도시농업이 새롭게 등장하고 변형되면서, 정원은 더 이상 평화와 고요함을 찾는 개인적인 원더랜드가 아닌, 생산 기반의 도시 안 정원으로써 많은 사람들이 만나 액티비티를 공유하는 커뮤니티로 변하였습니다. ­­­



Urban Farming in Rotterdam🌳

1. Food Bank (Voedselbank Rotterdam)


이곳은 로테르담에서 최초로 자체 채소 밭을 만들었습니다. 이곳에서 나오는 식품 꾸러미들은 오로지 이곳에서 자란 과일과 채소로 이루어졌습니다. 
이 정원에는 ‘Permaculture’ 가 적용되는데요. 파머컬처는 유기농업의 실행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재생 농업과 야생 및 지역 사회 회복력과 같은 분야에서 사용됩니다. 파머컬처라는 용어 자체는 영구(permanent)라는 말과 농업(agriculture) 혹은 문화(culture) 라는 말의 합성어지만, 토지 이용에 대한 윤리가 뒷받침되지 않는 문명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이곳은 교육적, 생산적, 지속가능성 등으로써 여러가지 수행을 하며 사회적 가치(서로에 대한 책임), 개인의 가치(의미), 문화적 가치(정체성과 다양성), 생태적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2. Tuin aan de Maas


‘뮤즈의 정원’ 이라는 이름의 이곳은 주민들이 직접 과일과 채소를 재배하며 아늑한 공간으로 만들었습니다. 

나무와 꽃밭, 과수원, 채소밭으로 나누어진 ‘뮤즈의 정원’은 끝자락에 강이 보이는 멋진 곳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 곳에는 직접 재개한 과일과 채소를 나눠 먹을 수 있는 피크닉 테이블이 있어 종종 음료과 음식을 가져와서 함께 나누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더 다양한 urban farming 에 대해서는 Part.2 에 이어서 얘기할게요! 😀 




글 by 디자이너 안소연




Foodie's planEAT  

이스탄불  '그랜드 바자르' (Grand bazaar)'

‘세계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시장’

듣기만 해도 벌써 설레지 않으신가요?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도시인 터키의 이스탄불에는 1455년에 건축되어 550년이 넘는 시간동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세계 최고(最高)의 시장, 그랜드 바자르가 있습니다.  


코로나 이전에는 하루 30만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던 이스탄불 최고의 관광명소이기도 한 이곳은 아치형 돔 지붕으로 덮인 대형 실내시장으로 60여 개의 미로 같은 통로에 5000여개의 상점이 들어서 있습니다. 

금,은 세공품을 포함한 각종 보석류, 가죽제품, 카펫, 향신료 등 터키의 대표 산물들과 함께 형형 색색의 도자기와 그릇, 공예품들은 이국적인 분위기를 한껏 자아냅니다. 시끌벅적한 분위기 속에서 사람 구경, 물건 구경을 하며 미로 같은 통로를 탐험하다 보면 몇 시간은 훌쩍 지나가는데요, 시장의 출입구만 22개에 달한다고 하니 규모로 보나 취급하는 품목으로 보나 그야말로 ‘그랜드 바자르’라는 이름에 걸맞는 거대한 시장입니다.

여행자가 주로 구매하는 모든 것들을 갖춘 시장이므로 기념품을 사기에도 최적인 곳이니 이스탄불을 여행하신다면 꼭 한 번 방문해 보시기를 추천합니다. 


planEAT recipe


'사위의 달걀'  
까이 룩꺼이 (ไข่ลูกเขย)



태국어로 ‘사위의 달걀’ 이라는 재미있는 이름을 가진 이 요리에는 여러가지 설이 있는데요.
장모가 하루는 자기 딸에게 못되게 구는 사위에게 튀긴 달걀요리를 내어주면서 
“앞으로 내 딸에게 잘하지 않으면, 자네의 OO을 튀겨서 이렇게 만들어버리겠어!!!” 라고 하며 만들어 준 요리라는 
설이 가장 유명합니다.

섬뜩한 유래와는 달리 이 요리는 태국의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반찬으로 새콤달콤한 소스와 고소한 반숙 달걀이 
어우러져 누구나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고 간단하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태국에서 가장 유명한 길거리 음식 중 
하나입니다. 





Ingredients



달걀 6개 (상온 상태!)
튀김기름 적당량
다진 고수잎 3큰술 – 취향에 따라 가감하세요
튀긴 샬롯 2큰술 – 튀긴 양파로 대체 가능
홍고추 1개 – 얇게 썹니다.

타마린드 소스
팜슈가 200g – 흑설탕, 갈색설탕으로 대체 가능
물 1/4컵 – 종이컵 1/3분량
피쉬소스 2.5큰술 – 액젓으로 대체 가능
타마린드 주스 또는 타마린드 페이스트 2큰술 – 필수 재료!
레몬그라스 1개 – 뿌리부분만 다집니다. 없으면 생략 가능
고추가루 1/2작은술


만드는 법

  1. 타마린드 소스 재료를 모두 냄비에 넣고 한번 끓으면 약 5분동안 졸여서 농도를 내어줍니다.  (만약 소스가 너무 걸쭉해지면, 서빙하기 직전에 약간의 물을 더해주세요.)
  2. 달걀을 끓는 물에 넣고 5분간 삶은 다음 찬물에 담궈서 식혀 껍질을 벗깁니다.
  3. 웍이나 냄비에 튀김 기름을 담고 나무 젓가락을 담궜을 때 표면에 기포가 생기는 정도의 온도(165~170도)가 되면 조심스럽게 2의 달걀을 넣고 겉이 노릇노릇해 질때까지 3-4분간 튀겨줍니다. 기름에서 건진 다음 키친 타올에 올려 여분의 기름을 빼주세요.
  4. 튀긴 달걀은 반으로 갈라 접시 위에 올리고, 그 위에 타마린드 소스를 뿌립니다. 취향에 맞게 고수와 튀긴 샬롯, 송송 썬 홍고추를 올려주세요. 밥과 함께 드시면 좋습니다!





17 Sep 2021

VOL.8


planEAT news

안녕하세요. 플래닛 뉴스 구독자 여러분💝  


‘옷은 시집올 때처럼, 음식은 한가위처럼’이란 속담 들어보셨나요? 😊

다음 주면 일 년 중 가장 풍요로운 날, 한가위랍니다!


모두들 어디서 어떻게 명절을 보내실지 궁금해지는데요.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과 바쁜 일상 속에 가족들이 둘러앉아 송편을 빚는 일은 좀처럼 볼 수 없는 풍경이 되어가고 있지만 서운해하고 있지만 말아요, 우리.

송편을 빚을 마음의 여유가 없이 추석을 맞았다면 맛있는 송편을 사다가 나눠 먹을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도 꽤 멋진 명절을 보낼 수 있는 방법이 될테니까요.

나눠 먹는 재미가 풍성한 한가위 되시길 바랄게요!


 9월 셋째 주의 플래닛 뉴스


  1. 음식탐험가 장민영이 전하는 식재료 이야기, 이번 주에는 추석에 빼놓을 수 없는 쌀 이야기를나눕니다.
  2. 김태윤 셰프의 나의 비거닝 이야기 part.2 를 통해 채식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에 대해 생각해봐요.
  3. Letter from Netherlands에서는 네덜란드의 도시농업 Urban Farming 에 대해 이야기할게요.
  4. foodie`s planEAT에서는 김태윤 셰프와 함께 월드마켓투어를 떠납니다. 이번 주에는 세계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시장! 이스탄불의 그랜드 바자르로 찾아갑니다.
  5. planEAT recipe에서는 태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길거리 음식 중 하나인 ‘사위의 달걀’을 함께 만들어봐요.

계절의 기억  쌀 : part.1

곧 있으면 추석이에요. 여러분  

저는 사실 #계절제주 에 사용될 달걀 이야기를 쓰려다 어? 추석이네. 그럼 햅쌀 이야기 안 쓰고 넘어갈 수 없지! 하며 급, 주제를 바꿨답니다.  

풍성한 수확의 계절, 가을이 오면 누렇게 익은 벼가 일렁이는 황금 논이 떠오릅니다. 조생종 벼들은 이미 수확을 마치고 2021년산 햅쌀이 되어 저희의 추석상을 책임질 준비를 끝냈습니다.

윤기가 좌르르 흐르며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갓 지은 햅쌀밥을 싫어하실 분은 안 계시리라 생각합니다만, 

밥에도 취향이 있는 법!

여러분은 어떤 밥을 좋아하세요?


저는 적당히 탄력이 있어 씹힐 때 무르지 않고, 밥알이 때로는 적당히 혀 안을 구르기도 하는 쌀밥을 좋아합니다. 한식을 먹을 때에는 대체로 강하지 않은 향의 쌀을 좋아하지만 너무 밍밍한 쌀밥 맛은 때로는 반찬의 맛을 살려주지 못한다고 생각해요. 지나치게 깨끗한 밥맛은 물맛이 느껴지는 기분이 든다고 해야 할까요. 쌀알은 조금 큰 것을 선호하는 것 같습니다.

매일 먹는 쌀밥이라 오히려 취향 같은 것 생각치 않고 지낼 때가 더 많습니다. 하지만 또 매일 먹는 밥이니 누구나, 누구보다 더, 전문가의 입맛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이 글을 읽고 계시다면 잠깐 ‘내가 좋아하는 밥맛’을 떠올려 보세요. 

내가 좋아하는 쌀알의 크기나 모양, 내가 좋아하는 밥의 향, 씹을 때의 단단함 정도, 찰기의 정도, 입안에 머무는 밥의 맛 등등을 기준으로 삼으면 아, 나는 이런 밥맛을 좋아하는구나-금방 파악이 되실 거예요.


내가 좋아하는 밥맛을 아는 것은 쌀을 고르는 좋은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요즘은 쌀을 구입하기 전에 도정일도정의 정도를 확인하고, 혼합미인지 단일미인지 따져보고, 내가 좋아하는 품종을 기억하고 완전립의 비율이 높은 완전미인지를 살펴보는 사람들이 많아졌는데요. 아주 좋습니다.

이 행동들로 인해 우리는 이미 맛있는 밥을 먹을 확률이 높아졌어요. 😊


완전미라는 것은 낱알의 형태가 온전한 쌀의 비율이 96% 이상일 때 붙이는 말입니다. 깨졌거나 형태가 온전하지 못한 낱알은 불완전립이라고 부르는데요. 불완전립이 많을수록 밥에서 나는 군내도, 깔끔하지 못한 맛도 많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대부분의 불완전립은 도정 단계에서 따로 처리되지만 때로는 도정기의 성능에 따라, 품종이나 유통 방식에 따라 불완전립이 많아지는 경우도 있답니다. 우리나라에서 쌀의 등급은 완전립의 비율에 따라 나뉩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완전립이 96% 이상인 경우에는 ‘완전미’, 90% 이상인 경우에는 특, 그 아래로 상, 보통의 단계로 나뉘게 됩니다. 등급이 매겨진 후에도 깨진 쌀이 많아지는 경우가 있는데요. 이럴 때 저는 밥소믈리에 이승은 선생님이 가르쳐준 방법을 사용하곤 합니다. 바로 쌀봉투를 흔들어 보는 거죠. 불완전립이 많을 경우에는 쌀봉투의 투명창에 묻어나는 쌀가루가 많아진다니 여러분도 쌀을 직접 고르신다면 사용해보기 좋은 방법입니다. 


밥을 씹을 때의 단단함(경도)나 찰기의 정도는 쌀을 보관하는 방법, 밥을 짓는 방법, 그리고 쌀이 가진 아밀로스의 함량과 관계가 있는데요. 우선 가장 근본적인 아밀로스 함량 이야기부터 해볼게요. 

보통 경도와 찰기의 정도는 반비례합니다. 아밀로스 함량이 높을수록 경도는 높아지고 우리가 씹었을 때 단단한 힘을 느낀다고 할 수 있어요. 반대로 찰기는 낮아집니다. 쉽게 말해 아밀로스 함량이 높은 멥쌀과 아밀로스 함량이 낮은 찹쌀을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하지만 사람의 입맛은 숫자로 분석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단단한 식감을 좋아하는 저도 적당한 찰기를 좋아하고 찰밥을 좋아하는 저희 어머니께서도 너무 무른 밥은 좋아하지 않는 것처럼요. 아밀로스 함량은 분명 참고할 만한 단서이지만 다행히 쌀의 식감은 이에 따라 정확히 이분법적으로 나뉘지는 않습니다. 게다가 사람들이 좋아하는 방향으로 수많은 품종 개량이 이뤄지고 있기도 하구요. 특정 쌀이 가진 기본적인 내용을 기억하고 내가 좋아하는 맛을 대입해 그 맛에 가장 가까운 품종을 찾아 골라 먹을 수 있다면 이미 여러분은 밥에 있어서 최고의 미식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단단한 쌀도 때로는 밥을 짓는 방법에 따라 무름의 정도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같은 쌀도 압력밥솥, 전기밥솥, 냄비, 돌솥 등 짓는 기구에 따라 다른 식감을 가지는 것을 생각해보면 크게 놀라운 이야기도 아닌데요. 전통적으로 가마솥, 무쇠솥을 많이 사용했던 우리나라 사람들은 조금은 무르고 찰진 스타일의 밥을 선호한답니다. 

가벼운 나무 뚜껑을 사용해 밥을 짓는 일본과 비교해보면 양국에서 출시하는 압력밥솥의 기압 기준도 다르다고 하니 내가 좋아하는 품종의 쌀을 골랐다면 이번엔 무엇으로 밥을 지을지 골라보는 재미도 있을까 합니다.    


가마솥 이야기가 나오니 취재를 다니며 먹었던 가마솥밥과 반찬들 이야기가 떠들고 싶어지네요 😊 

이 이야기는 언젠가 또 할 날이 오겠죠?!


다음 플래닛뉴스에서는 오늘 슥~ 스치고 지난 쌀의 품종 이야기와 도정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 볼게요. 

모두모두 행복한 추석 보내시고 곧 다시 만나요!  


글 by 음식탐험가 장민영


나의 비거닝 이야기 part.2

한 달 간의 짧은 비건 체험을 마치고 저에게는 여러 가지 변화가 생겼습니다.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익숙했던 사물과 상황을 바라보는 저의 시선이었습니다.


이 체험 기간을 거치면서 저는 제가 먹는 음식들에 대해 조금 더 주의 깊게 살피게 되었습니다. 저도 그렇지만 우리는 종종 우리 몸에 들어가는 음식에 대해 지나치게 무관심합니다. 무엇이 들어있고,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지고, 그것이 어떤 생명으로부터 온 것인지와 같은 기본적인 정보들 말이지요.

비건이 먹을 수 있는 식품인지 알아보기 위해 저는 자주 성분표를 들여다보아야 했습니다. 글자와 숫자로 표기된 것들은 주로 그 식품을 구성하는 성분과 영양정보 등을 담고 있지만, 그 내용을 꼼꼼하게 살펴보면 더욱 많은 정보와 의문에 맞닿게 됩니다.

빼곡한 글씨 속에서 발견하는 여러 나라의 이름들과 의외의 재료들, 수많은 동물성 재료들, 읽어도 알 수 없는 각종 첨가물, 팜유, GMO, 유기농, 포장 재질 등 화려한 포장지 뒷면의 내용들은 물건 가격 이외에 우리가 지불해야 하는 진짜 대가가 무엇인지도 알려줍니다.


제 생활 속에서 음식 이외에 동물로부터 비롯된 것들은 무엇이 있는지도 살펴보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동물을 먹기만 하지 않습니다. 가죽옷을 입기 위해 사냥하고 사육하며, 화장품과 의약품을 생산하기 위해 다양한 생체실험을 하고, 사람들의 눈요기로 삼기 위해 동물원과 수족관에 전시하고 혹사시킵니다.

이렇듯 보이지 않는 동물들의 흔적은 냉장고 외에도 옷장과 신발장, 화장대 안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동물의 부산물이 테니스 공이나 벽지, 반창고, 필름처럼 전혀 예측하지 못한 물건들에도 들어간다는 사실 또한 알게 되었습니다.

비거니즘의 궁극적 지향점이 단순히 육식을 멀리하는 식생활의 추구가 아닌, 동물로부터 비롯된 모든 제품과 서비스를 지양하는 삶의 방식에 있듯이 비건을 체험한 이후 저의 의식도 자연스럽게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식생활의 변화에서 시작된 관심은 그렇게 제가 소비하는 것 하나하나를 돌아보게 했고 화장품이나 운동화를 살 때도 가능하면 어떤 방식으로든 동물을 이용하지 않은 제품을 고르는 새로운 습관으로 이어졌습니다.



눈앞에 놓인 음식들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졌습니다.

오랜만에 재회한 고기와 달걀 반찬들은 마음을 복잡하게 만들었습니다.

‘맛있겠다’ 라는 즉각적인 반응과 함께 생각의 한 켠에 밀쳐두었던 것들이 떠올라 혼란스러운 상태가 되곤 했습니다. 예민한 반응일지는 모르겠지만 고기 냄새에도 민감해진 것 같았고요. 본래 형태를 알 수 없게 조리된 음식들은 좀 나았지만 덩어리 고기에는 더 이상 손이 가지 않았습니다. 고기를 바라보고 있으면 이따금씩 그 동물이 떠올랐으니까요.

길을 걷다가 꼬챙이에 줄줄이 꿰어져 빙글빙글 돌아가는 전기구이 통닭을 보면 살아있는 닭들이 생각나기도 했습니다.

육식이라는 필터를 빼고 본 세상은 거대한 육식주의의 제국 같았습니다.

어느 지역이건 음식점들이 모여있는 골목에는 고기를 주력으로 판매하는 식당들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고깃집이 아닌 식당에서도 고기가 들어있지 않은 메뉴를 찾기가 힘들지요.   

배달 어플과 식품을 판매하는 온-오프라인 매장들, 검색창의 메인 광고, TV와 길거리 입간판에 이르기까지 발길과 눈길 닿는 모든 곳에서 고기와 고기로 만든 음식들을 광고하고 그 소비를 부추깁니다.

‘회식은 무조건 고깃집’, ‘후한 대접을 해야 할 때는 소고기’, ‘기념일엔 스테이크’, ‘소주에 삼겹살’, ‘맥주와 치킨’, ‘야식은 족발’처럼 특정한 상황과의 조합은 육식을 생활의 일부로 공식화합니다.


이렇듯 우리는 생활 깊숙이 만연한 육식 문화 속에서 과도하게 육식을 즐기고 있습니다.

미처 인식하기조차 어려운 육식 문화에서 빠져나오기 힘든 이유는 우리가 현재의 시스템 안에서 자랐으며 다른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육식주의의 렌즈를 통해 세상을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다 먹기 때문에 일반적’ 이며, ‘어렸을 때부터 먹어 온 것이어서 자연스럽’ 고,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으로서 건강을 위해 필요하다.’ 라는 식의 암묵적인 합리화를 통해 우리 사회는 육식을 정당화해 왔습니다. 광고와 방송은 우리에게 친숙한 인물들을 통해 육식의 모습들을 끊임없이 보여주면서 이 사회에 육식주의가 계속 건재할 수 있도록 보장합니다.

미디어가 육식주의의 비가시성을 지키는 또 다른 방법은 ‘생략’ 입니다. 고기를 얻기 위해 도축해야 하는 연간 100억 마리의 동물들과 현대 축산업의 관행이 야기하는 온갖 끔찍한 결과에 관한 이야기들은 모든 보도와 방송의 영역에서 철저하게 제외됩니다. 

이런 굳건한 육식주의 문화는 결과적으로 고기가 생명으로부터 온 것이라는 사실을 가리게 되고 이런 비가시성은 고기를 먹을 때 느낄 수 있는 도덕적 불편함을 완화시키거나 생물을 떠올리며 응당 느껴야 하는 우리의 기본적인 감각조차 마비시킵니다.

고기가 동물에게서 나온다는 것은 알지만 동물이 고기가 되기까지의 단계들에 대해서 우리는 굳이 짚어보려 하지 않습니다.

한국에서만 수억 마리의 가축이 인간의 먹거리를 위해 사육되고 있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 있는 그들의 삶과 죽음에 대해서 우리는 놀라우리만큼 무관심합니다. 사육과정에서 벌어지는 각종 비윤리적인 행위들은 차치하고서라도 말이죠. 우리 대부분이 의식의 어느 차원에서는 육식의 이면에서 정말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알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잘 알려진 대로 축산업은 지구상에서 가장 치명적인 오염과 막대한 폐기물을 배출하는 산업입니다.

전 세계의 모든 운송수단에서 나온 배기가스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온실가스를 뿜어내고 있지요.

게다가 축산업은 지표면 전체 농지의 70%를 사용해서 매년 600억 마리의 가축을 먹여 인간의 식탁에 오르게 합니다. 만약 그 면적의 땅에 사람을 위한 식량을 재배한다면 세계의 기아는 사라질 것입니다.

사스, 메르스,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은 서식지를 잃은 야생동물이 인간에게 노출되면서 새롭게 생겨난 질병입니다. 서식지 파괴 역시 인간에 의해 이루어지며 축산에 필요한 경작지 조성과 그에 따른 산림 훼손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힙니다.   

기후 위기는 전 세계에서 체감할 수 있는 위협으로 나타나고 있고 환경에 대한 최소한의 관심은 이제 개인의 의지와 상관없는 요구 사항이 되었습니다. 고기를 먹으면서 환경을 생각한다는 말에는 커다란 모순이 있지만 여전히 우리는 육식의 굴레 안에서 자신들과 지구의 안위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채식 지향은 그렇기 때문에 더 이상 환경운동가나 뚜렷한 신념으로 무장한 특정인들의 전유가 아닙니다.

지구의 환경은 무서운 속도로 빠르게 변하고 있고 느슨한 낙관만으로 관망하기에는 우리 앞에 놓인 대가가 너무나 커 보이기 때문입니다. 이 위기의 책임이 우리 인류 모두에게 있듯이 채식의 실천은 점차 선택이 아닌 필수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밥상 위의 메뉴가 더 이상 개인의 취향일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채식 지향의 선택이 많은 생명들을 구한다면 과연 우리 몸에는 무엇이 좋을까요?

한 달간의 비건 체험을 거치면서 가장 신기했던 것은 제 몸에서 일어난 변화들이었습니다. 나이를 먹으면서 얼마 전부터는 고기를 많이 먹으면 소화가 잘 되지 않아 소화제를 먹거나 다음날까지 속이 더부룩한 일이 많았는데 채식을 하는 동안 뱃속은 내내 조용했고 소화도 잘 되었습니다.

몇 년 간 큰 변화가 없었던 콜레스테롤 수치가 떨어지고 고혈압의 경계에 있던 혈압도 정상 범위로 내려왔습니다. 거기에 덤으로 뱃살이 빠지고 피부가 좋아지는 긍정적인 효과도 얻게 되었지요.  

여러 해 동안 누적되어 온 각종 성인병 증상들이 없어지는 것을 지켜보는 일은 무척 즐거웠습니다. 다른 생명을 해치지 않으니 제 자신에게도 해를 가하지 않는 보너스가 생긴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여기까지는 저의 개인적인 경험에서 나온 이야기이지만 전 세계의 몇몇 선도적인 건강, 영양전문 기관들에서는 균형 잡힌 채식 식단이 심장마비, 암, 당뇨, 신장질환 등의 질병에 걸릴 위험을 현저하게 낮춘다는 연구 결과들을 이미 발표한 바 있습니다.



- part.3 에 계속됩니다.


글 by 김태윤


Urban farming  part.1

안녕하세요. 아워플래닛의 네덜란드 특파원 안소연입니다 😊

이번 주에는 마천루가 빽빽한 도시 속에서 농사를 짓는 도시농업Urban Farming대해 이야기 드릴게요.

네덜란드는 유럽에서 가장 인구 밀도가 높은 나라입니다. 때문에 늘어나는 인구 수를 충족할 수 있는 주택 거주지가 항상 부족합니다. 특히 암스테르담, 로테르담을 비롯한 주택 부족이 가장 심한 7개 지역에서는 30만 가구의 주택를 추가로 건설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18,400 헥타르의 땅이 필요하죠. 


집을 짓기 위해 내어놓은 농지를 대신하기 위해 대안적인 농업 방식을 찾는 일이 중요해졌습니다. 이 문제의 해결책으로 고안된 것이 ‘urban farming’, 도시농업인데요. 이미 몇 년 전부터 도시 원예/농업은 다양한 형태로 뉴욕, 런던, 베를린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 국제적인 움직임에 함께하는 로테르담의 흥미로운 urban farming의 프로젝트들을 소개해드릴게요!


본격적인 도시농업에 대한 이야기에 앞서, 저와 도시농업의 개인적인 점접을 말씀드리자면 저희 아버지 이야기를 빼놓고 갈 수 없습니다. 

유기농 채소와 유기 농법과 같은 슬로우 라이프스타일에 관심이 많으셨던 저희 아버지는 직장이었던 학교에서도 농부 선생님으로 유명하셨다고 합니다. 학교 공동 정원에서 직접 기르신 상추와 여러가지 쌈 채소들을 종종 집으로 가지고 오셨는데, 덕분에 저희 가족은 싱싱한 쌈 채소를 자주 먹을 수 있었습니다. 직접 길러 맛보는 채소의 맛은 슈퍼마켓에서 파는 냉장 채소와는 확연히 다른 맛이었습니다. 아버지는 은퇴를 하신 후에는 아파트 뒤의 조그만 공동 정원에서 상추, 여러가지 쌈 채소와 파, 마늘 등을 재배하십니다. 즉, 저희 아빠는 urban farming을 하시는 중이죠! 저는 아버지 덕분에 처음으로 조그만 밭이지만, 씨를 직접 뿌리고, 물을 주는 경험을 하였습니다. 서울에서 말이죠.


Urban Farming 의 시작은 1970년대 뉴욕에 있는 어느 커뮤니티 가든에서였고 이것이 지금의 형태로 점차 발전되었다고 해요. 도시농업이 새롭게 등장하고 변형되면서, 정원은 더 이상 평화와 고요함을 찾는 개인적인 원더랜드가 아닌, 생산 기반의 도시 안 정원으로써 많은 사람들이 만나 액티비티를 공유하는 커뮤니티로 변하였습니다. 



Urban Farming in Rotterdam  


1. Food Bank (Voedselbank Rotterdam)


이곳은 로테르담에서 최초로 자체 채소 밭을 만들었습니다. 이곳에서 나오는 식품 꾸러미들은 오로지 이곳에서 자란 과일과 채소로 이루어졌습니다. 이 정원에는 ‘Permaculture’ 가 적용되는데요. 파머컬처는 유기농업의 실행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재생 농업과 야생 및 지역 사회 회복력과 같은 분야에서 사용됩니다.

파머컬처라는 용어 자체는 영구(permanent)라는 말과 농업(agriculture) 혹은 문화(culture) 라는 말의 합성어지만, 토지 이용에 대한 윤리가 뒷받침되지 않는 문명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이곳은 교육적, 생산적, 지속가능성 등으로써 여러가지 수행을 하며 사회적 가치(서로에 대한 책임), 개인의 가치(의미), 문화적 가치(정체성과 다양성), 생태적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2. Tuin aan de Maas


‘뮤즈의 정원’ 이라는 이름의 이곳은 주민들이 직접 과일과 채소를 재배하며 아늑한 공간으로 만들었습니다. 나무와 꽃밭, 과수원, 채소밭으로 나누어진 ‘뮤즈의 정원’은 끝자락에 강이 보이는 멋진 곳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 곳에는 직접 재개한 과일과 채소를 나눠 먹을 수 있는 피크닉 테이블이 있어 종종 음료과 음식을 가져와서 함께 나누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더 다양한 urban farming 에 대해서는 Part.2 에 이어서 얘기할게요!


글 by 디자이너 안소연


Foodie's planEAT

이스탄불  '그랜드 바자르'  (Grand bazaar)'

‘세계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시장’

듣기만 해도 벌써 설레지 않으신가요?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도시인 터키의 이스탄불에는 1455년에 건축되어 55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세계 최고(最高)의 시장, 그랜드 바자르가 있습니다.  


코로나 이전에는 하루 30만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던 이스탄불 최고의 관광명소이기도 한 이곳은 아치형 돔 지붕으로 덮인 대형 실내시장으로 60여 개의 미로 같은 통로에 5000여개의 상점이 들어서 있습니다.

금,은 세공품을 포함한 각종 보석류, 가죽제품, 카펫, 향신료 등 터키의 대표 산물들과 함께 형형 색색의 도자기와 그릇, 공예품들은 이국적인 분위기를 한껏 자아냅니다.

시끌벅적한 분위기 속에서 사람 구경, 물건 구경을 하며 미로 같은 통로를 탐험하다 보면 몇 시간은 훌쩍 지나가는데요, 시장의 출입구만 22개에 달한다고 하니 규모로 보나 취급하는 품목으로 보나 그야말로 ‘그랜드 바자르’라는 이름에 걸맞는 거대한 시장입니다.

여행자가 주로 구매하는 모든 것들을 갖춘 시장이므로 기념품을 사기에도 최적인 곳이니 이스탄불을 여행하신다면 꼭 한 번 방문해 보시기를 추천합니다. 


planEAT recipe

'사위의 달걀' 

까이 룩꺼이 (ไข่ลูกเขย)


태국어로 ‘사위의 달걀’ 이라는 재미있는 이름을 가진 이 요리에는 여러가지 설이 있는데요.
장모가 하루는 자기 딸에게 못되게 구는 사위에게 튀긴 달걀요리를 내어주면서 “앞으로 내 딸에게 잘하지 않으면, 자네의 OO을 튀겨서 이렇게 만들어버리겠어!!!” 
라고 하며 만들어 준 요리라는 설이 가장 유명합니다.

섬뜩한 유래와는 달리 이 요리는 태국의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반찬으로 새콤달콤한 소스와 고소한 반숙 달걀이 어우러져 누구나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고 간단하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태국에서 가장 유명한 길거리 음식 중 하나입니다. 



Ingredients


달걀 6개 (상온 상태!)
튀김기름 적당량
다진 고수잎 3큰술 – 취향에 따라 가감하세요
튀긴 샬롯 2큰술 – 튀긴 양파로 대체 가능
홍고추 1개 – 얇게 썹니다.

타마린드 소스
팜슈가 200g – 흑설탕, 갈색설탕으로 대체 가능
물 1/4컵 – 종이컵 1/3분량
피쉬소스 2.5큰술 – 액젓으로 대체 가능
타마린드 주스 또는 타마린드 페이스트 2큰술 – 필수 재료!
레몬그라스 1개 – 뿌리부분만 다집니다. 없으면 생략 가능
고추가루 1/2작은술


만드는 법

  1. 타마린드 소스 재료를 모두 냄비에 넣고 한번 끓으면 약 5분동안 졸여서 농도를 내어줍니다.  (만약 소스가 너무 걸쭉해지면, 서빙하기 직전에 약간의 물을 더해주세요.)
  2. 달걀을 끓는 물에 넣고 5분간 삶은 다음 찬물에 담궈서 식혀 껍질을 벗깁니다.
  3. 웍이나 냄비에 튀김 기름을 담고 나무 젓가락을 담궜을 때 표면에 기포가 생기는 정도의 온도(165~170도)가 되면 조심스럽게 2의 달걀을 넣고 겉이 노릇노릇해 질때까지 3-4분간 튀겨줍니다. 기름에서 건진 다음 키친 타올에 올려 여분의 기름을 빼주세요.
  4. 튀긴 달걀은 반으로 갈라 접시 위에 올리고, 그 위에 타마린드 소스를 뿌립니다. 취향에 맞게 고수와 튀긴 샬롯, 송송 썬 홍고추를 올려주세요. 밥과 함께 드시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