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Oct 2021
VOL.10
planEAT news
꿀을 모으러 이 꽃, 저 꽃 옮겨 다니는 통에 식물들의 꽃가루를 묻히고 다니며 수분을 돕습니다. 실제로 꿀벌이 겨울을 잘 지내고 건강하게 활동을 시작한 해의 과일 농사는 풍년이라죠. 온 동네 꽃밭을 휩쓸고 다니는 토종벌은 더덕꽃, 찔레꽃, 싸리꽃, 민들레꽃, 산딸기꽃, 엉겅퀴꽃 등 수많은 야생꽃들을 찾아다니며 이 식물들이 우리의 들에서, 우리의 숲에서 사라지지 않도록 조용히 키워냅니다. 그런데 이런 멋진 토종벌이 전염병이 돌아 이 땅에서 사라지고 있대요. 무려 98%나! 😭
아워플래닛은 저희만의 방식으로 토종벌을 돕는 #댄스위드비 프로젝트에 함께 합니다. 꿀을 먹어서 벌을 응원한다는 거! (사실 너무나 다채로운 토종꿀 맛에 반하기도 했구요.😊)
벌을 응원하려면 꿀을 그냥 둬야지!라고 말씀하실 분들 많은 거 알고 있어요. 하지만 수 년간 토종벌과 함께 살아온 토종꿀 농가분들을 만나신다면 그런 생각은 사라져 버릴 거예요. 토종꿀 농가는 벌들이 편히 겨울을 날 수 있도록 튼튼한 집을 지어주고 거친 비에 고생하지 않을까, 다른 전염병이 돌진 않을까 보살피는 역할을 합니다. 겨우내 토종벌이 벌집 안에서 편안히 지낼 수 있도록 꿀을 남겨두고서요. 꼭 필요한 만큼만, 욕심내지 않고 벌과 함께 살아가는 모습에서 공생의 의미를 다시 생각합니다. 토종벌과 토종꿀 농가의 지속가능한 삶을 응원합니다.
10월 넷째 주의 플래닛뉴스
Letter from Netherlands 에서는 네덜란드의 '대체육' 과 '시험관 고기'에 대해 이야기할게요.
여러분은 어떤 밥을 좋아하세요?🍚
지난 달 여러분에게 여쭈었던 이야긴데요. 다들 이 계절 #제철쌀밥 드시면서 ‘나의 밥 취향’ 생각해 보셨을까요? 😊
벼가 쌀을 거쳐 밥이 되는 과정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도정입니다. 여러 변수가 있기는 하지만 수확을 마친 같은 종의 벼라고 해도 어떤 과정(때로는 어떤 기술력)의 도정을 거쳐 쌀이 되는지, 언제 도정을 했는지, 얼마나 도정을 했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의 쌀이 될 수도 있습니다.
8월 말부터 추수를 시작하는 조평, 운광, 해담 등의 조생종 벼(올벼)는 추석 차례상의 주인공입니다. 올벼쌀이라는 말, 들어보셨을 텐데요. 요즘은 점점 보기 힘들어지는 추세지만 십여 년 전만 해도 추석 즈음 시장에 나서면 뽀얀 쌀 옆, 조금은 누르스름한 쌀이 흔히 보이곤 했답니다. 찐쌀이라고도 부르던 이 올벼쌀은 아직 충분히 익지 않은 나락(벼)을 쪄서 가공한 쌀을 부르는 말인데요. 추석을 앞두고 채 익지 않은 벼를 도정했다 깨지는 것을 막기 위해 겨가 있는 채로 찐 쌀입니다. 취재를 다니다 보면 이 찐쌀을 한 줌 쥐고 다니며 간식으로 드셨다는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흔히 들을 수 있습니다. 어쩌면 찐쌀은 거친 도정의 과정을 견디기 힘든 벼의 상태를 최상의 맛으로 이끌어내기 위한 지혜의 산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벼로부터 왕겨, 쌀겨(미강층)을 벗겨내는 행위, 즉 도정은 벼가 충분히 익었을 때, 그리고 적절히 건조했을 때 비로소 이루어져야 하는 작업입니다.
쌀은 왕겨층, 쌀겨층, 배(씨눈), 배유(씨젖)으로 구성되는데요. 구수한 맛이 진한 현미는 왕겨층만을 제거한 쌀입니다. 도정은 현미기를 지나온 쌀이 조금 더 많은 마찰과 절삭, 충격을 거치며 이루어지는데 이 과정이 얼마나 매끄러운가는 도정기의 품질이 얼마나 좋으냐에 따라서, 때로는 얼마나 숙련된 사람이 컨트롤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집니다. 이 조금의 차이가 쌀의 맛을, 밥의 맛을 좌우하기도 하지요.
때로 다품종의 벼를 소량 생산하시는 분들의 쌀의 상태가 생각만큼 좋지 않은 안타까운 상황을 마주하기도 합니다. 분명 쌀의 품종에도, 키우는 방식에도, 농부의 노련함에도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완전미의 비율이 떨어져 섬세한 요리를 컨트롤해야 하는 요리사들이 곤란해하는 경우를 보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는 대부분 기술력이 조금 떨어지는 도정기를 사용한 경우가 많습니다. 보통 대형 RCP(미곡종합처리장)의 도정 공정을 살펴보면 수분, 정립율, 동할미(cracked rice)율을 따져 원료 품위를 맞추고 정선기, 현미기, 정미기, 입형 분리기, 색채 선별기 등의 까다로운 공정을 거쳐 도정율, 완전립율, 외관 품질 등을 꼼꼼히 선별해냅니다. 도정이 매끄럽게 되지 않고 동할미율이 높을수록 모양이 일정하지 못하고 금이 간 쌀이 많아지는 것은 당연지사, 이런 쌀을 이용해 요리를 한다면 물을 머금는 속도도 호화가 되는 속도도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이제는 가정용 도정기도 워낙 좋은 세상이라 이런 이야기가 와닿지 않으실 수도 있겠지만 다양한 품종을 다룰수록, 특별한 쌀을 다룰수록 도정의 기술이 쌀을 얼마나 빛나게 해주는지 새삼 깨닫게 됩니다.
다행히 기술은 진화하고 있고 우리의 입은 늘 더 나은 맛을 쫓고 있으니 조만간 이런 불편함도 사라지는, 맛있는 세상이 오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
사실 우리가 도정의 과정에 낄 일은 잘 없습니다. 생산 년도를 확인하고 도정일자를 확인하는 것, 그리고 도정일의 신선함을 잘 유지할 수 있도록 잘 보관하는 일이 최선이겠지요.
언젠가 쌀 박사님이 하신 말씀이 생각납니다.
“쌀도 신선식품이에요.”
오늘 밥은 꼭 신선한 쌀로 지어 드세요. 여러분!!!
글&그림 by 음식탐험가 장민영
나의 비거닝 이야기: part.3
육식이 환경과 동물, 인간에게 미치는 악영향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채식과 비거니즘의 확산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현상은 전세계에서 빠르게 일어나고 있고 국내 채식 인구는 2019년 기준 약 150만명으로 10여년 전과 비교하면 10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이 중 완전 식물성 식단을 지향하는 비건인구는 50만명에 달하며 1주일에 한 두 번, ‘간헐적 채식’을 실천하는 세미(semi) 비건의 수도 급증하고 있습니다.
다원주의와는 거리가 멀 것 같은 군대에서도 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지난 2019년, 몇몇 시민단체들은 국방부 장관을 상대로 군대 내 채식 선택권 보장을 위한 진정서를 인권위원회에 제출했고 이에 국방부는 최근 들어 다문화 가정 출신 입영자를 비롯해 채식 열풍에 따른 채식주의 병사들이 늘고 있는 것을 고려해 ‘소수 장병을 위한 급식지원 관련 규정’을 신설하고 2020년 급식방침에 처음으로 반영하였습니다. 이 규정에는 채식주의자 장병 등이 식사에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 부대 여건을 고려해 밥과 김, 채소, 과일, 두부 등 대체품목을 매끼 제공하고, 우유 대신 두유를 지급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아직은 초기 단계라 전국의 부대에 채식 식단이 정착되는 데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단체 공공 급식 영역에서 채식 선택권이 도입된 것은 우리나라에서 처음 있는 일이라 미국의 일부 주나 포르투갈과 같은 유럽 국가의 사례처럼 교도소, 병원 등 다른 공공 급식 영역으로도 확대 적용될 수 있을 지 주목됩니다.
자, 그럼 저의 경험을 토대로 비거니즘에 관심을 가지시게 된 분들께 몇 가지 팁을 전해드릴까 합니다.
앞서 말씀드린대로 저는 ‘비건을 지향’하는 사람입니다. 완전하지는 못하지만 여건이 허락한다면 비건식을 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저는 비건 체험을 하는 동안에도 김치에 들어간 젓갈이나 국이나 찌개의 베이스가 되는 멸치 육수까지 피하지는 않았습니다. 엄격하게 채식주의를 실천하시는 분들의 눈에는 저와 같은 ‘회색 비건’의 방식이 스스로에게 너무 관대한 것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저는 그렇게 함으로써 비건식도 할 만하다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고 두 번, 세 번 연이어 체험에 도전할 수 있었습니다.
첫번째 팁. 완전함의 추구는 빠른 포기를 낳을 수 있습니다. 비건의 실천은 목표를 정해 놓고 몇 키로 뺄 때까지 ‘반짝’하는 다이어트 같은 것이 아닌 어쩌면 평생 실천해야 하는 생활 신념에 가까운 것이므로 약간의 융통성을 가지고 비건을 지향한다면 포기 없이 조금씩 자신이 실천 가능한 범위를 넓혀 갈 수 있습니다.
두번째 팁으로, 채식에 관심은 있지만 엄두가 나지 않는다면 우선 한 두가지 식재료부터 줄여 나가보는 것도 좋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최근 들어서 우유와 유가공품의 소비를 최소화하고 좋아하던 순대국이나 곱창, 대창구이 같은 내장류를 사용한 음식은 더 이상 먹지 않습니다. 여러분들도 하루에 소비하는 수많은 동물성 식재료들 중에서 지금 바로 줄일 수 있는 것부터 실천해 보세요. 출근 길에 마시는 라떼에 들어가는 우유를 두유로 바꾸기만 해도 그날의 비건 실천은 성공적으로 시작하게 됩니다.
세번째. 강박적인 입장에서 벗어나서 고기를 줄이거나 다양한 채식 스펙트럼 중 한 가지를 선택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아래 표의 여덟 가지 타입 중에 하나를 실천해보는 것도 좋고 먹는 것이 힘들다면 동물성 소비재 (가죽, 동물실험 화장품 등) 사용을 지양하는 것부터 비거니즘을 확장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저마다 처한 환경에 따라 시작점은 다를 수 있습니다.
네번째로 제가 했던 것처럼 기간을 한정하거나 간헐적인 채식 또는 육식을 하는 것도 어렵지 않은 실천법 중 하나입니다. 예를 들어 ‘고기 없는 주말’이나 ‘고기 없는 (가벼운)월요일’ 같은 슬로건을 스스로 내걸어 보는 것도 좋은 동기부여가 되겠지요. 굳이 의식하지 않아도 일주일에 하루나 이틀 정도 채식을 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콩국수, 미역국, 잡채, 김치를 포함한 각종 채소반찬, 비빔밥, 채소김밥, 모든 종류의 과일과 주스, 그 외에도 여러분의 채식 한 끼를 책임져 줄 일상의 음식들은 의외로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어쩌면 고기와 유제품 위주의 식단이 주가 되는 서양식보다는 불과 50년 전까지 우리네 가정에서 일상식으로 먹던 소박한 음식들에서 답을 찾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한 사람의 완벽한 비건보다 백 명의 완벽하지 않은 비건이 있는 것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가벼운 예로 매일 비건식을 실천하는 사람과 주 1회 채식을 실천하는 사람들의 영향력은 아래와 같은 단순한 계산으로도 비교해 볼 수 있습니다.
[비건 1명 X 365일 = 365 / 논비건 7명 주 1회 채식 X 52주 =364]
이를 환경에 대한 영향력으로 추산해본다면 이 두 비교는 대략 비슷한 결과를 나타낼 것입니다.
채식을 한다는 것은 분명 우리의 세계를 변화시킬 수 있는 힘으로 작용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두가 무거운 책임감을 짊어질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소비 패턴이나 시대의 트렌드처럼 지구와 동물을 지키고 나의 건강도 챙기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의 하나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100%의 실천보다 ‘얼마나 육식에서 멀어지는가’에 중점을 둔 행동과 마음가짐이라면 그 시작으로 충분합니다.
저는 얼마간 비건으로 지내면서 주체적으로 내 삶을 바꿔나가고 있는 저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저도 모르는 사이에 형성된 입맛과 오랜 시간동안 길들여진 음식들을 통제하는 일은 수월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이제는 하루에도 몇 번씩 스치듯 보게 되는 환경 관련 기사들과 지금 이 시간에도 지구 곳곳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기후 위기의 결과들을 마주하면서 ‘과연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뭐가 있을까’ 라는 무력감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습니다. 채식의 실천은 하루 세끼 무엇을 먹을 지 고민하는 순간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육식 문화를 거부하고 환경과 동물 또는 나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선택을 하겠다는 매일의 선언과 같습니다.
유심히 주위를 둘러보면 활동가들 같은 비장한 각오가 아니더라도 본인의 신념과 원칙에 따라 생활 기준을 세우고 실천에 옮기는 사람들을 볼 수 있습니다. 채식을 경험하면서 채식인들이 즐겨 찾는 인터넷 카페나 어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같은 길을 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그들이 서 있는 자리가 바로 우리의 육식 사회에 변화의 움직임이 시작되는 곳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도 그랬듯이 그들 중 누구에게도 작은 시작점은 있었을 것입니다. 짧은 경험담이 포함된 이 글을 여러분과 나누는 가장 큰 이유도 같은 길을 함께 할 ‘러닝메이트’를 찾기 위함입니다. 밀어주고 당겨주며 함께 걷다 보면 언젠가는 길이 생길 거라는 희망을 담아서 말이지요. 채식이 취향과 유행을 넘어 많은 이들이 추구하는 삶의 형태의 하나로 자리할 수 있기를, 누군가에게는 육식이 그러하듯 채식도 그렇게 ‘새로운 상식(New normal)’이 되는 날을 꿈꾸어 봅니다. 그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요리사로서의 저도, 한 개인으로서의 저도 함께 노력하겠습니다.
No Kill Meat
안녕하세요, 아워플래닛의 네덜란드 특파원 안소연입니다! 😊
평범한 어느 날 저녁, 여느 때처럼 저녁 밥을 만들던 저는 이상한 느낌이 들어 요리를 잠시 멈췄습니다. 베지 햄버거를 만들던 중이라 프라이팬에 베지 패티를 굽고 있었는데, 너무나도 고요하고 조용히 구워지는 패티를 보고 그날따라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전의 내가 먹고 알던 햄버거 패티였다면 지금쯤 지글지글 소리를 내며 고소한 냄새가 부엌에 진동할테고, 패티의 한 면이 금방 타버리지 않을까 조바심을 내며 가스불을 계속 만지작거리고 있었어야 하는데 지금 굽고 있는 이 패티는 전혀 그래보이지가 않는 것입니다. 그 순간이 저에게는 왠지 모를 이질감과 내가 만들고 있는 이 음식에 대한 거리감을 가져다주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핸드폰에서 ‘고기 굽는 소리’ asmr을 틀고, 괜히 패티를 이리 저리 뒤집어보며 조금이라도 “진짜” 고기 패티를 굽는 것처럼 행동을 하였습니다. 아마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들 중에서도 저와 비슷한 경험을 한 분이 있으시라 생각됩니다. 나의 선택으로 시작된 ‘한 달에 두 번만 고기 먹기’ 라이프스타일은 생각보다 많은 부분에서 쉽지 않으며, 제게 뜻밖의 공허함을 가져다줍니다.
네덜란드의 슈퍼마켓에서는 어디에서나 다양한 고기 대체육 ‘베지 미트’를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심지어 베지 연어와 대구 필레도 시중에 나와있는 상황이고요. 그래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채식을 하고 있으며 베지 고기에 대한 거부감이 덜 합니다. 네덜란드의 많은 사람들이 채식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이런 상황은 2-3년 정도 밖에 안 된 것 같습니다. 예전부터 ‘콩(버섯)으로 만든 고기’ 라고 하며 많은 사람들이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던 베지 고기의 식감과 맛 또한 진짜 고기에 못지 않게 따라잡은 것 같기도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베지 다짐육과 패티, 그리고 베지 치킨류를 많이 사용합니다.
위의 사진은 네덜란드의 흔한 마트에서 볼 수 있는 ‘베지 코너’입니다. 종류는 베지 고기서부터 햄, 치즈, 요거트 등까지 정말 다양합니다. 2018년 환경 및 기반 시설 위원회에서 정부는 2030년까지 네덜란드 식단에서 동물성 단백질의 비율을 60%에서 40%이하로 줄이기 위해 전체 푸드체인과 협력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몇 년 안에 슈퍼마켓의 정육 코너는 다양한 대체육을 파는 코너로 바뀌게 될 수도 있겠지요. 어렸을 때 엄마 손잡고, 밥 기다리는 강아지마냥 고기 코너 앞에 가서 고기를 갈아주시는 아저씨와 안부인사 나누는 엄마의 모습은 이제 그냥 제 기억속에서만 자리잡는 날이 오고 있다니, 여러가지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어쩌면 고기를 갈던 아저씨 대신에, 미래의 슈퍼마켓에서는 ‘고기’(대체육)를 만드는 로봇이 상주할 것 입니다.
그렇다고 미래의 고기가 오직 콩과 버섯으로 만든 대체육만 존재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2013년에는 세계 최초의 실험실 배양 버거가 요리되었습니다. 일부 연구자들은 생물 반응기의 줄기 세포에서 자란 체외 고기가 기존 고기에 대한 지속 가능하고 동물 친화적인 대안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즉 우리는 ‘시험관 고기’를 소비하게 되는 것입니다.
고기 애호가분들께는 조금이나마 희소식인가요? (:
저는 개인적으로 음식이 주는 따뜻함과 정서적 연결을 영영 잃어버리는 것이 아닐까 두렵지만, 사람들에게 지속가능한 다양한 옵션을 제공하는 것은 긍정적인 것이라 생각합니다. 시험관 고기가 시중에서 팔리기 전에 우리에게 펼쳐질 새로운 음식문화를 탐색하고 적응할 수 있도록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들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여러분은 대체육과 시험관 고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글&그림 by 디자이너 안소연
foodie-s planEAT
도쿄 츠키지 시장(築地市場)
‘도쿄의 부엌’이라고 불리는 츠키지 시장은 에도시대부터 존재해 온 역사적인 시장이자 하루에 2000톤 이상의 해산물이 거래되는 세계적 규모의 수산시장입니다.
이제는 국제적 관광명소가 되어 도쿄를 찾는 사람들에게도 빼놓을 수 없는 구경거리가 되었는데요. 소매 전문의 장외시장과 도매 전문의 장내시장으로 나뉘는 츠키지 어시장의 백미는 바로 시끌벅적한 장내시장에 있습니다. 이른 새벽부터 이루어지는 참치 경매부터 시작하여 일본 전역에서 잡아들인 각종 해산물과 경매를 진행하는 상인들의 목소리가 도쿄의 아침을 여는 시장에 활기를 더합니다.
츠키지 시장은 수산물 거래 시장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청과물, 육류, 가공식품류도 취급하는 종합시장으로 장외시장에는 시내보다 저렴한 가격에 훌륭한 초밥이나 해산물 덮밥을 먹을 수 있는 가게들이 많아 시장 구경의 즐거움을 더해줍니다. 최근 대대적인 정비에 들어가 현재 장내시장은 가까운 도요스 시장(豊洲市場)으로 이전하고 기존 장외시장만이 남아있지만 에너지로 가득한 이 거대한 시장은 여전히 명실상부한 도쿄의 상징으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planEAT recipe
토종꿀을 곁들인 연어구이
충북 제천시 월악산의 꿀을 맛보고선 처음 든 생각인데요. 꿀에 따라 미묘하게 다른 뉘앙스를 찾는 재미에 독특함이 더해집니다. 훈연향이 스치듯 지나니 베이컨이나 연어가 떠오른 건 사실 너무 단순한 논리죠. 태윤솊을 졸라 요리를 해보았더니 정말, 제법 잘 어울려 자신 있게 소개합니다.
덧, 여러분들도 수입산 양식 연어를 사용하진 않으시겠죠?! 양식 연어에 대해서는 언젠가 또 길게 길게 이야기 드릴 것 같습니다만, 여러분! 자연산 드세요! 꼭이요!!
다진 마늘 4톨
애플사이더비니거 or 레몬쥬스 2T
토종꿀 1-2T
소금, 후추 약간
카이옌페퍼 약간 (생략 가능)
올리브오일
22 Oct 2021
VOl.10
우리가 먹는 식재료의 1/3이 꿀벌들의 맹활약으로 만들어진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꿀을 모으러 이 꽃, 저 꽃 옮겨 다니는 통에 식물들의 꽃가루를 묻히고 다니며 수분을 돕습니다. 실제로 꿀벌이 겨울을 잘 지내고 건강하게 활동을 시작한 해의 과일 농사는 풍년이라죠.
온 동네 꽃밭을 휩쓸고 다니는 토종벌은 더덕꽃, 찔레꽃, 싸리꽃, 민들레꽃, 산딸기꽃, 엉겅퀴꽃 등 수많은 야생꽃들을 찾아다니며 이 식물들이 우리의 들에서, 우리의 숲에서 사라지지 않도록 조용히 키워냅니다. 그런데 이런 멋진 토종벌이 전염병이 돌아 이 땅에서 사라지고 있대요. 무려 98%나! 😭
아워플래닛은 저희만의 방식으로 토종벌을 돕는 #댄스위드비 프로젝트에 함께 합니다. 꿀을 먹어서 벌을 응원한다는 거! (사실 너무나 다채로운 토종꿀 맛에 반하기도 했구요.😊)
벌을 응원하려면 꿀을 그냥 둬야지!라고 말씀하실 분들 많은 거 알고 있어요. 하지만 수 년간 토종벌과 함께 살아온 토종꿀 농가분들을 만나신다면 그런 생각은 사라져 버릴 거예요. 토종꿀 농가는 벌들이 편히 겨울을 날 수 있도록 튼튼한 집을 지어주고 거친 비에 고생하지 않을까, 다른 전염병이 돌진 않을까 보살피는 역할을 합니다. 겨우내 토종벌이 벌집 안에서 편안히 지낼 수 있도록 꿀을 남겨두고서요. 꼭 필요한 만큼만, 욕심내지 않고 벌과 함께 살아가는 모습에서 공생의 의미를 다시 생각합니다. 토종벌과 토종꿀 농가의 지속가능한 삶을 응원합니다.
10월 넷째 주의 플래닛뉴스
Letter from Netherlands 에서는 네덜란드의 '대체육' 과 '시험관 고기'에 대해 이야기할게요.
여러분은 어떤 밥을 좋아하세요?🍚
지난 달 여러분에게 여쭈었던 이야긴데요. 다들 이 계절 #제철쌀밥 드시면서 '나의 밥 취향' 생각해 보셨을까요?😊
벼가 쌀을 거쳐 밥이 되는 과정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도정입니다. 여러 변수가 있기는 하지만 수확을 마친 같은 종의 벼라고 해도 어떤 과정(때로는 어떤 기술력)의 도정을 거쳐 쌀이 되는지, 언제 도정을 했는지, 얼마나 도정을 했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의 쌀이 될 수도 있습니다.
8월 말부터 추수를 시작하는 조평, 운광, 해담 등의 조생종 벼(올벼)는 추석 차례상의 주인공입니다. 올벼쌀이라는 말, 들어보셨을 텐데요. 요즘은 점점 보기 힘들어지는 추세지만 십여 년 전만 해도 추석 즈음 시장에 나서면 뽀얀 쌀 옆, 조금은 누르스름한 쌀이 흔히 보이곤 했답니다. 찐쌀이라고도 부르던 이 올벼쌀은 아직 충분히 익지 않은 나락(벼)을 쪄서 가공한 쌀을 부르는 말인데요. 추석을 앞두고 채 익지 않은 벼를 도정했다 깨지는 것을 막기 위해 겨가 있는 채로 찐 쌀입니다. 취재를 다니다 보면 이 찐쌀을 한 줌 쥐고 다니며 간식으로 드셨다는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흔히 들을 수 있습니다. 어쩌면 찐쌀은 거친 도정의 과정을 견디기 힘든 벼의 상태를 최상의 맛으로 이끌어내기 위한 지혜의 산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벼로부터 왕겨, 쌀겨(미강층)을 벗겨내는 행위, 즉 도정은 벼가 충분히 익었을 때, 그리고 적절히 건조했을 때 비로소 이루어져야 하는 작업입니다.
쌀은 왕겨층, 쌀겨층, 배(씨눈), 배유(씨젖)으로 구성되는데요. 구수한 맛이 진한 현미는 왕겨층만을 제거한 쌀입니다. 도정은 현미기를 지나온 쌀이 조금 더 많은 마찰과 절삭, 충격을 거치며 이루어지는데 이 과정이 얼마나 매끄러운가는 도정기의 품질이 얼마나 좋으냐에 따라서, 때로는 얼마나 숙련된 사람이 컨트롤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집니다. 이 조금의 차이가 쌀의 맛을, 밥의 맛을 좌우하기도 하지요.
때로 다품종의 벼를 소량 생산하시는 분들의 쌀의 상태가 생각만큼 좋지 않은 안타까운 상황을 마주하기도 합니다. 분명 쌀의 품종에도, 키우는 방식에도, 농부의 노련함에도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완전미의 비율이 떨어져 섬세한 요리를 컨트롤해야 하는 요리사들이 곤란해하는 경우를 보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는 대부분 기술력이 조금 떨어지는 도정기를 사용한 경우가 많습니다. 보통 대형 RCP(미곡종합처리장)의 도정 공정을 살펴보면 수분, 정립율, 동할미(cracked rice)율을 따져 원료 품위를 맞추고 정선기, 현미기, 정미기, 입형 분리기, 색채 선별기 등의 까다로운 공정을 거쳐 도정율, 완전립율, 외관 품질 등을 꼼꼼히 선별해냅니다. 도정이 매끄럽게 되지 않고 동할미율이 높을수록 모양이 일정하지 못하고 금이 간 쌀이 많아지는 것은 당연지사, 이런 쌀을 이용해 요리를 한다면 물을 머금는 속도도 호화가 되는 속도도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이제는 가정용 도정기도 워낙 좋은 세상이라 이런 이야기가 와닿지 않으실 수도 있겠지만 다양한 품종을 다룰수록, 특별한 쌀을 다룰수록 도정의 기술이 쌀을 얼마나 빛나게 해주는지 새삼 깨닫게 됩니다.
다행히 기술은 진화하고 있고 우리의 입은 늘 더 나은 맛을 쫓고 있으니 조만간 이런 불편함도 사라지는, 맛있는 세상이 오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
사실 우리가 도정의 과정에 낄 일은 잘 없습니다. 생산 년도를 확인하고 도정일자를 확인하는 것, 그리고 도정일의 신선함을 잘 유지할 수 있도록 잘 보관하는 일이 최선이겠지요.
언젠가 쌀 박사님이 하신 말씀이 생각납니다.
“쌀도 신선식품이에요.”
오늘 밥은 꼭 신선한 쌀로 지어 드세요. 여러분!!!
글&그림 by 음식탐험가 장민영
육식이 환경과 동물, 인간에게 미치는 악영향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채식과 비거니즘의 확산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현상은 전세계에서 빠르게 일어나고 있고 국내 채식 인구는 2019년 기준 약 150만명으로 10여년 전과 비교하면 10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이 중 완전 식물성 식단을 지향하는 비건인구는 50만명에 달하며 1주일에 한 두 번, ‘간헐적 채식’을 실천하는 세미(semi) 비건의 수도 급증하고 있습니다.
채식 인구의 가파른 증가세에 따라 채식 시장의 파이가 커지면서 비거니즘을 지향하는 소비자에 대한 제품 판매와 마케팅 활동을 강화하는 ‘비거노믹스 (vegan+economics)’ 라는 신조어도 등장했습니다. 국산 대체육을 비롯한 각종 비건 푸드와 함께 비건 패션, 비건 화장품에 이르기까지, 기업들은 적극적으로 관련된 생산 영역을 확장하고 있고 비건을 대상으로 한 스타트업의 창업도 늘고 있습니다.
특히 가치 소비를 추구하는 MZ세대를 중심으로 비거니즘에 동참하는 트렌드가 퍼지면서 이용의 편리함을 앞세운 편의점 업계도 가격장벽을 낮춘 채식 관련 신상품을 속속 출시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비건 푸드들이 맛과 품질에서 더욱 경쟁력을 갖추게 되고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즉석 간편식과 젤리, 쉐이크, 도시락 등 상품군까지 다양해지면서 이제는 마음만 먹으면 비건 식단으로 세끼를 해결하는 일도 그리 어렵지 않아 보입니다.
채식에 대한 사회적 이해 수준의 변화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채식주의자를 향한 부정적 반응과 차별의 시선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비건 열풍이 지속하면서 ‘채식 불모지’로 꼽혔던 한국 사회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지난해 6월 서울시 교육청은 점차 심각해지는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교육혁신 주요 정책 과제인 ‘생태전환교육 중장기 발전계획’을 통해 채식을 원하는 학생들을 위한 ‘채식 선택제’를 도입한다고 밝혔습니다. 채식 급식의 시도는 여전히 이례적이고 일부 지역에서만 실시하고 있지만 채식을 지향하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꾸준한 요구와 변화된 시대상의 반영에 따라 점차 이에 동참하는 교육기관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교육부는 연령대 별 학생들이 섭취해야 할 영양 성분 기준치를 시도교육청에 전달할 뿐, 급식의 선택지를 추가하는 것은 각 지방 교육청의 권한이었습니다. 서울시 교육청이 앞서 밝힌 계획에 따라 올해 4월부터 한 달에 2차례 채식 급식을 제공하는 날을 운영하기 시작한 데에 이어 부산시에서는 채식 급식 활성화를 위한 교육감의 책무를 담은 ‘학교 채식급식 활성화에 관한 조례안’이 5월 통과되었습니다.
중학생 임어린(13)양과 고등학생 이승주(18)씨가 학교 급식에 바라는 점을 적은 손글씨를 들고 있다. 이들은 완전채식을 하는 비건이다. 이씨와 임양의 아버지 임도훈(40)씨 등은 오는 4일 국가인권위에 채식 급식 선택권을 보장하라는 내용의 진정을 낸다. 본인 제공
중학생 임어린(13)양과 고등학생 이승주(18)씨가 학교 급식에 바라는 점을 적은 손글씨를 들고 있다. 이들은 완전채식을 하는 비건이다. 이씨와 임양의 아버지 임도훈(40)씨 등은 오는 4일 국가인권위에 채식 급식 선택권을 보장하라는 내용의 진정을 낸다. 본인 제공
다원주의와는 거리가 멀 것 같은 군대에서도 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지난 2019년, 몇몇 시민단체들은 국방부 장관을 상대로 군대 내 채식 선택권 보장을 위한 진정서를 인권위원회에 제출했고 이에 국방부는 최근 들어 다문화 가정 출신 입영자를 비롯해 채식 열풍에 따른 채식주의 병사들이 늘고 있는 것을 고려해 ‘소수 장병을 위한 급식지원 관련 규정’을 신설하고 2020년 급식방침에 처음으로 반영하였습니다. 이 규정에는 채식주의자 장병 등이 식사에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 부대 여건을 고려해 밥과 김, 채소, 과일, 두부 등 대체품목을 매끼 제공하고, 우유 대신 두유를 지급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아직은 초기 단계라 전국의 부대에 채식 식단이 정착되는 데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단체 공공 급식 영역에서 채식 선택권이 도입된 것은 우리나라에서 처음 있는 일이라 미국의 일부 주나 포르투갈과 같은 유럽 국가의 사례처럼 교도소, 병원 등 다른 공공 급식 영역으로도 확대 적용될 수 있을 지 주목됩니다.
자, 그럼 저의 경험을 토대로 비거니즘에 관심을 가지시게 된 분들께 몇 가지 팁을 전해드릴까 합니다.
앞서 말씀드린대로 저는 ‘비건을 지향’하는 사람입니다. 완전하지는 못하지만 여건이 허락한다면 비건식을 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저는 비건 체험을 하는 동안에도 김치에 들어간 젓갈이나 국이나 찌개의 베이스가 되는 멸치 육수까지 피하지는 않았습니다. 엄격하게 채식주의를 실천하시는 분들의 눈에는 저와 같은 ‘회색 비건’의 방식이 스스로에게 너무 관대한 것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저는 그렇게 함으로써 비건식도 할 만하다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고 두 번, 세 번 연이어 체험에 도전할 수 있었습니다.
첫번째 팁. 완전함의 추구는 빠른 포기를 낳을 수 있습니다. 비건의 실천은 목표를 정해 놓고 몇 키로 뺄 때까지 ‘반짝’하는 다이어트 같은 것이 아닌 어쩌면 평생 실천해야 하는 생활 신념에 가까운 것이므로 약간의 융통성을 가지고 비건을 지향한다면 포기 없이 조금씩 자신이 실천 가능한 범위를 넓혀 갈 수 있습니다.
두번째 팁으로, 채식에 관심은 있지만 엄두가 나지 않는다면 우선 한 두가지 식재료부터 줄여 나가보는 것도 좋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최근 들어서 우유와 유가공품의 소비를 최소화하고 좋아하던 순대국이나 곱창, 대창구이 같은 내장류를 사용한 음식은 더 이상 먹지 않습니다. 여러분들도 하루에 소비하는 수많은 동물성 식재료들 중에서 지금 바로 줄일 수 있는 것부터 실천해 보세요. 출근 길에 마시는 라떼에 들어가는 우유를 두유로 바꾸기만 해도 그날의 비건 실천은 성공적으로 시작하게 됩니다.
세번째. 강박적인 입장에서 벗어나서 고기를 줄이거나 다양한 채식 스펙트럼 중 한 가지를 선택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아래 표의 여덟 가지 타입 중에 하나를 실천해보는 것도 좋고 먹는 것이 힘들다면 동물성 소비재 (가죽, 동물실험 화장품 등) 사용을 지양하는 것부터 비거니즘을 확장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저마다 처한 환경에 따라 시작점은 다를 수 있습니다.
네번째로 제가 했던 것처럼 기간을 한정하거나 간헐적인 채식 또는 육식을 하는 것도 어렵지 않은 실천법 중 하나입니다. 예를 들어 ‘고기 없는 주말’이나 ‘고기 없는 (가벼운)월요일’ 같은 슬로건을 스스로 내걸어 보는 것도 좋은 동기부여가 되겠지요.
굳이 의식하지 않아도 일주일에 하루나 이틀 정도 채식을 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콩국수, 미역국, 잡채, 김치를 포함한 각종 채소반찬, 비빔밥, 채소김밥, 모든 종류의 과일과 주스, 그 외에도 여러분의 채식 한 끼를 책임져 줄 일상의 음식들은 의외로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어쩌면 고기와 유제품 위주의 식단이 주가 되는 서양식보다는 불과 50년 전까지 우리네 가정에서 일상식으로 먹던 소박한 음식들에서 답을 찾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한 사람의 완벽한 비건보다 백 명의 완벽하지 않은 비건이 있는 것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가벼운 예로 매일 비건식을 실천하는 사람과 주 1회 채식을 실천하는 사람들의 영향력은 아래와 같은 단순한 계산으로도 비교해 볼 수 있습니다.
[비건 1명 X 365일 = 365 / 논비건 7명 주 1회 채식 X 52주 =364]
이를 환경에 대한 영향력으로 추산해본다면 이 두 비교는 대략 비슷한 결과를 나타낼 것입니다. 채식을 한다는 것은 분명 우리의 세계를 변화시킬 수 있는 힘으로 작용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두가 무거운 책임감을 짊어질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소비 패턴이나 시대의 트렌드처럼 지구와 동물을 지키고 나의 건강도 챙기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의 하나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100%의 실천보다 ‘얼마나 육식에서 멀어지는가’에 중점을 둔 행동과 마음가짐이라면 그 시작으로 충분합니다.
저는 얼마간 비건으로 지내면서 주체적으로 내 삶을 바꿔나가고 있는 저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저도 모르는 사이에 형성된 입맛과 오랜 시간동안 길들여진 음식들을 통제하는 일은 수월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이제는 하루에도 몇 번씩 스치듯 보게 되는 환경 관련 기사들과 지금 이 시간에도 지구 곳곳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기후 위기의 결과들을 마주하면서 ‘과연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뭐가 있을까’ 라는 무력감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습니다. 채식의 실천은 하루 세끼 무엇을 먹을 지 고민하는 순간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육식 문화를 거부하고 환경과 동물 또는 나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선택을 하겠다는 매일의 선언과 같습니다.
유심히 주위를 둘러보면 활동가들 같은 비장한 각오가 아니더라도 본인의 신념과 원칙에 따라 생활 기준을 세우고 실천에 옮기는 사람들을 볼 수 있습니다. 채식을 경험하면서 채식인들이 즐겨 찾는 인터넷 카페나 어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같은 길을 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그들이 서 있는 자리가 바로 우리의 육식 사회에 변화의 움직임이 시작되는 곳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도 그랬듯이 그들 중 누구에게도 작은 시작점은 있었을 것입니다. 짧은 경험담이 포함된 이 글을 여러분과 나누는 가장 큰 이유도 같은 길을 함께 할 ‘러닝메이트’를 찾기 위함입니다. 밀어주고 당겨주며 함께 걷다 보면 언젠가는 길이 생길 거라는 희망을 담아서 말이지요. 채식이 취향과 유행을 넘어 많은 이들이 추구하는 삶의 형태의 하나로 자리할 수 있기를, 누군가에게는 육식이 그러하듯 채식도 그렇게 ‘새로운 상식(New normal)’이 되는 날을 꿈꾸어 봅니다.
그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요리사로서의 저도, 한 개인으로서의 저도 함께 노력하겠습니다.
글&그림 by 요리사 김태윤
안녕하세요, 아워플래닛의 네덜란드 특파원 안소연입니다! 😊
평범한 어느 날 저녁, 여느 때처럼 저녁 밥을 만들던 저는 이상한 느낌이 들어 요리를 잠시 멈췄습니다. 베지 햄버거를 만들던 중이라 프라이팬에 베지 패티를 굽고 있었는데, 너무나도 고요하고 조용히 구워지는 패티를 보고 그날따라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전의 내가 먹고 알던 햄버거 패티였다면 지금쯤 지글지글 소리를 내며 고소한 냄새가 부엌에 진동할테고, 패티의 한 면이 금방 타버리지 않을까 조바심을 내며 가스불을 계속 만지작거리고 있었어야 하는데 지금 굽고 있는 이 패티는 전혀 그래보이지가 않는 것입니다. 그 순간이 저에게는 왠지 모를 이질감과 내가 만들고 있는 이 음식에 대한 거리감을 가져다주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핸드폰에서 ‘고기 굽는 소리’ asmr을 틀고, 괜히 패티를 이리 저리 뒤집어보며 조금이라도 “진짜” 고기 패티를 굽는 것처럼 행동을 하였습니다. 아마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들 중에서도 저와 비슷한 경험을 한 분이 있으시라 생각됩니다.
나의 선택으로 시작된 ‘한 달에 두 번만 고기 먹기’ 라이프스타일은 생각보다 많은 부분에서 쉽지 않으며, 제게 뜻밖의 공허함을 가져다줍니다.
네덜란드의 슈퍼마켓에서는 어디에서나 다양한 고기 대체육 ‘베지 미트’를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심지어 베지 연어와 대구 필레도 시중에 나와있는 상황이고요. 그래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채식을 하고 있으며 베지 고기에 대한 거부감이 덜 합니다. 네덜란드의 많은 사람들이 채식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이런 상황은 2-3년 정도 밖에 안 된 것 같습니다. 예전부터 ‘콩(버섯)으로 만든 고기’ 라고 하며 많은 사람들이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던 베지 고기의 식감과 맛 또한 진짜 고기에 못지 않게 따라잡은 것 같기도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베지 다짐육과 패티, 그리고 베지 치킨류를 많이 사용합니다.
위의 사진은 네덜란드의 흔한 마트에서 볼 수 있는 ‘베지 코너’입니다. 종류는 베지 고기서부터 햄, 치즈, 요거트 등까지 정말 다양합니다. 2018년 환경 및 기반 시설 위원회에서 정부는 2030년까지 네덜란드 식단에서 동물성 단백질의 비율을 60%에서 40%이하로 줄이기 위해 전체 푸드체인과 협력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몇 년 안에 슈퍼마켓의 정육 코너는 다양한 대체육을 파는 코너로 바뀌게 될 수도 있겠지요. 어렸을 때 엄마 손잡고, 밥 기다리는 강아지마냥 고기 코너 앞에 가서 고기를 갈아주시는 아저씨와 안부인사 나누는 엄마의 모습은 이제 그냥 제 기억속에서만 자리잡는 날이 오고 있다니, 여러가지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어쩌면 고기를 갈던 아저씨 대신에, 미래의 슈퍼마켓에서는 ‘고기’(대체육)를 만드는 로봇이 상주할 것 입니다.
그렇다고 미래의 고기가 오직 콩과 버섯으로 만든 대체육만 존재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2013년에는 세계 최초의 실험실 배양 버거가 요리되었습니다. 일부 연구자들은 생물 반응기의 줄기 세포에서 자란 체외 고기가 기존 고기에 대한 지속 가능하고 동물 친화적인 대안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즉 우리는 ‘시험관 고기’를 소비하게 되는 것입니다.
고기 애호가분들께는 조금이나마 희소식인가요? (:
글&그림 by 디자이너 안소연
도쿄 츠키지 시장(築地市場)
‘도쿄의 부엌’이라고 불리는 츠키지 시장은 에도시대부터 존재해 온 역사적인 시장이자 하루에 2000톤 이상의 해산물이 거래되는 세계적 규모의 수산시장입니다. 이제는 국제적 관광명소가 되어 도쿄를 찾는 사람들에게도 빼놓을 수 없는 구경거리가 되었는데요. 소매 전문의 장외시장과 도매 전문의 장내시장으로 나뉘는 츠키지 어시장의 백미는 바로 시끌벅적한 장내시장에 있습니다. 이른 새벽부터 이루어지는 참치 경매부터 시작하여 일본 전역에서 잡아들인 각종 해산물과 경매를 진행하는 상인들의 목소리가 도쿄의 아침을 여는 시장에 활기를 더합니다.
츠키지 시장은 수산물 거래 시장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청과물, 육류, 가공식품류도 취급하는 종합시장으로 장외시장에는 시내보다 저렴한 가격에 훌륭한 초밥이나 해산물 덮밥을 먹을 수 있는 가게들이 많아 시장 구경의 즐거움을 더해줍니다. 최근 대대적인 정비에 들어가 현재 장내시장은 가까운 도요스 시장(豊洲市場)으로 이전하고 기존 장외시장만이 남아있지만 에너지로 가득한 이 거대한 시장은 여전히 명실상부한 도쿄의 상징으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토종꿀을 곁들인 연어구이
응??? 토종꿀에서 이런 향이 나???
충북 제천시 월악산의 꿀을 맛보고선 처음 든 생각인데요.
꿀에 따라 미묘하게 다른 뉘앙스를 찾는 재미에 독특함이 더해집니다. 훈연향이 스치듯 지나니 베이컨이나 연어가 떠오른 건 사실 너무 단순한 논리죠. 태윤솊을 졸라 요리를 해보았더니 정말, 제법 잘 어울려 자신 있게 소개합니다.
덧, 여러분들도 수입산 양식 연어를 사용하진 않으시겠죠?! 양식 연어에 대해서는 언젠가 또 길게 길게 이야기 드릴 것 같습니다만, 여러분! 자연산 드세요! 꼭이요!!
재료
다진 마늘 4톨
애플사이더비니거 or 레몬쥬스 2T
토종꿀 1-2T
소금, 후추 약간
카이옌페퍼 약간 (생략 가능)
올리브오일
만드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