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August 2021

VOL.5


planEAT news

안녕하세요. 플래닛 뉴스 구독자 여러분    


우리의 눈도, 입도 행복하게 만드는😊‘한국의 갯벌 Getbol, Korean Tidal Flats’이 지난 7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되었습니다!!! 서천갯벌(충남 서천), 고창갯벌(전북 고창), 신안갯벌(전남 신안), 보성-순천갯벌(전남 보성·순천) 등 5개 지자체에 걸쳐 있는 4개 갯벌이 이에 속하는데요. 갯벌이 가진 어마어마한 매력은 조만간 플래닛 뉴스에서도 자세히 풀어 드리겠습니다. 우리가 가진 것들을 돌아보고 보듬고 사랑해 줘야 할 순간이에요. 여러분! 


 8월 첫째 주의 플래닛 뉴스


  1. 지난 플래닛뉴스에 이어 감자 이야기를 마무리해볼까요? 감자에 숨은 플레이버를 통해 감자와 다른 식재료들의 어울림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2. 익숙한 음식들의 진짜 가격표를 통해 소비자의 의무와 권리, 공정무역에 대해 알아봅니다. 
  3. Letter from the Netherlands에서는 지속가능한 '린넨 프로젝트' 소식을 안소연 디자이너가 전합니다.
  4. planEAT recipe에서는 8월에 놓칠 수 없는 짙은 여름의 맛, 가지 요리를 선보입니다.
  5. Book of the Month에서는 8월에 함께 읽고 싶은 책, ‘귀여워서 또 보게 되는 물고기 도감’을 소개합니다.

계절의 기억 7월: 하지 감자 part.2

감자 맛이 다 거기서 거기지-라고 한다면

조금 섭섭해요.   

“여러분은 감자의 ‘어떤 맛’을 좋아하세요?”


식재료를 받아 들고 음식을 요리하기 전 우리는 주재료와 딱 어울릴만한 맛을 먼저 떠올립니다. 예전에 그렇게 먹었더니 맛있더라-하는 경험에서 나온 결과이기도 하고 때로는 이렇게 먹어보면 어떨까? 하는 직관적 호기심의 결과이기도 한데요. 늘 새로운 것을 쫓는 우리는 이미 감자로 할 수 있는 수많은 레서피를 알고 있지만 또다른 새로움을 찾아, 더 맛있는 조합을 찾아 이리저리 궁리를 하기를 멈추지 않습니다.

지난 플래닛뉴스에서 내가 어떤 맛의 감자를 좋아하는지 생각해 보고 파악하셨다면 이번엔 감자가 가진 어떤 맛을 좋아하는지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볼까요?



이왕이면 내 입에 맞는 감자를 골라보면 좋을 테지만 요즘은 감자가 제일 맛있을 철이니 사실 어떤 감자도 괜찮습니다. 이 기회를 통해 ‘난 수미 감자를 별로 안 좋아해’ 라고 생각하셨던 분들이 마음을 바꿀 수도 있을 테니까요. (사실 수미 감자가 요즘 너무 흔해서 살짝 천대? 받는 듯하여 마음이 좋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이 계절, 갓 수확한 수미 감자는 삶았을 때 툭툭 터지고 뽀얗게 분이 오르는 것이 중간질보다는 분질 감자에 가깝기도 한데요. 특히 황토에서 자랐거나 생육 기간이 긴 수미는 더 그렇답니다.)

아무런 간을 하지 않은 채 감자를 찌고, 삶고, 굽고, 튀기고, 때로는 생으로 맛봅니다. 냄새를 맡고, 혀끝을 가져다 대고, 이로 베어 물고, 씹고, 삼키며, 감자가 가진 매력의 중심으로 파고들어가 보는 거죠.


‘오- 풀 향이 나기도 하고, 때로는 꿀이나 꽃에서 느꼈던 화사함이 풍기기도 하는데? 바위에 혀끝을 대면 이런 맛이 나려나? 흙내도 나는 거 같고, 이건 짠 맛인가? 약간의 쿰쿰함은 치즈를 닮은 거 같기도 해.’


어쩌면 많은 분들이 와인을 테이스팅 하며 이런 생각을 해본 경험이 있을 텐데요. 와인 덕에 익숙해진 이런 식의 테이스팅 방법을 감자에 가져와 보는 거죠. 경험을 통해 나만의 식재료 아카이빙을 쌓아나가는 것은 생각보다 재미있고 유의미한 일입니다. 누군가의 경험이 아닌 나의 경험으로 내가 좋아하는 맛의 저변을 확대해 나가는 거죠.



우리가 느끼는 ‘종합적인 맛’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향, 맛, 그리고 식감 등이 있습니다.

지난번에 이야기 한 분질, 중간질, 점질의 감자를 나누는 기준은 어쩌면 식감에 있고요. 오늘은 향과 맛에 영향을 끼치는 아로마aroma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아로마는 탄소, 수소, 산소, 질소, 유황을 함유하는 휘발성 화합물입니다. 앞서 언급한 기본 원자들이 어떻게 결합되어 있는지, 어떤 화합물이 많은지에 따라 우리가 느끼는 향미가 달라지곤 합니다.

<음식탐험가 장민영의 감자맛 아카이브>

서로 다른 식재료들은 다양한 아로마를 공유하는데 때로는 우리의 감각으로는 느끼기 힘든 것들도 존재합니다. 분석에 따르면 삶은 감자는 삶은 오징어와 채소향을 공유하고 캐비어와는 시트러스향을 공유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결과는 과학적 분석을 토대로나 알 수 있는 것이지 수많은 경험과 훈련을 거치지 않은 보통의 저희가 느끼긴 쉽지 않습니다.


물론 이러한 수 백 가지, 혹은 수 천 가지 조합을 다 알자고 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많은 양념을 하지 않아도 서로의 어울림으로 충분히 맛을 증폭시킬 수 있는 새롭고 재미난 조합을 찾고자 하는 마음이랄까요.

무튼, 삶은 감자와 오징어 페어링을 보다가 문득 <홍신애 솔트>에서 먹었던 달고기와 감자를 품은 한치순대 생각이 났어요. ‘오호, 그렇지. 그 맛이 그렇게 어우러졌었지’라는 생각이 들며 괜스레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한치순대사진

한치순대사진

감자의 플레이버 페어링 노트를 만들면서 조만간 태윤솊의 옆구리를 찔러 꼭 만들어 봐야겠다고 생각하는 조합은 익힌 감자와 청각의 만남인데요. 두 재료가 로스팅향을 공유한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갸우뚱 갸우뚱입니다. 이 신박한? 페어링의 결과는 조만간 공유하도록 해볼게요.😊

#식재료탐구생활 #감자 #미식가노트 #식탁위의지속가능성  


글&그림 by 음식탐험가 장민영


익숙한 음식들의 진짜 가격표

평일 점심시간 대의 오피스가에서는 언제나 테이크아웃 커피를 손에 든 사람들의 행렬을 볼 수 있습니다. 끼니의 마지막 입가심으로든 오후의 간식으로든 믹스 커피를 즐기시는 분들도 많을 겁니다. 커피가 없는 삶은 상상하기 힘들 만큼 이제 많은 사람들에게 커피는 일상의 음료로 자리해 있습니다. 제가 일주일에 몇 번씩 찾는 동네 커피전문점의 벽에는 평화롭고 푸르른 커피밭을 배경으로 환하게 웃고 있는 생산자들의 사진이 붙어 있습니다. 양손 가득 원두를 들고 있는 그들의 모습에서 여느 농산물처럼 커피도 사람의 땀과 노동으로 일군 결과물임을 새삼 깨닫습니다. 



밸런타인데이의 선물로, 아이들 간식으로, 입이 심심할 때 먹게 되는 초콜릿은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하지만 그 초콜릿이 무엇으로 만들어지고, 누구에 의해 어떻게 만들어지는 잘 알지 못합니다. 우리가 매일 소비하는 이 먹거리들을 생산하는 사람들은 누구이고 어떤 과정을 거쳐 우리 손에 들어오게 되는 걸까요? 한 번쯤은 익숙한 먹거리들의 생산과 유통에 대해 생각해보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초콜릿의 원료가 되는 카카오와, 커피는 대표적인 플랜테이션* 작물입니다.

(*열대, 아열대기후 지역에서 선진국이나 다국적기업의 자본 및 기술과 원주민의 값싼 노동력이 결합되어 상품작물을 대규모로 단일 경작하는 농업 방식을 가리킵니다. 플랜테이션으로 경작되는 대표적인 작물에는 커피, 카카오, 차, 사탕수수, 천연고무, 면화, 바나나, 담배 등이 있습니다.)


 

신대륙 발견 이후 유럽 열강들은 앞다투어 식민지를 건설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식민지의 원주민의 노동력을 이용하여 상품성이 있는 작물들을 대규모로 경작하면서 플랜테이션이 발달하였습니다. 그러다가 2차 세계대전 이후로 식민지였던 많은 나라들이 독립하게 되면서 플랜테이션 농장의 경영권이 국유화되거나 다국적기업이 진출하여 경영하는 사례가 증가하게 됩니다. 대부분 개발도상국에 속하는 이들 생산국과 그들의 작물을 수입하는 경제 선진국들 간의 불공정한 무역구조로 인하여 최종 소비자가 지불하는 돈의 대부분은 가공/판매업자와 중간 상인이 차지하고 생산자들에게는 아주 적은 금액만이 돌아갑니다. 생산자의 몫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것이지요. 열심히 일을 해도 돈을 모을 수 없는 모순적 구조에서도 생산자들은 생계유지를 위해 생산량을 늘려 무리한 생산활동을 하게 되고 이 같은 경제적 빈곤은 아동 노동과 같은 인권과 관련된 또 다른 윤리적 문제를 낳게 됩니다. 


대표적으로 아동노동은 전 세계 카카오 생산량의 70%를 책임지는 서부 아프리카에서 만연한 현상입니다. 아이들은 새벽부터 해질 때까지 ‘마테체’ 라는 큰 칼을 들고 코코아를 땁니다. 자기 몸무게보다 훨씬 무거운 자루들을 옮기고 농약과 살충제에도 쉽게 노출됩니다. 어떤 아이들은 가난한 부모로부터 인신매매꾼에게 팔려오기도 합니다. 농장의 아이들 대부분은 평생 초콜릿을 먹어 볼 기회조차 없습니다. 아이들은 카카오가 초콜릿이 된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합니다. 서부 아프리카에서 아동노동으로 착취당하는 어린이는 1800만 명에 달하고 이렇게 생산되는 코코아는 우리가 잘 아는 글로벌 식품 기업들이 수입하여 초콜릿으로 가공합니다. 서구의 몇몇 기업이 지배하고 있는 세계 초콜릿 시장에서 카카오 농장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은 10%도 되지 않습니다. 판매 수익의 오직 7% 정도가 카카오 농부의 몫으로 돌아갑니다. 

낮은 임금은 개발 도상국의 농민을 가난에 묶어둡니다. 커피의 주산지인 동부 아프리카와 중남미 일부 커피 농가들은 국제 시장에서의 원두 가격 하락과 비 공정무역으로 인한 저소득으로 생계가 어려워져 커피 농사를 버리고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재배로 전환하기도 합니다. 


‘신식민주의’ 로도 불리는 이러한 불공정한 무역구조의 문제점들로부터 공정무역의 필요성이 대두합니다. 공정무역은, 자유무역을 통해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선진국과 다국적 기업 등에게 적정한 생산 이윤을 보장받지 못한 채 빈곤에 시달리는 개발 도상국의 생산자를 보호하려는 목적에서 발생한 대안적 형태의 무역입니다. 경제 발전 수준이 낮고 생활수준이 빈곤한 제3세계에서 생산된 농산물 등을 수입할 때 생산자들이 생산원가와 생계비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공정한 가격을 지불하고 보다 투명한 방식의 무역을 통해 개발 도상국의 소규모 생산자들과 그 가족들을 지원합니다.



공정무역의 목표는 개발도상국의 생산자를 원조나 자선의 방식으로 돕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 자립역량을 키워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도록 돕는 데에 있습니다.  무역시장에서 약자인 이들에게 원물의 가치나 국제시장 가격의 폭락에 관계없이 공정무역 가격을 보장하고, 이를 통해 얻어지는 수익의 일부는 ‘공동체 발전 기금(Social Premium)’이 되어 학교, 의료 시설, 직업교육 등 해당 지역의 발전을 위해 사용합니다. 농부들은 협동조합 내 위원회를 통해 기금의 사용과 공동체의 발전 방향을 스스로 결정하고 이 과정에서 민주주의를 연습하고 지역의 미래를 대비합니다. 

처음으로 공정무역 인증 마크가 붙여진 제품은 커피였고, 커피의 성공적 시도 이후 인증은 초콜릿과 바나나로 확대되었습니다. 공정무역 마크는 전 세계로 확대되었고 1997년 여러 단체들이 모여 공정무역 인증 기구인 국제공정무역상표기구(Fairtrade Labelling Organization International, FLO)를 설립하였습니다. 커피에서 시작되어 초콜렛, 바나나, 차, 꽃, 곡물, 과일, 면화 그리고 금에 이르기까지 이제 전 세계 마켓과 시장에는 1800개가 넘는 공정무역 제품들이 판매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공정무역은 2002년 ‘아름다운 가게’에서 공정무역 수공예품을 판매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국내에서 공정무역 제품을 판매하는 단체는 아름다운 커피를 비롯해 에코생활협동조합, 두레생협, 한국 YMCA, 아이쿱생협 등 10여 개가 있으며 최근에는 일반 기업들도 캐슈넛, 마스코바도(원당), 건과일, 초콜릿 등의 공정무역 완제품을 수입하고 있습니다. 


공정무역이 갖는 의미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공정무역 제품의 소비를 통해 소비자들은 인권, 환경 등의 지구적 문제에 쉽게 참여가 가능하며, 이는 윤리적 소비의 확대로 이어집니다.

2) 최저가격 보장에 따른 생산자의 소득이 증가하며, 아동 노동 및 노동 착취를 금지하는 등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장합니다. 

3) 유기농과 친환경적 생산을 확대하고, 환경적 지속 가능성을 추구하며 지속 가능한 환경 유지와 발전을 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전체 거래량에서 공정무역 제품이 차지하는 비율은 크지 않습니다. 전체 무역규모에서 공정무역이 차지하는 비율은 0.03%에 불과하고, 한국은 지난 몇 년간 공정무역의 성장률에서 세계 평균치보다 훨씬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지만 무역규모에서 공정무역의 비율은0.003%라는 미미한 수준입니다. 

공정무역 제품은 일반 제품에 비해 일반적으로 조금 높은 가격대를 형성합니다. 공정무역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이 점점 개선되어 감에도 불구하고 일부 소비자들에게는 이 가격이 지갑을 여는 데에 걸림돌이 되기도 합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적당한 가격’의 기준은 무엇일까요? 어떤 물건을 구매할 때 많은 사람들은 ‘싸고 좋은 것’을 찾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물건의 가격표를 볼 때 왜 비싼 지가 아니라 왜 싼 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공정무역 제품이 투명한 유통과 공정한 수익 분배로 생산자에게 주어질 몫을 보장한다면 소비자에게 그보다 더 저렴한 가격을 보장하는 유통구조에서는 비공정한 분배가 이루어질 것이고 이는 생산자들의 희생으로 혹은 착취로 돌아가게 됩니다. 우리가 소비하는 식품의 저렴한 가격이 누군가의 권리를 빼앗고 착취를 통한 피와 눈물의 대가로 얻어지는 것이라면 그 가격은 잘못 책정된 것이 아닐까요? 공정하지 못한 거래로 형성되는 저렴한 가격표는 ‘적당한 가격’ 이 될 수 없습니다. 공정무역 제품에 붙게 되는 가격적인 프리미엄은 그래서 원래 마땅히 지불하여야 할 금액인 것입니다. 


지속가능성이 환경에만 국한된 개념이 아닌 것처럼 공정무역 역시 정당한 가격의 지불이 전부는 아닙니다. 공정무역이 가지는 가장 크고 중요한 의미는 사람에 초점을 맞춘 지속가능성이라는 점에 있습니다.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소외된 생산자에게는 보다 좋은 거래의 기회를 제공하고 그들의 권리를 보장하며 소비자에게는 윤리적이고 좋은 품질의 제품을 공급하고자 하는 이런 직거래 방식의 무역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줍니다.

여타 직거래와 마찬가지로 소비자의 선택에 의해 생산자의 상황은 달라질 수 있고 그 선택들이 모이면 보이지 않는 끈의 반대쪽에서는 더 큰 변화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선택이 모여 생산자들과 환경을 착취하지 않고 존중하는 경제 시스템을 요구할 수 있는 것입니다. 생산자들에게 실질적이고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공정무역을 통한 우리의 소비 행동은 특별한 의미와 가치를 갖게 됩니다. 



공정무역 상품을 구매하는 행위는 한편으로는 나 자신을 위한 선택이 됩니다. 우리의 결정권은 커피숍 메뉴판 위의 수많은 선택지 안에서가 아니라 무엇이 그 메뉴판에 올라가는지에 대해 행사되어야 합니다. 단순히 사회적으로나 환경적으로 인증된 제품을 구입하는 것에서 오는 만족감을 넘어 우리의 학교, 교회, 회사의 식재료는 어디서 오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의 범위를 넓혀보세요. 우리의 관심을 통해 기업들에게 더 많은 공정무역 제품을 요구하는 일은 소비자의 의무이자 중요한 권리입니다.  


며칠 전 ‘아메리카노 1000원’이라고 적힌 광고판을 지나며 저는 문득 지구 반대편 커피 농부를 상상했습니다. 푸른 커피밭을 배경으로 두 손 가득 커피를 들고 있는 사진 속의 농부. 저렴한 커피 한 잔에 느끼는 사람들의 행복만큼 커피 농부도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는 아침에 식사를 끝마치기도 전에 지구상의 절반이 넘는 사람들의 도움을 받습니다.”

이미 50여 년 전에 마틴 루터 킹 목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의 식탁을 채우는 식재료들은 세계 여러 곳 이름 모를 생산자들의 노고의 산물입니다. 이제는 유혹적인 가격과 눈길을 끄는 포장지 너머에 담긴 이야기들에 귀 기울였으면 합니다. 모두가 차리는 식탁에서 함께 웃음 지을 수 있는 길은 우리의 선택에서부터 시작됩니다.  


💎내 주위의 공정무역 제품 판매처 찾기 – 국제공정무역기구 한국사무소

카카오톡 선물하기, 마켓컬리, 쿠팡 등에서도 ‘공정무역’으로 검색하면 다양한 상품들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글&그림 by 요리사 김태윤


The Linen Project

안녕하세요. 아워플래닛의 네덜란드 특파원 안소연입니다! 😊


8월 첫째 주 네덜란드에서 보내드리는 소식은 옷 직물인 린넨을 만드는 데 쓰이는 ‘flax’ 작물, 아마 수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저는 지난 주말, 네덜란드 동쪽에 있는 도시 Arnhem에 있는 뮤지엄에서 소규모로 아마 재배가 진행되는 곳의 아마 수확을 도와드리고 왔는데요, 덕분에 아마(flax) 작물에 대해서 더 많이 알게 되고, 전 세계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상업적 아마(flax) 재배의 문제점과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오늘 플래닛 뉴스에서는 네덜란드의 지속가능한 린넨 프로젝트에 대해 소개할게요.

섬유도 되고, 음식도 되는 신기한 ‘마’의 종류는 수십 가지에 이릅니다. 대마, 아마, 저마, 참마, 천마 등. 그중 우리네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여름만 되면 꺼내 입으셨던 모시옷은 저마풀로 지어진 것이라 합니다.

약 삼만 년 전 구석기 시대부터 지금의 조지아가 있는 곳에서 야생 아마를 섬유로 사용했으며, 이 작물의 사용이 꾸준히 확산되어 약 5천 년 전부터 서쪽으로는 독일과 스위스, 동쪽으로는 중국과 인도에서 아마가 재배되었습니다. 그 후 유럽에서는 아마의 껍질로는 린넨이라는 텍스타일 소재를 만들어 옷을 짜 입고, 아마의 씨로는 기름을 짜내어 오일이나 약재로 사용했으며 그 자체를 음식으로 즐기기도 했습니다. (아마Flax는 아침 대용 시리얼로 다른 곡물과 함께 먹거나, 빻아서 가루를 내어 빵, 와플, 쿠키 등을 만들어도 좋습니다.)



이런 다양한 매력에도 불구하고 현재 유럽에는 아마 작물을 프로세싱 할 공장이 폴란드와 이탈리아 밖에 남아있지 않으며, 중국과 베트남 등에서 상업적으로 대량생산되고 있을 뿐입니다. 이런 상업적 목적의 대량 생산은 재배지에 과도한 살충제의 사용을 낳고 토양의 밀도를 어지럽혀 식물과 토양 환경 모두를 괴롭히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린넨 프로젝트(The Linen Project)는 University of the Arts Arnhem 과 Crafts council Nederland에서 함께 진행하는 리서치 프로젝트입니다. 

린넨 프로젝트는 네덜란드에서 소규모 지역의 아마(flax) 재배 및 린넨 생산의 경제적 가능성을 조사하고 재활성화를 위해 시작하였습니다. 상업적으로 재배되는 Flax와 달리 소규모 로컬재배만 이루어지고 있으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자원 봉사자들이 함께 flax 생산의 모든 단계에 대해 연구합니다. 2018년에 시작하여 현재까지 진행 중인 린넨 프로젝트는 Co-creation(공동 창조)Craftsmanship(장인 정신)을 강조합니다. 1초에도 엄청난 양의 물건을 찍어내는 대량 생산에 익숙한 우리에게는 조금 느리게 다가올 수 있는 프로젝트이지만, 이런 작은 움직임이 계속 이어져 현재의 문제적 시스템을 바꿀 수 있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믿습니다.😀

글&그림 by 디자이너 안소연


planEAT recipe

바바 가누쉬 

Baba Ganoush 

가지 어디까지 드셔보셨나요?

가지를 구우면 껍질이 타면서 나는 스모키한 불맛과 더불어 과육의 당도도 올라가면서 한층 더 매력적인 맛을 가지게 됩니다.

이번에 소개해드릴 ‘바바가누쉬 (Baba ganoush)’는 이런 조리법을 이용한 요리로 만드는 방법은 매우 간단하지만 아랍 음식의 모둠 전채요리인 메제(Mezze)에 언제나 빠지지 않는 유명한 전통 요리입니다. 스프레드의 형태이므로 빵에 발라 먹거나 채소스틱에 듬뿍 찍어서 드셔도 좋습니다. 


기본 재료는 다음과 같습니다.


[2인분]

다진 양파 1/4개분

가지 3개

레몬즙 1t

다진 마늘 1/3t

타히니(또는 깨소금) 1T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 2T

소금, 후추 적당량



자, 그럼 만들어 볼까요.


  1. 팬을 달궈 올리브유를 두르고 다진 양파를 넣고 약불에서 5분간 충분히 볶아주세요.
  2. 포크로 가지의 표면에 구멍을 낸 뒤 180도 예열 된 오븐에 약 15-20분간 굽습니다. (10분 정도 지난 후 상태를 확인해주세요.) 오븐에서 꺼내어 5분간 식힙니다. (오븐을 사용하지 않고 직화로 굽는다면 석쇠에 올려 껍질이 완전히 탈때까지 돌려가면서 굽습니다.)
  3. 숟가락으로 2의 과육만 벗겨주세요. 프로세서에 1의 볶은 양파와 나머지 재료들을 넣고 갈아준 다음 소금, 후추로 간해주세요.

Book of the Month

<귀여워서 또 보게 되는 물고기도감>
<귀여워서 또 보게 되는 물고기도감>

사계절이 있고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는 바다에서 나는 수산물이 풍부합니다.

‘귀여워서 또 보게 되는 물고기 도감’ 은 한반도의 계절별 수산물을 귀여운 그림과 풍부한 콘텐츠로 채운 그림책입니다. 각 수산물별 생김새와 습성, 이름의 유래, 비슷하게 생긴 어종의 구별법, 양식과 자연산의 차이, 각종 관련 상식 등이 꼼꼼하게 정리되어 있고 도감의 형식을 띤 해산물 요리 레시피북이라고 해도 될 만큼 어류에 따른 다양한 요리법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도감은 딱딱하고 재미없다는 편견은 이 책을 잡은 순간 깨지고 맙니다. 평소에 잘 알고 있던 생선들도 제목처럼 귀엽고 사랑스럽기까지 합니다. 아이와 어른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이런 도감 한 권이라면 철 따라 즐기는 1년의 수산물 여행이 더욱 설레고 풍성해질 것 같습니다.

06 August 2021

VOl.5


planEAT news

안녕하세요. 플래닛 뉴스 구독자 여러분들   


우리의 눈도, 입도 행복하게 만드는😊 ‘한국의 갯벌 Getbol, Korean Tidal Flats’이 지난 7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되었습니다!!! 서천갯벌(충남 서천), 고창갯벌(전북 고창), 신안갯벌(전남 신안), 보성-순천갯벌(전남 보성·순천) 등 5개 지자체에 걸쳐 있는 4개 갯벌이 이에 속하는데요. 갯벌이 가진 어마어마한 매력은 조만간 플래닛 뉴스에서도 자세히 풀어 드리겠습니다. 우리가 가진 것들을 돌아보고 보듬고 사랑해 줘야 할 순간이에요. 여러분! 


8월 첫째 주의 플래닛 뉴스  


  1. 지난 플래닛뉴스에 이어 감자 이야기를 마무리해볼까요? 감자에 숨은 플레이버를 통해 감자와 다른 식재료들의 어울림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2. 익숙한 음식들의 진짜 가격표를 통해 소비자의 의무와 권리, 공정무역에 대해 알아봅니다.
  3. Letter from the Netherlands에서는 지속가능한 '린넨 프로젝트' 소식을 안소연 디자이너가 전합니다.
  4. planEAT recipe에서는 8월에 놓칠 수 없는 짙은 여름의 맛, 가지 요리를 선보입니다.
  5. Book of the Month에서는 8월에 함께 읽고 싶은 책, '귀여워서 또 보게 되는 물고기 도감'을 소개합니다.



계절의 기억 7월: 하지 감자 part.2

“감자 맛이 다 거기서 거기지-라고 한다면

조금 섭섭해요.  

"여러분은 감자의 '어떤 맛'을 좋아하세요?"

식재료를 받아 들고 음식을 요리하기 전 우리는 주재료와 딱 어울릴만한 맛을 먼저 떠올립니다. 예전에 그렇게 먹었더니 맛있더라-하는 경험에서 나온 결과이기도 하고 때로는 이렇게 먹어보면 어떨까? 하는 직관적 호기심의 결과이기도 한데요. 늘 새로운 것을 쫓는 우리는 이미 감자로 할 수 있는 수많은 레서피를 알고 있지만 또다른 새로움을 찾아, 더 맛있는 조합을 찾아 이리저리 궁리를 하기를 멈추지 않습니다.

지난 플래닛뉴스에서 내가 어떤 맛의 감자를 좋아하는지 생각해 보고 파악하셨다면 이번엔 감자가 가진 어떤 맛을 좋아하는지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볼까요?


이왕이면 내 입에 맞는 감자를 골라보면 좋을 테지만 요즘은 감자가 제일 맛있을 철이니 사실 어떤 감자도 괜찮습니다. 이 기회를 통해 ‘난 수미 감자를 별로 안 좋아해’ 라고 생각하셨던 분들이 마음을 바꿀 수도 있을 테니까요. (사실 수미 감자가 요즘 너무 흔해서 살짝 천대? 받는 듯하여 마음이 좋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이 계절, 갓 수확한 수미 감자는 삶았을 때 툭툭 터지고 뽀얗게 분이 오르는 것이 중간질보다는 분질 감자에 가깝기도 한데요. 특히 황토에서 자랐거나 생육 기간이 긴 수미는 더 그렇답니다.)

아무런 간을 하지 않은 채 감자를 찌고, 삶고, 굽고, 튀기고, 때로는 생으로 맛봅니다. 냄새를 맡고, 혀끝을 가져다 대고, 이로 베어 물고, 씹고, 삼키며, 감자가 가진 매력의 중심으로 파고들어가 보는 거죠.


‘오- 풀 향이 나기도 하고, 때로는 꿀이나 꽃에서 느꼈던 화사함이 풍기기도 하는데? 바위에 혀끝을 대면 이런 맛이 나려나? 흙내도 나는 거 같고, 이건 짠 맛인가? 약간의 쿰쿰함은 치즈를 닮은 거 같기도 해.’ 


어쩌면 많은 분들이 와인을 테이스팅 하며 이런 생각을 해본 경험이 있을 텐데요. 와인 덕에 익숙해진 이런 식의 테이스팅 방법을 감자에 가져와 보는 거죠. 경험을 통해 나만의 식재료 아카이빙을 쌓아나가는 것은 생각보다 재미있고 유의미한 일입니다. 누군가의 경험이 아닌 나의 경험으로 내가 좋아하는 맛의 저변을 확대해 나가는 거죠.


우리가 느끼는 ‘종합적인 맛’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향, 맛, 그리고 식감 등이 있습니다. 지난번에 이야기 한 분질, 중간질, 점질의 감자를 나누는 기준은 어쩌면 식감에 있고요. 오늘은 향과 맛에 영향을 끼치는 아로마aroma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아로마는 탄소, 수소, 산소, 질소, 유황을 함유하는 휘발성 화합물입니다. 앞서 언급한 기본 원자들이 어떻게 결합되어 있는지, 어떤 화합물이 많은지에 따라 우리가 느끼는 향미가 달라지곤 합니다. 

<음식탐험가 장민영의 감자맛 아카이브>

서로 다른 식재료들은 다양한 아로마를 공유하는데 때로는 우리의 감각으로는 느끼기 힘든 것들도 존재합니다. 분석에 따르면 삶은 감자는 삶은 오징어와 채소향을 공유하고 캐비어와는 시트러스향을 공유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결과는 과학적 분석을 토대로나 알 수 있는 것이지 수많은 경험과 훈련을 거치지 않은 보통의 저희가 느끼긴 쉽지 않습니다.  


물론 이러한 수 백 가지, 혹은 수 천 가지 조합을 다 알자고 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많은 양념을 하지 않아도 서로의 어울림으로 충분히 맛을 증폭시킬 수 있는 새롭고 재미난 조합을 찾고자 하는 마음이랄까요.

무튼, 삶은 감자와 오징어 페어링을 보다가 문득 <홍신애 솔트>에서 먹었던 달고기와 감자를 품은 한치순대 생각이 났어요. ‘오호, 그렇지. 그 맛이 그렇게 어우러졌었지’라는 생각이 들며 괜스레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한치순대사진
한치순대사진

감자의 플레이버 페어링 노트를 만들면서 조만간 태윤솊의 옆구리를 찔러 꼭 만들어 봐야겠다고 생각하는 조합은 익힌 감자와 청각의 만남인데요. 두 재료가 로스팅향을 공유한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갸우뚱 갸우뚱입니다. 이 신박한? 페어링의 결과는 조만간 공유하도록 해볼게요.😊


#식재료탐구생활 #감자 #미식가노트 #식탁위의지속가능성

글&그림 by 음식탐험가 장민영


익숙한 음식들의 진짜 가격표 

평일 점심시간 대의 오피스가에서는 언제나 테이크아웃 커피를 손에 든 사람들의 행렬을 볼 수 있습니다. 끼니의 마지막 입가심으로든 오후의 간식으로든 믹스 커피를 즐기시는 분들도 많을 겁니다. 커피가 없는 삶은 상상하기 힘들 만큼 이제 많은 사람들에게 커피는 일상의 음료로 자리해 있습니다. 제가 일주일에 몇 번씩 찾는 동네 커피전문점의 벽에는 평화롭고 푸르른 커피밭을 배경으로 환하게 웃고 있는 생산자들의 사진이 붙어 있습니다. 양손 가득 원두를 들고 있는 그들의 모습에서 여느 농산물처럼 커피도 사람의 땀과 노동으로 일군 결과물임을 새삼 깨닫습니다. 


밸런타인데이의 선물로, 아이들 간식으로, 입이 심심할 때 먹게 되는 초콜릿은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하지만 그 초콜릿이 무엇으로 만들어지고, 누구에 의해 어떻게 만들어지는 잘 알지 못합니다. 우리가 매일 소비하는 이 먹거리들을 생산하는 사람들은 누구이고 어떤 과정을 거쳐 우리 손에 들어오게 되는 걸까요? 한 번쯤은 익숙한 먹거리들의 생산과 유통에 대해 생각해보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초콜릿의 원료가 되는 카카오와, 커피는 대표적인 플랜테이션* 작물입니다.

(*열대, 아열대기후 지역에서 선진국이나 다국적기업의 자본 및 기술과 원주민의 값싼 노동력이 결합되어 상품작물을 대규모로 단일 경작하는 농업 방식을 가리킵니다. 플랜테이션으로 경작되는 대표적인 작물에는 커피, 카카오, 차, 사탕수수, 천연고무, 면화, 바나나, 담배 등이 있습니다.)


 

신대륙 발견 이후 유럽 열강들은 앞다투어 식민지를 건설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식민지의 원주민의 노동력을 이용하여 상품성이 있는 작물들을 대규모로 경작하면서 플랜테이션이 발달하였습니다. 그러다가 2차 세계대전 이후로 식민지였던 많은 나라들이 독립하게 되면서 플랜테이션 농장의 경영권이 국유화되거나 다국적기업이 진출하여 경영하는 사례가 증가하게 됩니다. 대부분 개발도상국에 속하는 이들 생산국과 그들의 작물을 수입하는 경제 선진국들 간의 불공정한 무역구조로 인하여 최종 소비자가 지불하는 돈의 대부분은 가공/판매업자와 중간 상인이 차지하고 생산자들에게는 아주 적은 금액만이 돌아갑니다. 생산자의 몫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것이지요. 열심히 일을 해도 돈을 모을 수 없는 모순적 구조에서도 생산자들은 생계유지를 위해 생산량을 늘려 무리한 생산활동을 하게 되고 이 같은 경제적 빈곤은 아동 노동과 같은 인권과 관련된 또 다른 윤리적 문제를 낳게 됩니다. 


대표적으로 아동노동은 전 세계 카카오 생산량의 70%를 책임지는 서부 아프리카에서 만연한 현상입니다. 아이들은 새벽부터 해질 때까지 ‘마테체’ 라는 큰 칼을 들고 코코아를 땁니다. 자기 몸무게보다 훨씬 무거운 자루들을 옮기고 농약과 살충제에도 쉽게 노출됩니다. 어떤 아이들은 가난한 부모로부터 인신매매꾼에게 팔려오기도 합니다. 농장의 아이들 대부분은 평생 초콜릿을 먹어 볼 기회조차 없습니다. 아이들은 카카오가 초콜릿이 된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합니다. 서부 아프리카에서 아동노동으로 착취당하는 어린이는 1800만 명에 달하고 이렇게 생산되는 코코아는 우리가 잘 아는 글로벌 식품 기업들이 수입하여 초콜릿으로 가공합니다. 서구의 몇몇 기업이 지배하고 있는 세계 초콜릿 시장에서 카카오 농장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은 10%도 되지 않습니다. 판매 수익의 오직 7% 정도가 카카오 농부의 몫으로 돌아갑니다. 


낮은 임금은 개발 도상국의 농민을 가난에 묶어둡니다. 커피의 주산지인 동부 아프리카와 중남미 일부 커피 농가들은 국제 시장에서의 원두 가격 하락과 비 공정무역으로 인한 저소득으로 생계가 어려워져 커피 농사를 버리고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재배로 전환하기도 합니다. 


‘신식민주의’ 로도 불리는 이러한 불공정한 무역구조의 문제점들로부터 공정무역의 필요성이 대두합니다. 공정무역은, 자유무역을 통해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선진국과 다국적 기업 등에게 적정한 생산 이윤을 보장받지 못한 채 빈곤에 시달리는 개발 도상국의 생산자를 보호하려는 목적에서 발생한 대안적 형태의 무역입니다. 경제 발전 수준이 낮고 생활수준이 빈곤한 제3세계에서 생산된 농산물 등을 수입할 때 생산자들이 생산원가와 생계비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공정한 가격을 지불하고 보다 투명한 방식의 무역을 통해 개발 도상국의 소규모 생산자들과 그 가족들을 지원합니다.


공정무역의 목표는 개발도상국의 생산자를 원조나 자선의 방식으로 돕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 자립역량을 키워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도록 돕는 데에 있습니다.  무역시장에서 약자인 이들에게 원물의 가치나 국제시장 가격의 폭락에 관계없이 공정무역 가격을 보장하고, 이를 통해 얻어지는 수익의 일부는 ‘공동체 발전 기금(Social Premium)’이 되어 학교, 의료 시설, 직업교육 등 해당 지역의 발전을 위해 사용합니다. 농부들은 협동조합 내 위원회를 통해 기금의 사용과 공동체의 발전 방향을 스스로 결정하고 이 과정에서 민주주의를 연습하고 지역의 미래를 대비합니다. 


처음으로 공정무역 인증 마크가 붙여진 제품은 커피였고, 커피의 성공적 시도 이후 인증은 초콜릿과 바나나로 확대되었습니다. 공정무역 마크는 전 세계로 확대되었고 1997년 여러 단체들이 모여 공정무역 인증 기구인 국제공정무역상표기구(Fairtrade Labelling Organization International, FLO)를 설립하였습니다. 커피에서 시작되어 초콜렛, 바나나, 차, 꽃, 곡물, 과일, 면화 그리고 금에 이르기까지 이제 전 세계 마켓과 시장에는 1800개가 넘는 공정무역 제품들이 판매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공정무역은 2002년 ‘아름다운 가게’에서 공정무역 수공예품을 판매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국내에서 공정무역 제품을 판매하는 단체는 아름다운 커피를 비롯해 에코생활협동조합, 두레생협, 한국 YMCA, 아이쿱생협 등 10여 개가 있으며 최근에는 일반 기업들도 캐슈넛, 마스코바도(원당), 건과일, 초콜릿 등의 공정무역 완제품을 수입하고 있습니다. 


공정무역이 갖는 의미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공정무역 제품의 소비를 통해 소비자들은 인권, 환경 등의 지구적 문제에 쉽게 참여가 가능하며, 이는 윤리적 소비의 확대로 이어집니다.
  2. 최저가격 보장에 따른 생산자의 소득이 증가하며, 아동 노동 및 노동 착취를 금지하는 등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장합니다. 
  3. 유기농과 친환경적 생산을 확대하고, 환경적 지속 가능성을 추구하며 지속 가능한 환경 유지와 발전을 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전체 거래량에서 공정무역 제품이 차지하는 비율은 크지 않습니다. 전체 무역규모에서 공정무역이 차지하는 비율은 0.03%에 불과하고, 한국은 지난 몇 년간 공정무역의 성장률에서 세계 평균치보다 훨씬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지만 무역규모에서 공정무역의 비율은0.003%라는 미미한 수준입니다. 

공정무역 제품은 일반 제품에 비해 일반적으로 조금 높은 가격대를 형성합니다. 공정무역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이 점점 개선되어 감에도 불구하고 일부 소비자들에게는 이 가격이 지갑을 여는 데에 걸림돌이 되기도 합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적당한 가격’의 기준은 무엇일까요? 어떤 물건을 구매할 때 많은 사람들은 ‘싸고 좋은 것’을 찾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물건의 가격표를 볼 때 왜 비싼 지가 아니라 왜 싼 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공정무역 제품이 투명한 유통과 공정한 수익 분배로 생산자에게 주어질 몫을 보장한다면 소비자에게 그보다 더 저렴한 가격을 보장하는 유통구조에서는 비공정한 분배가 이루어질 것이고 이는 생산자들의 희생으로 혹은 착취로 돌아가게 됩니다.

우리가 소비하는 식품의 저렴한 가격이 누군가의 권리를 빼앗고 착취를 통한 피와 눈물의 대가로 얻어지는 것이라면 그 가격은 잘못 책정된 것이 아닐까요? 공정하지 못한 거래로 형성되는 저렴한 가격표는 ‘적당한 가격’ 이 될 수 없습니다. 공정무역 제품에 붙게 되는 가격적인 프리미엄은 그래서 원래 마땅히 지불하여야 할 금액인 것입니다. 


지속가능성이 환경에만 국한된 개념이 아닌 것처럼 공정무역 역시 정당한 가격의 지불이 전부는 아닙니다. 공정무역이 가지는 가장 크고 중요한 의미는 사람에 초점을 맞춘 지속가능성이라는 점에 있습니다.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소외된 생산자에게는 보다 좋은 거래의 기회를 제공하고 그들의 권리를 보장하며 소비자에게는 윤리적이고 좋은 품질의 제품을 공급하고자 하는 이런 직거래 방식의 무역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줍니다.

여타 직거래와 마찬가지로 소비자의 선택에 의해 생산자의 상황은 달라질 수 있고 그 선택들이 모이면 보이지 않는 끈의 반대쪽에서는 더 큰 변화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선택이 모여 생산자들과 환경을 착취하지 않고 존중하는 경제 시스템을 요구할 수 있는 것입니다. 생산자들에게 실질적이고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공정무역을 통한 우리의 소비 행동은 특별한 의미와 가치를 갖게 됩니다. 


공정무역 상품을 구매하는 행위는 한편으로는 나 자신을 위한 선택이 됩니다

우리의 결정권은 커피숍 메뉴판 위의 수많은 선택지 안에서가 아니라 무엇이 그 메뉴판에 올라가는지에 대해 행사되어야 합니다. 단순히 사회적으로나 환경적으로 인증된 제품을 구입하는 것에서 오는 만족감을 넘어 우리의 학교, 교회, 회사의 식재료는 어디서 오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의 범위를 넓혀보세요. 우리의 관심을 통해 기업들에게 더 많은 공정무역 제품을 요구하는 일은 소비자의 의무이자 중요한 권리입니다.  


며칠 전 ‘아메리카노 1000원’이라고 적힌 광고판을 지나며 저는 문득 지구 반대편 커피 농부를 상상했습니다. 푸른 커피밭을 배경으로 두 손 가득 커피를 들고 있는 사진 속의 농부. 저렴한 커피 한 잔에 느끼는 사람들의 행복만큼 커피 농부도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는 아침에 식사를 끝마치기도 전에 지구상의 절반이 넘는 사람들의 도움을 받습니다.”

이미 50여 년 전에 마틴 루터 킹 목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의 식탁을 채우는 식재료들은 세계 여러 곳 이름 모를 생산자들의 노고의 산물입니다. 이제는 유혹적인 가격과 눈길을 끄는 포장지 너머에 담긴 이야기들에 귀 기울였으면 합니다. 모두가 차리는 식탁에서 함께 웃음 지을 수 있는 길은 우리의 선택에서부터 시작됩니다.  


💎내 주위의 공정무역 제품 판매처 찾기 – 국제공정무역기구 한국사무소 

카카오톡 선물하기, 마켓컬리, 쿠팡 등에서도 ‘공정무역’으로 검색하면 다양한 상품들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글&그림 by 요리사 김태윤



The Linen Project

안녕하세요. 아워플래닛의 네덜란드 특파원 안소연입니다! 😊


8월 첫째 주 네덜란드에서 보내드리는 소식은 옷 직물인 린넨을 만드는 데 쓰이는 ‘flax’ 작물, 아마 수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저는 지난 주말, 네덜란드 동쪽에 있는 도시 Arnhem에 있는 뮤지엄에서 소규모로 아마 재배가 진행되는 곳의 아마 수확을 도와드리고 왔는데요, 덕분에 아마(flax) 작물에 대해서 더 많이 알게 되고, 전 세계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상업적 아마(flax) 재배의 문제점과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오늘 플래닛 뉴스에서는 네덜란드의 지속가능한 린넨 프로젝트에 대해 소개할게요.

섬유도 되고, 음식도 되는 신기한 ‘마’의 종류는 수십 가지에 이릅니다. 대마, 아마, 저마, 참마, 천마 등. 그중 우리네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여름만 되면 꺼내 입으셨던 모시옷은 저마풀로 지어진 것이라 합니다.약 삼만 년 전 구석기 시대부터 지금의 조지아가 있는 곳에서 야생 아마를 섬유로 사용했으며, 이 작물의 사용이 꾸준히 확산되어 약 5천 년 전부터 서쪽으로는 독일과 스위스, 동쪽으로는 중국과 인도에서 아마가 재배되었습니다. 그 후 유럽에서는 아마의 껍질로는 린넨이라는 텍스타일 소재를 만들어 옷을 짜 입고, 아마의 씨로는 기름을 짜내어 오일이나 약재로 사용했으며 그 자체를 음식으로 즐기기도 했습니다. (아마Flax는 아침 대용 시리얼로 다른 곡물과 함께 먹거나, 빻아서 가루를 내어 빵, 와플, 쿠키 등을 만들어도 좋습니다.)



이런 다양한 매력에도 불구하고 현재 유럽에는 아마 작물을 프로세싱 할 공장이 폴란드와 이탈리아 밖에 남아있지 않으며, 중국과 베트남 등에서 상업적으로 대량생산되고 있을 뿐입니다. 이런 상업적 목적의 대량 생산은 재배지에 과도한 살충제의 사용을 낳고 토양의 밀도를 어지럽혀 식물과 토양 환경 모두를 괴롭히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린넨 프로젝트(The Linen Project)는 University of the Arts Arnhem 과 Crafts council Nederland에서 함께 진행하는 리서치 프로젝트입니다. 

린넨 프로젝트는 네덜란드에서 소규모 지역의 아마(flax) 재배 및 린넨 생산의 경제적 가능성을 조사하고 재활성화를 위해 시작하였습니다. 상업적으로 재배되는 Flax와 달리 소규모 로컬재배만 이루어지고 있으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자원 봉사자들이 함께 flax 생산의 모든 단계에 대해 연구합니다. 2018년에 시작하여 현재까지 진행 중인 린넨 프로젝트는 Co-creation(공동 창조)Craftsmanship(장인 정신)을 강조합니다. 1초에도 엄청난 양의 물건을 찍어내는 대량 생산에 익숙한 우리에게는 조금 느리게 다가올 수 있는 프로젝트이지만, 이런 작은 움직임이 계속 이어져 현재의 문제적 시스템을 바꿀 수 있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믿습니다.😀

글&그림 by 디자이너 안소연


planEAT recipe

바바 가누쉬

Baba Ganoush

가지 어디까지 드셔보셨나요?

가지를 구우면 껍질이 타면서 나는 스모키한 불맛과 더불어 과육의 당도도 올라가면서 한층 더 매력적인 맛을 가지게 됩니다.

이번에 소개해드릴 ‘바바가누쉬 (Baba ganoush)’는 이런 조리법을 이용한 요리로 만드는 방법은 매우 간단하지만 아랍 음식의 모둠 전채요리인 메제(Mezze)에 언제나 빠지지 않는 유명한 전통 요리입니다. 스프레드의 형태이므로 빵에 발라 먹거나 채소스틱에 듬뿍 찍어서 드셔도 좋습니다. 


[2인분] 

다진 양파 1/4개분, 가지 3개, 레몬즙 1t, 다진 마늘 1/3t, 타히니(또는 깨소금) 1T,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 2T, 소금, 후추 적당량


  1. 팬을 달궈 올리브유를 두르고 다진 양파를 넣고 약불에서 5분간 충분히 볶아주세요.
  2. 포크로 가지의 표면에 구멍을 낸 뒤 180도 예열 된 오븐에 약 15-20분간 굽습니다. (10분 정도 지난 후 상태를 확인해주세요.) 오븐에서 꺼내어 5분간 식힙니다. (오븐을 사용하지 않고 직화로 굽는다면 석쇠에 올려 껍질이 완전히 탈때까지 돌려가면서 굽습니다.)
  3. 숟가락으로 2의 과육만 벗겨주세요. 프로세서에 1의 볶은 양파와 나머지 재료들을 넣고 갈아준 다음 소금, 후추로 간해주세요.

Book of the Month

<귀여워서 또 보게 되는 물고기도감>
<귀여워서 또 보게 되는 물고기도감>

사계절이 있고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는 바다에서 나는 수산물이 풍부합니다.

‘귀여워서 또 보게 되는 물고기 도감’ 은 한반도의 계절별 수산물을 귀여운 그림과 풍부한 콘텐츠로 채운 그림책입니다.

각 수산물별 생김새와 습성, 이름의 유래, 비슷하게 생긴 어종의 구별법, 양식과 자연산의 차이, 각종 관련 상식 등이 꼼꼼하게 정리되어 있고 도감의 형식을 띤 해산물 요리 레시피북이라고 해도 될 만큼 어류에 따른 다양한 요리법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도감은 딱딱하고 재미없다는 편견은 이 책을 잡은 순간 깨지고 맙니다. 평소에 잘 알고 있던 생선들도 제목처럼 귀엽고 사랑스럽기까지 합니다. 아이와 어른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이런 도감 한 권이라면 철 따라 즐기는 1년의 수산물 여행이 더욱 설레고 풍성해질 것 같습니다.